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의 용사들을 기억한다
추모의 시간인 6월이 지나갔다. 많은 나라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던 용사들을 추모했고, 세계의 주요 방송사들은 전쟁을 주제로 한 다양한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그중에서 올 6월에 열린 가장 큰 규모의 추모 행사는, 아무래도, "노르망디 상륙 작전 80주년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D-Day라는 말의 앞 D가 무슨 단어의 약자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목적지"라는 뜻을 갖고 있는Destination이라는 의견이 있고, "상륙"을 의미하는 Disembarkation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작전 개시일"이라는 뜻의일반적 군사 용어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D-Day는, 그러나, 오늘날에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지칭하는 고유명사 화 된 말이 되었다. 이 D-Day 전투는 프랑스를 해방 시키고, 독일군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유럽 대륙을 장악하기 위해 연합군이 19 44년 6월 6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한 작전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국가로 구성된 연합군의 수는, 6월 6일 작전 개시일약 15만 명에서 7월에는 150만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작전이 종료되어 가던 7월 말에는 연합군의 총 사상자가12만 명에 달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상륙 작전이었다. 이 전투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므로, 나치 독일군은 서부 전선이 무너지며 2차 대전에서 결정적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우리는 D-Day 상륙 작전을 단지 세계 2차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한 전투 중 하나로 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상륙 작전은우리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 전투였다. 비록 우리가 참전하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전투였다고 할 수 있다. 상륙 작전의 성공으로 독일이 패망하고,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태평양 전투에 무력을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사 항전을 외치던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를 거듭하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함께 항복하므로 한반도가 해방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2차 대전 전쟁사를 따라가다 보면 전쟁의 결정적 전환점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6일은 우리에게 현충일었지만, 미국과 유럽 서방 국가들에게는 "D-Day 상륙 작전 80 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이날 노르망디 기념식장에는 많은 서방의 지도자들이 모여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용사들의 헌신을 기리며추모했다.
무엇보다, 이제 100살이 넘어버린 생존한참전 용사들이 참석해 그때의 전투를 회상 하는 모습은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지구촌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참전 용사 중, 당시 영국군 여군이었던 104세 된크리스틴 램(Christian Lamb)이 상륙 작전 계획 수립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으로부터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the Legion d'honneur)를 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6월 6일 오후 5시(우리 시간)쯤 시작되어전 세계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는 순서 하나 하나가 감동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여든네살의, 우리에게는 딜라일라(Delilah)를 불러 친숙한, 웨일스 출신의 탐 존스(Tom Jones)가 D-Day 용사들에게 바친 노래 "I won't crumble with you, if you fall"은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행사에 참석한 많은 인사들은 탐 존스의 노래가 노르망디해변에 울려 퍼지자 눈시울을 붉혔다.
푸른 하늘 아래 노르망디 바다는 잔잔하고평화로웠다. 남색 바다 위의 흰구름은 80 년 전 이곳에서 수백만 명의 군인들이 격전을 벌였던 전장이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필자는 80대 중반임에도 변함없는 호소력과 강렬한 목소리를 잃지 않은 탐 존스를 보며 잠시 옛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노래 "딜라일라"를 한글로 적어 놓고 따라 부르던 추억이다. 6월 6일 그의 노래는, 마치, 부상당한 전우를 붙들고 포연이가득한 노르망디 해변을 걸어가는 병사의독백처럼 들린다. 노래 가사를 찾아 번역해 보았다.
<I won't crumble with you, if you fall> 그대 쓰러져도 함께 무너지지 않으리
I will wake in the morning if you call and I'll stand beside you as long as I can I will hold back the evening of your sun But I won't crumble with you if you fall아침에 당신이 부르면 나 일어나리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그대 곁을 지키겠소 그대의 저무는 태양을 붙잡으리라 그대 쓰러져도 함께 무너지지 않으리
I will shadow the heat of your day and I will drink from the sweat of your brow I will walk to the tune of your song But I won't crumble with you if you fall 나는 그대 한낮 열기의 그늘이 되리라 그리고 나는 그대 이마의 땀으로 목을적시겠소 나는 그대 노랫가락을 따라 걸으리라 그대 쓰러져도 함께 무너지지 않으리
Come walk with me and hold to my hand Touch me let me know I ain't here by myself Stretch my night dream into my day Stop short of falling apart if I go do- wn이리 와 내 손을 붙들고 함께 걸어요 내가 여기 홀로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나를 붙잡아 주세요 내 지난밤 꿈이 한낮까지 펼치게 해주오 내가 비록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나 무너지지 않게 해 주세요
(한국어 가사는 필자가 임의 번역하여, 외국 가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 6월은 조용한 추모의 기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유럽 대륙을 한바탕 요동치게 했던 혼란스러운 한 달이었다. 6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유럽연합(EU) 의원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EU 의원 선거 결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강경 우파의 약진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도 EU의 양대 축이 라 할 수 있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했다.
독일의 강경 우파인 독일대안당(AfD)이16퍼센트의 지지를 얻었으며,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 이끄는 극우 세력 국민전선이 32퍼센트의 지지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는 이런 EU의원 선거 결과에 마크롱 대통령이 국회를해산하며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국회해산 후, 실시된 1차 선거에서 국민전선이약진하며, 기존 유럽의 질서와 시스템이파괴되지 않을까 세계는 며칠 후 7월 7일 있을 2차 투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흔히, 극우를 지칭하는 "파 라이트(Far- Ri- ght)"라는 정당들이, 유럽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정당 내에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찬양하는 자들이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역사의 반복"이라는 화두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치라는 극단적 극우세력과 맞서 세계가 함께 싸워 승리한 지 이제 겨우 80년이지났는데, 다시 비슷한 세력들이 힘을 얻어간다는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지난 6월 6일, 100세가 넘은 노르망디의노병들이 무표정한 눈으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세계가 포퓰리즘으로 얼룩지고, 지도자들의 거짓이 판을 치고, 민주주의의 길라잡이와 같았던 유럽이 길을 잃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어쩌면 "나는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라고 자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