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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자·3분 남짓

아름다운 청년 알렉산드로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을 찾아갈 때처럼,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데스티네이션(Destination)을향하는 여행자의 마음도 늘 설렌다.

헬레스폰토스 해협...

처음 계획은 아테네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마케도니아를 거쳐 가려 했지만, 교통 편이 여의치 않아 이스탄불에서 여행사 버스를 이용해 찾아가고 있다.

5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아제아밧 항구는 일부러 찾는 여행객이 드물어 그런지 호젓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구름 낀 하늘 아래, 마음속에서만그려보던 헬레스폰토스 해협이 드디어 눈앞에 들어 왔다.

수많은 신화와 역사를 품고 있는 바다는 3천 년 세월이 별거냐는듯 말이 없다.

먼 옛날 신화의 시대, 그리스의보이오티아의 아타미스왕에게프릭소스와 헬레라는 두 남매가 있었다.

두 남매는 새 왕비 이오의 학대를 피해 헤르메스 신이 마련해 준 황금빛 날개 달린 양을 타고 이 해협을 건너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동생 헬레는오빠의 등 뒤에서 졸다가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신화에서 온 헬레스폰토스라는 이름은 "헬레의 바다"라는뜻이다.

그리고, BC 334년 마케도니아의 젊은 왕 알렉산드로스가 그리스를 통일한 후 페르시아로진격하며 이 해협을 건넌다.

처음 소식을 들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은 " 세상 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모른다"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그는 그라니코스 전투, 이수스 전투 그리고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연패하며 역사의 무대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이수스 전투 패배 후 다리우스는 가족들마저 버리고 도망쳐야 했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수도페르세폴리스에 정복자로 입성 하게 된다.

그가 페르시아를 통치하고 있을 당시, 다리우스의 왕비가 출산 중사망하는 큰일이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내시 데이레오스가궁을 탈출하여 다리우스 왕을 찾아왔다.

그에게 왕비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다리우스는 통곡했다.

"아아 슬프도다. 페르시아의 악령들이여!" 왕의 아내가 살아서 포로가 된 것도 모자라서, 죽어서는 왕실의 장례조차 빼앗기다니!"

그러자 내시 데이레오스는 손을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왕비마마와 전하의 자녀분들께서는 전에 누리시던 큰 축복을 하나도 빠짐없이다 누리셨습니다. 왕비마마의 장례식도적군의 공경을 받으며 성대하게 치루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전투할 때 무서운 만큼 승리한 뒤에도 온유했습니다."

고대사회에서는 피 정복자의 왕비나공주는 정복자의 소유물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용기보다 더 큰절제를 페르시아 여인들에게 보임으로이방 땅의 남자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다리우스 왕은 처음 내시 데이레오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동안 페르세폴리스에서 있었던 일의자초지종을 듣고 이렇게 한탄한다.

"차라리 내가 잔인하고 무자비한 적을만났다면 내 비참한 운명이 적어도 내명예에는 더 어울리지 않겠느냐?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젊은 남자가 적의아내에게 그토록 경의를 표할 수 있단말인가?"

그리고, 다리우스 왕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기도했다.

"만약 신들의 영고성쇠의 법칙에 의해 제국의 종말이 온다면, 알렉산드로스 말고는 어느 누구도 퀴로스(페르시아)의옥좌에 앉지 못하게 하소서!"

다리우스는 이렇게 적장이었던 알렉산드로스의 인격에 대해 하늘을 보며 존경을 표했다.

페르시아 왕비 스타테이라에 대해 알렉산드로스가 직접 언급한 일이 있다.

당시, 마케도니아 군인들은 다른 헬라스 (그리스) 지역 출신이나 용병들에 비해 군요직을 독점하며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메니온 장군으로 부터 마케도니아의 다몬과 티모테스 라는 병사가 용병의 아내를 욕보였다는 보고를 받고, "그들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야수다"라며 동향 출신인 이 두 병사를 사형에처하라고 명령한다.

페르메니온 장군에게 보낸 서찰에는 이런 말이 덧붙여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다리우스의 아내를 본 적도 없고 보기를 원한적도 없으며, 남들이 내 면전에서 그녀의미모에 관해 말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정복자로써 다리우스의 제국에 들어온 후, 왕비를 보면 다른 생각이 들까 봐 아예 그녀를 만나지도 않았다는 고백이다.

영웅 알렉산드로스의 인간의 본성을 초월한 절제다.

그는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헬라스외의 이방인들은 야만인이므로 노예로부릴 수 있다"라는 가르침과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정복지의 문화를 존중하며 그 시민들을공포로부터 해방시켜준 알렉산드로스는 어쩌면 아리스토텔레스를 넘어선 위대한철학자였는지도 모른다.

페르시아로 떠나기 전 알렉산드로스가 자신의 전 재산을 처분하여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자 부관 페르딕카스는 "전하, 전하 자신을 위해서는 무었을 남겨두시렵니까?"라고 물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희망이 남아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그의 영웅전에서 "이런기개와 마음가짐으로 알렉산드로스는헬레스폰토스 해협을 건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눈앞의 환락을 쫓으며 참을성이 메말라 가는 오늘의 청춘들이, 서른의 나이에 세계를 정복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인간을 끌어안았던 한 젊은이를 기억하기를빌어 본다.

안개비 내리는 "헬레의 바다" 선상에서2300여 년 전 이곳을 건넜던 마케도니아의 아름다운 청년을 생각한다.

김종호

•위 글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천병희 역) 에서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