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Michael) 천사의 칼
로마에 갈 때마다, 나는 가능하면 티베르 강(Le Tibre) 유람선을 타며 여유롭고 느긋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파리의 세느(Seine) 강 보다 물이 탁한 황톳빛을 띄고, 수면이 강둑에서 한참 아래에 있기 때문에 조금 억눌린 기분이 들며 볼거리도 덜 하지만 나름대로 다른 정취가 있다.
80년대 초 처음으로 배를 타고 티베르 강을 여행할 때, 젊은 날 밤 깊은 줄 모르며 읽었던 신화의 장면들이 오버랩 되며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생생하다.
늑대의 젖을 빨며 자란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알바롱가 왕국에서이 티베르 강을 따라 배를 타고 와 팔라티노 언덕에 정착하며 로마를 건국한다.
그러나,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오기 600여 년 전에 이미 그들의조상 아이네이스가 이곳을 찾아왔었다.
아킬레우스에 의해 멸망한 트로이의 유민들을 이끌고 길고 긴 여정 끝에 라티노에 도착했던베르길리우스의 대서사시아이네이스까지 생각이 이르면, 이 티베르 강은 어느새 나에게는 신화의 강이 되고 비밀의 정원이 된다.
이렇게 한참 동안 즐거운 감상에빠져있다 보면, 교황청이 보이고 강가에 사프론(Saffron) 빛깔의 아름다운 성이 나타난다.
천사의 성(Castel Sant'Angelo) 이다.
성이 올려다 보이는 강둑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 역을연기했던 오드리 헵번이 경호원 들을 따돌리기 위해 한 바탕소동을 벌인 배경이기도 하다.
웅장한 이 성 꼭대기에는 눈길을사로잡는 동상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칼을 들고 있는 미카엘 대천사다.
마리아와 동방박사에게 예수의 탄생을알려준 가브리엘 천사가 하나님의 계시를 전해주는 평화의 메신저라면, 미카엘천사는 하나님을 거역하는 자들을 벌하는 무적의 전사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황량한들판으로 쫓아낸 천사가 미카엘이다.
하나님을 배신한 천사장이었던 사탄루시퍼를 천상에서 몰아내는 미카엘 천사의 용맹함은 신약의 요한 계시록(12장)에 잘 기록되어 있다.
"하늘에 전쟁이 있으니 미가엘과 그의사자들이 용으로 더불어 싸울새... 큰 용이 내어 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도 하는..."
원래 이 성은 기원후 135년에서 139년사이 히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과 가족의영묘로 건축한 것이다.
그런데, 590년 유럽에 역병이 창궐하여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레고리 교황이 이 성 위에 미카엘 천사가 발현 하는환상을 보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교황의 환상과 함께 즉시 역병이 사라졌고, 그 후 이런 연유로 이 성을 산타젤로, 천사의 성이라 부르게 되었다.
중세의 유럽인들은 전염병이 떠돌면하나님께서 그들의 죄악에 노하여 천사를 보내 벌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천사의 성 옥상 전망대에 올라 이 청동상을 자세히 보면 미카엘 천사가 칼을 칼집에 꼽으려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 노하심을 거두셨다는 것을나타내고 있다.
오늘(3월 7일) BBC 방송은 천사의 성배경화면과 함께"이탈리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라는 암울한 보도를 했다.
지금 천사의 성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간절한 기도가 있을 것이다.
"주여! 우리가 저지른 많은 죄를 고백 하며 주님께 용서를 빕니다. 우리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을 다 알고계시는 주님, 우리를 용서하여 주시고 이제 미카엘 천사로 하여금 그 칼을거두게 하소서!"
나도 같은 기도를 드리고 싶다.
"전능자이시며, 만왕의 왕이신 주님! 우리를 이 환난에서 거져주시고, 다시 평화와 쉼을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