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여인 카산드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한 친구가 서점에 들려 주인에게 좋은 책을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점 주인은 트로이 전쟁을장황하게 이야기하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으라고 권했다.
친구는 이 어려운 책을 사서 열심히 읽었는데, 다 읽은 후에서점 주인에게 "사기당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트로이 전쟁의 하이라이트인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책 속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을 노래한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목마의 이야기가 없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아킬레스로부터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오며 끝이 난다.
목마의 이야기는 다른 책들에서 종종 등장한다.
특별히, 목마와 불타는 트로이 이야기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잘 묘사되어 있다.
트로이 시민들은 그리스군이남겨 놓고 간 거대한 목마 앞에서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리스군이 전쟁을 끝낸 기념으로 그들에게 준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목조물이 그리스군의음모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당장 불태우라고 외친 두 사람이 있다.
공주 카산드라와 포세이돈 신전의 사제인 라오콘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는그 날을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 그때는 카산드라도 예언하려고 신의 명령에 따라 테우케르(트로이) 백성들이 한번도 믿어 주지 않았던 그 입을 열었습니다."라오콘도 성채 위에서 뛰어나와 이렇게외쳤다. "오오! 가련한 동포들이여, 그토록 그대들은 제정신이 아니란 말이오? 그대들은적군이 배를 타고 떠난 줄 아시오? <중략> (이 목마에는)어떤 계략이 숨어 있음이틀림없소. 목마를 믿지 마시오. 테우케르 백성이여."
이 소란 중에 등 뒤로 두 손이 묶인한 젊은이가 왕 앞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일부러 트로이의 포로가 되어, 목마를성안으로 끌어들이게 만드는 임무를부여받은 그리스군의 첩자 시돈이라는사람이다.
그는 프리아모스 왕 앞에서 이렇게외친다.
"왕이시어,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그리스인 임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행운의 여신이 이 시돈을 불행 하게 만들었지만, 그녀의 악으로 저를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로 만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그의 거짓 진술은 트로이앞바다 섬 뒤에 숨어 있는 그리스군이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목마는 그들의 선물이라고 교묘히 꾸며 댔다.
트로이 시민들은 10년 동안 이어져온 전쟁이 지긋지긋했는지, 카산드라와라오콘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고시돈의 말을 믿었다.
그렇게 트로이는 허망하게 불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카산드라를 "프리아모스의 딸들 중 제일 미녀인 카산드라"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공주이며 아폴론의 여사제였다.
아폴론이 그녀를 사랑하여 예언의 능력을 주었지만, 그의 구애를 거절한 까닭에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트로이가 폐망한 후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카산드라를 전리품으로 챙겨고국 미케네로 귀국길에 오른다.
그런데, 이때 카산드라는 무서운 환상을 보게 된다.
아가멤논의 왕비 클뤼타이메스트라가 그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아가멤논과 자신을 살해하는 모습이었다.
카산드라는 울부짖으며 아가멤논에게말했지만, 그는 허무맹랑한 소리라며웃어넘겼다.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아이스퀼로스의 저서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아가멤논>편에서 카산드라는 이렇게 외친다.
"아아, 보세요. 저것 보세요. 암소에서황소를 떼어 놓으세요. 그녀가 옷으로 그를 싸잡아 뿔 달린 검은 흉기로 내리치니 그가 물에 담긴 그릇 속으로 쓰러 지고 있네요."
10년 전쟁을 마치고 귀향한 영웅 아가멤논이 목욕탕에서 그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살해당하는 예언이다.
그녀는 또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렇게 절규한다.
"뤼케이오스 아폴론이여, 아아, 가련한 내 운명이여! 그녀는 고귀한 수사자가 집을 비운 사이 늑대와 잠자리를 같이한두 발 달린 암사자이거늘, 그녀는 이제 이 가련한 여인을 죽이려 해요. (뤼케이오스는 아폴론 신의 별명이다)"
많은 예언을 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비운의 예언녀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는 그렇게 죽었다.
심리학 용어에 카산드라 신도름(Cass- andra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트로이 시민들이 자신들이 듣고 싶었던시돈의 말만 믿으려 했고, 듣고 싶지 않은카산드라의 외침은 외면했던 인간의 심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거짓 뉴스와 왜곡된 정보 그리고 갈등을부추기는 수많은 현대의 시돈이 우리 곁에 있다.
"해코지하는 자"라는 뜻의 그리스어시돈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비 상식적 이념 논쟁과 무차별적 진영 싸움으로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사색하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혹시, 나도 나와 다른 의견에 귀를 닫고 무조건 내가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들으려 하는 카산드라 신도름에 함몰되어 있지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