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
지난 5월 6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여 엘리제 궁에서 에마누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졌다. 여러 가지 의제가 있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은 프랑스 산 와인과 코냑의 중국 측 관세 보류 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만남에서 흥미로운장면 하나가 눈에 띄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고급 코냑을 선물했고, 시 주석은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작품 <보바리 부인> 의 중국어 번역본을 선물했다. 다독가로 알려진 시진핑은 <보바리 부인>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8일은 작가 플로베르가 죽은 지 144년이 되는 날이다. 그를 기리는 시기에, 시주석의 책 한 권은 프랑스 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 주석은 이 선물로 프랑스 문학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며, 프랑스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잠깐 동안의 외교 행사 순서였지만 중국 외교의 만만치 않은 정교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은 영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였다. 그는 또 탁월한 평론가이기도 했다. 서머셋 몸이 평론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단연, 허만 멜빌의 <모비딕>과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다.
<모비딕>은 미국에서 거의 잊혀 사라질 뻔했던 소설이었지만, 서머셋 몸이 작품의 뛰어남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재평가를 받고 살아나,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고전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폭풍의 언덕 >을 쓴 에밀리 브론테는 <제인 에어>의 저자 샬롯 브론테의 동생이다. 언니의 명성에가려 관심 밖에 있던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은 몸의 평론에 의해 진흙 속에서 다시힘차게 피어 났다. 이제는, 흥미롭게도, <폭풍의 언덕>이 언니의 작품 <제인 에어>를능가 하는 문학적 평가를 받고 있다.
서머셋 몸은 고전 문학을 읽는 독자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10대 작품을 소개했다. 몸의 평론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필자는, 그가선정한 작품들을 영문본으로 구입해 비교적 정독을 했다. 그런데, 몸이 <보바리 부인 >을 10대 명작으로 추천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소설의 주제와 내용이 특별할 것이 없다는생각에서였다.
소설 <보바리 부인>의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샤를 보바리(Charles Bovary)는 루앙 근처의 용빌에서 병원을 개업한 의사다. 그는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유한 과부와 결혼하여 평범하게 살아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샤를은 부농(富農) 라울(Rouau- lt) 노인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샤를은 라울의 딸 엠마(Emma)를 만난다. 그녀는 검은 머리와 갈색 눈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처녀였다. 그 뒤 샤를은 마음속에 엠마에 대한 연정을 키워갔다.
얼마 후 샤를의 부인이 죽었다. 추도 기간이 끝나갈 무렵 샤를은 엠마의 아버지를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라울은 이미 샤를이 자신의 딸과 마주치면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라울은 고지식하고 성실한 의사인 샤를에게 엠마를 맡기면, 그녀가 평생 무난하고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라 믿고 두 사람의 결혼을 서둘러 성사 시켰다.
엠마는 로맨스 소설에 푹 빠져 있던 아가씨였다. 그녀는 늘 소설과 같은 화려하고낭만적인 행복을 꿈꾸었다. 그러나, 샤를과결혼하며 그녀의 꿈은 무참히 깨졌다. 샤를은 짜인 일과에 따라 시계처럼 일하는 성실한 가장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생활은엠마에게 견디기 힘든 권태로움을 안겨 주었다.
따분한 현실을 박차고 판타지의 세계로 도망치려 하는 그녀의 몸부림은, 결국, 바람둥이 로돌프(Rodolphe)를 만나며 불륜의늪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녀는 로돌프가 자신을 옥죄는 답답한 세상에서 구원해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로돌프는 엠마의달콤함만 빼 먹으려는 야비한 남자였다. 그는 유부녀인 엠마가 그와 도피를 생각하며 도발적인 행동을 보이자 냉정하게 떠나 버린다.
두번 째 그녀의 욕망의 대상은 한때 그녀와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 파리로 떠났던 레옹((Leon) 이었다. 레옹은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한 이지적인 청년이다. 그러나, 루앙에 돌아온 레옹은 옛날의 순수한 청년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파리의 세속적이며 약삭빠른 생활에 물들어 있었다. 그는 엠마로부터 많은 사랑과 물질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상황이 부담스러워지자 그녀의 곁을 떠난다.
결국, 허상을 쫓던 욕망과 무절제한 낭비는엠마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많은빚을 지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그녀는 비소(Arsenic)를 먹고 자살을 한다.
엠마의 죽음은 한 가정의 완전한 파괴를가져왔다. 남편 샤를은 충격과 화병으로 죽고, 엠마의 아버지 라울은 사지마비가 와쓰러진다. 그리고, 엠마의 어린 딸 베르트(Berthe)가 방직 공장으로 끌려가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소설 <보바리 부인>에 대해 평론가들이 말하는 내용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보바리 부인, 엠마는 허구의 로맨스를 꿈꾸었지만, 가정에서 이를 찾지 못하고 정부(情夫)를 두게 된다. 그녀는 그 정사로 야기된 감당하기 어려운 빚과 절망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따라서, 이 소설은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한 한 여인의 무모한 삶이 가져온 비극을 그리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한 발 더 깊이 들어간 아래와 같은 평론도 있다.
"19세기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 사회였던 프랑스에서, 중성적(中性的) 성격의 소유자 엠마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가정의 허드렛일을거부하고 남편의 것이라고 확정 지은 돈을훔쳤다. 더 나아가 엠마는 사회가 일방적으로 남성에게 준 힘과 특권을 빼앗으려 하며 전통적 남성 우위 사회에 도전했다."
<보바리 부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는 가운데, 필자는 서머셋 몸이 이 작품을 높이평가한 이유 중 하나는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살았던 족적(足跡)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플로베르는 1821년 프랑스 북부 도시 루앙(Rouen)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성공한 지역의 명망 있는 의사였다. 그는 아버지가 수석 외과 의사로 근무하는 루앙 시립병원에 딸린 사택에 살았다.
플로베르는, 가끔, 여동생 캐롤린(Caroli- ne)과 함께 사택 담장 너머에 있는 해부실에서, 아버지가 옷소매를 걷고 메스로 시체를 찢으며 관찰하는 모습을 훔쳐봤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플로베르는 담장 너머에 늘 시체가 누워 있는 집에서 소년 시절을 보낸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 공부를 했다. 순탄할 것만 같던 그의 인생에도 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23살 되던 1844년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는 일이 일어났다. 간질로 예상되는 그 병으로 인해 플로베르는 법학 공부를 포기 했다. 훗날, 그는 하기 싫은 법학 공부를 집어치우고 책을 보며 글을 쓸 수 있었던 생활은 바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었다고 고백 했다.
1845년은 플로베르에게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여동생은 평범한 남자와 결혼 했다. 그해, 아버지는 다리에 종기(Abscess)가 나 앓기 시작하더니몇 주 후 그 종기로 인한 괴저(Gangrene) 로 죽었다. 아버지가 죽은 지 6일 만에 동생 캐서린이 같은 집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며칠 후 그녀는 산욕열(Puerperal fever)로 죽었다. 순식간에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은 플로베르는 넋이 나간 듯 상심한 어머니와갓난 아이 옆에서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고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