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다
유럽 여행길은 만만치 않다.
12시간 이상 계속되는 지루한비행 동안 이런 생각을 해본 기억이 여러 번 있다.
"이렇게 머나먼 거리를 어떻게 말을 타고 왔을까!"
"말을 타면 전사가 되고, 말에서내리면 목동이 된다."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하고 찬란한몽골제국의 이야기다.
1241년 시베리아, 폴란드, 게르만족 그리고 튜턴 기사 연합군이 폴란드 '레그니치 전투'에서 몽골 군에 패배하며 전 유럽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당시 절망 가운데 있던 유럽인들은 이렇게 부르짖었다.
"우리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이 결국 이름 모를 이민족을 불러들였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종교를가졌는지 전혀 모른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레그니치 전투에서 패배한 후 프랑스 국왕 루이 9세와 오스트리아 대공 프리드리 2세는도나우 강 서쪽에서 유럽 방어의 최후의 전선을 구축하며몽골군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그러나, 1241년 12월 제국의대칸 오고타이(칭기즈 칸의 셋째 아들)가 갑자기 죽지만 않았다면, BC 492년에 일어났던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시아와 유럽의 또 한번의 대 격돌이 이곳 도나우강 강변에서 펼쳐졌을 것이다.
몽골제국은 대칸이 죽으면 관습법에 따라 정복에 나섰던 직계왕족들은 새로운 대칸을 추대 하기 위해 '쿠릴타이 회의'에참석 해야 했다.
당시 서정의 총지휘관이었던오고타이의 조카 '바투'와 노장'수부타이'는 이렇게 도나우 강을 눈앞에 두고 말머리를 몽골 쪽으로 돌려야 했다.
이 위대한 제국의 창업자는 '테무진칭기즈 칸'이다.
보르지긴 키야트 족의 족장이었던 아버지 "에수게이"가 타타르 족과의 전투에서 죽은 후, 테무진은 소년 시절부터 생사를 넘나드는 고난을 헤쳐가며용기와 지혜를 키워갔다.
이 청년의 시대에 테무진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함께 미래를 꿈꾸던 형제와도 같았던 친구가 있었다.
싸움이라면 누구와도 필적할 수 없었던맹장 '자무카'다.
그들은 '고루고나쿠 강'가에서 삶과 죽음을 함께 하자는 형제의 맹세를 하게 된다.
테무진의 아내 '보르테'가 메르키 족에게포로로 잡혀갔을 때, 자무카가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온 일은 테무진의 가슴속에 두고두고 은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100여 개가 넘는 몽골 부족들이테무진의 탁월한 지도력에 이끌려, 그의 영향력이 크게 확장되어 가자 자무카는테무진을 떠난다.
결국, 테무진이 몽골의 칸이 되었을 때자무카는 그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테무진은 나이만 '다얀 칸'의 지원을 업은 자무카와 '나쿠 산' 기슭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이게 된다.
이 전투에서 테무진은 완승을 거둔다.
다얀 칸은 전장에서 죽고, 자무카는 탈출 하게 되지만 친위대의 배신으로 체포되어테무진 앞에 끌려온다.
큰 보상을 기대하고 자신들의 주군을 끌고 온 자무카의 5명의 친위 대원들에게테무진은 불같이 화를 냈다.
"나의 형제 자무카의 몸에 손을 댄 놈들을 그의 면전에서 당장 목을 베라!"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자무카여, 천제의 뜻에 따라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났다. 어떤가, 옛날처럼형제가 되어 함께 살지 않겠는가?'
절박한 운명 앞에 선 두 영웅의 마음속에 그리운 추억은 별처럼 많았다.
자무카는 초원의 수평선 너머로 눈길을 돌리며 이렇게 말한다.
"테무진이여, 우리의 맹세를 저버린 자는 바로 나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둘일 수는 없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베풀 마음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나를 죽여주게.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네. 나를 죽일 때 피를 흘리지 않게 하고 높은 산에 장례를 지네 주게."
당시 몽골의 귀족들은 피를 흘리지 않고 죽어 높은 곳에 장사 지냄으로, 죽은 후 한 마리 독수리가 되는 것을 마지막 영광으로 여기고 있었다.
테무진은 명예롭게 죽겠다는 그의 뜻을꺾을 수가 없었다.
자무카는 그의 소원대로 산 채로 가죽 부대에 넣어져 죽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숙적이었던 자무카가 죽은 후 테무진은 진정한 몽골의 칸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다" 라는 말의 기원이다.
무수한 세월이 지나고, 세상은 문명화 되었지만 권력의 속성은 놀랍도록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의와 불의를 외치고진실과 거짓으로 아우성이지만, 권력을 쫓는 사람들은 다만 함께 나눌 수 없는 그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