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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를 추모하며

며칠 전 필요한 책을 사러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렸다. 구입한 책을 들고 걸어 나오는데, 입구 쪽 세계 문학 명작 코너에 카프카(1883-1924)의 작품들이 유난히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날은 "한국인들이카프카의 소설을 무척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어제 친구가 보내준 글을 통해 6월3일이 카프카가 죽은 지 100주년이 되는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점에서는 그를 기리는 행사를 했던 모양이다. 현대 문학계에 큰 충격을 주고 마흔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가의 삶과 그의 문학세계를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프라하에서 고급 양품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헤르만카프카와 어머니 율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기는 하지만, 카프카의 아버지는 정도를 넘어선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걸핏하면 소리 지르고 폭언을 퍼부어병약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카프카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헤르만이 원래 폭력적인 성격이 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들 세 명 중 두 명이 일찍 죽고 하나 남은 카프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헤르만 은 카프카를 체코어를 사용하는 일반학교가 아닌 독일어를 쓰는 상류층 학교에 보내공부시키는 등 교육과 성공을 위해 유난스러운 열성을 보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카프카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문학계에서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로 상징 되는 전형적인 인물이 되고 말았다.

카프카가 법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순전히 아버지의 뜻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카를 대학에서 법학 박사를 마친 후, 법원에서 1년간 수습 기간을 거치고 1908년부터 노동자 재해 보험국에서 폐결핵으로은퇴할 때까지 근무했다.

카프카는 비록 아버지의 의지에 따라 법학을 공부했지만, 그의 마음속에 있는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버릴 수 없었다. 그는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에 홀로 앉아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훗날 카프카는 "나는 문학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 자체였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카프카의 작품은 기존의 전통적 관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인다. 그의 작품을 세 단어로 표현하면 "부조리", "환상적", "기괴함"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서는 이들 세 어휘를 함축적으로 내타내는 단어, "카프카스럽다"라는 뜻의 형용사 "케퍼커에스크(Kafkaesque)"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카프카가 독문학권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아무래도, 실존주의작가들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카뮈, 사르트르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에 의해 카프카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와 같은 찬사를 듣게 되었다.

필자는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작품 <백년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 litude>을 읽은 일이 있다. 마치, 신화 속의 도시 같은 마콘도(Macondo) 마을의 부엔디아(Buendia)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린소설이었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작품은 의외로 난해 했고 판타지스러움을 넘어 약간은 괴기스럽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영문본을 읽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파악하지 못해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평론을 읽던 중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카프카의 작품 <변신>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 작품의 판타지적 분위기가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성: The Castle>, <소송:The Trial>, <실종자> 등 3편의 장편과 많은 단편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 작품들 중 장편<성>과 <소송>이 수작(秀作)으로 꼽히고 있지만, 문학계에 새로운 충격을 던지며 현대 소설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편 <변신>도 카프카의 대표작에서 빼놓을 수 없다.

카프카의 문제의 작품 <변신>의 개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소설은 주인공 그레고르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이 거대한 갑충(甲蟲)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며 시작된다. 인간에 서 한순간 벌레로 변해 방안에 고립되어 버린 것이다. 소설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잠자는 불안한 꿈을 꾸다가 깨어나 보니침대 속에서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품은 이렇게 시작부터 그리스 신화에서 나 나올법한 황당한 문장을 던지며 기존의 소설이 갖고 있던 관념을 송두리째 깨뜨린다. 또, 변신을 해도 징그러운 벌레로 변한다는 플롯(Plot) 자체가 그로테스크(Grot- esque) 하기 짝이 없다.

그레고르는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한다. 일어나 몸을 씻고 준비를 해야한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써봐도 벌레가 되어버린 몸은 번번이 요동치다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버린다. "그레고르야," 하고 그를 부르는 어머니의 부드러운목소리에 대답하려 했지만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끽끽 소리에 자신이 그만 경악하고만다.

한낮이 다 되어도 출근을 하지 않자 회사의지배인이 집으로 찾아왔다.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몸이 불편한지 확인하려 한다. 제일 먼저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모습을 발견한 사람은 누이동생 그레테였다. 여동생은 사람들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옆방으로 뛰어들어가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배인이 두 번째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며 돌아갔다.

벌레로 변한 자식과 맞닥뜨린 아버지를 소설은 이렇게 묘사했다. "아버지는 적대적인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다음 순간 불안하게 거실을 두리번거렸고, 그러고 나서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그건장한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울기 시작했다."

그레고르와 어머니의 만남은 독자들로 하여금 묘한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녀는 그레고르를 더 잘 보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발은 정신없이 뒷걸음질 쳐 달아났다. 커다란 주전자가 쓰러져 커피가 양탄자 위로 콸콸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전혀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그날 소란이 지나가고, 벌레로 방에 갇힌그레고르와 현실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가족들과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음식을 주고 방을 청소하는 일은 여동생 그레테의 몫이었다. 그레테는 오빠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신문을 뒤적이며 공부하기도 하며 세심하게 도우려 애를 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가족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예 그레고르를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신이 허약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고르의 벌레 얼굴을 보고 쓰러지는 어머니를 보며 그레테의 분노가 폭발한다. ""그레고르 오빠!" 누이동생은 주먹을 치켜들고 사납게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가족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향해달려간다. 겉모습과 달리 마음속에 연민을 갖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그레테가 소리를지른다. ""저건 없어져야 해요." 누이동생이소리쳤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그렇게, 이제, 가족들 모두가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버릴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레고르는 죽었다.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남은가족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던 존재가 사라졌음을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자" 그레고르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하나님께감사드릴 수 있겠다." 그는 성호를 그었고 어머니와 동생도 그를 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