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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니오 모리꼬네(Ennio Morr- conne) 전설이 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유명 연예인들에 열광하듯이 지금 50/60대장년들에게도 학창 시절 스타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이 있다.

텔레비전 콘텐츠가 빈약하고공연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에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문화생활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절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배우를 꼽으라면이소룡을 빼놓을 수 없다.

하늘을 날고 불을 품어대는 다소황당하기까지 했던 무협영화에익숙했던 때에, 영화 <정무문>의 주인공 이소룡은 신선한 충격그 자체였다.

친구들의 공부방 벽에는 링컨이나 나폴레옹보다는 이소룡이 훨씬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너도나도 이소룡의 날카로운기합 소리를 흉내 내며 헛발질을 해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선하다.

이소룡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어쩌면, 그때 청춘들은 이소룡과 같이 용감하고 의리 있는 사람이되고자 했던 꿈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또 한 사람의영화배우가 있다.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의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 wood)다.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은 이 영화가 서부영화의 판을 바꿀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66년 황야의 무법자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서부영화는 장대한 스케일과 주인공을영웅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주류를이루었다.

이탈리아 서부영화로, 주로 스페인에서촬영했다는 황야의 무법자는 스파게티웨스턴(Spaghetti Westerns)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이 영화가 조롱을 받았고, 서부영화배우의 대부 격인 존 웨인(John Wayne)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경멸하기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가 만들어진 히스토리와 상관없이, 어쨌든, 황야의 무법자는 우리 학창 시절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음은 분명하다.

좀 논다는 동네 건달들은 꽁초에 가까운담배를 물고 눈을 지그시 감고 노려보는클린트 이스트우드 폼을 많이 잡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평범하고 단순하다.

한 낯선 총잡이가 보안관 패거리와 갱단이 지배하는 마을에 나타나며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총잡이는 두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마을에 평화를 찾아 주며 떠나는 뻔한 스토리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

갱단이나 보안관 패거리들이 그를 부를 때"죠(Joe)"라고 불렀다.

"헤이 죠(Hey, Joe)"가 우리 말로 "어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니, 영화는 끝내 주인공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막을 내렸다.

엄청 재미있게 본 영화지만, 영화 본 지가50년이 넘다 보니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음악 OST는 기억 못하는 사람이 없다.

며칠 전 7월 6일 외신들은 영화음악의거장 앤니오 모리꼬네가 향년 91세로 로마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보도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던 그는 영화감독세르지오 레오네와 친분으로 황야의 무법자 OST에 참여하게 되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세계 영화 팬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며, 이 단 한편의 영화로 영화 음악계의 큰 별로 우뚝 서게 된다.

모리꼬네는 그의 음악에서 유대인 하프, 멕시코 유랑극단의 트럼펫, 하모니카, 오카리나 같은 독특한 악기를 즐겨 사용 했다.

황야의 무법자 OST에서 들려준 휘파람 소리, 종소리, 총소리 그리고 코요테 울음소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삐오오"하는소리는 가히 다른 작곡가들이 넘볼 수 없는 천재의 영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50여 년 동안 주옥같은 수백 편의영화음악, TV 작품 음악, 대중음악, 오페라 음악 등을 만들었지만 그는 황야의 무법자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로이터스(Reuters)와 인터뷰를 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It's a strait-jacket. I just don't under- stand how, after all the films I have done, people keep thinking about <A Fistful Of Dollars>" "황야의 무법자는 나에게 죄수복이었다. 내가 만든 (모든) 영화음악을 (들으며) 왜 사람들은 결국에는 황야의 무법자를 생각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황야의 무법자 OST는 모리꼬네의 영광이자 한편으로는 그의 창작의 세계를 억눌렀던 족쇄와 같았다는 고백이다.

우리 모두는 유수(流水) 같은 세월을 이길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청춘의 날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한 슬프지 않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오며 꿈결같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떠난 진정한 마에스트로(Maestro), 거장(巨匠)앤니오 모리꼬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