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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신학(Prosperous The- ology)과 길 잃은 한국교회

일제 식민, 개발 독재 그리고민주화의 질곡의 시대를 거치며기독교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기독교 가 우리 현대사에 끼친 공헌은 대단히 크다.

특히, 어렵고 힘든 시기였던 70/ 80년대, 경제의 압축성장을 이끈 한 축이 도전적인 기독교 정신과근면한 한국인 정신의 결합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의 기독교는 미국에서 왔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기독교는 적극적이고진취적이다.

이런 미국의 번영신학의 중심에는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 cent Peale)과 조엘 오스틴(Joel Osteen) 같은 목사들이 있다.

대형 서점에 가면 어김없이 자기계발(自己啓發) 코너가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좋은 책을 찾아 오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자기계발 서적들의저자 가운데 선구자와 같은 사람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노먼 빈센트 필목사다.

그의 많은 저서들 중에서도 25년 전에 발표한 <긍정적 사고방식/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은 지금도 꾸준히판매되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다.

아마존 20년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 책은, 비록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꼭 한 번은 읽어 봐야 할 명저(名著)다.

노먼 빈센트 필 목사는 긍정적사고법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저서와 강의를 통해 실의와좌절에 빠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놀라운 목사이며강연자였다.

성경의 말씀과 기도를 통해 자신 속에내제(內在) 되어 있는 능력을 끄집어내진취적인 사람으로 변화시켜 성공적인 삶을 살게 하는 그의 메시지는 강력하고능력이 있다.

노먼 목사는 성경의 많은 구절을 인용하였지만, 그중에서도 빌립보서 4장 13절을 특히 애용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I can do every- thing through him who gives me strength)."

그런데, 이런 "믿음 가운데 하면 된다" 라는 번영신학은 군사 독재와 산업화 시대에 교회를 개척했던 한국의 목회자들에게 어느 누구보다 큰 영향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당시 목회자들의 이런 도전정신은 국가를 이끌던 독재자들과 비슷한성향의 철학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교회에 적(籍)을 둔 신도들에게 말씀과 기도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와 열정을 불어넣으며교회도 함께 성장하는 놀라운 선순환(善循環)의 기적을 만들어 갔다.

오늘날 한국의 대도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들은 대부분 이런 열심을 다하는 뛰어난 목회자들 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그들도 늙었다.

어느 날, 후계자를 생각해야 할 때, 자신의 인생과 모든 것을 바쳐 이룩한 거대한 교회 건물과 수천/수만의 성도를 생각하며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많은 대형 교회 목사들은 왜곡된논리와 방법을 동원해 자식들에게 교회의 권력을 넘겨주는 세습(世襲)의 길을 택했다.

자신들이 그렇게 미워하고 신앙의 대척점에 있던 김일성 가문과 똑같은 권력 이양을 선택했으니 패러독스도 이런 패러독스가 없다.

비(非) 그리스도인들이 세습한 대형교회목사들을 "신앙의 허울을 쓰고 사람들을현혹하여 자신들의 부(富)를 쌓았다"라며비난해도 반박할 논리가 충분치 않다.

대기업의 시스템을 흉내 내며 외적 성장에비 정상적인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교회들의 필연적인 결과다.

많은 신학자들이 한국 교회를 엄청나게성장시킨 동력이 번영신학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교회들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것이 바로 신앙의 본질이 변색된 번영신학이라고 주장하는 논리가 여기 있다.

성경은 인류가 낳은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책이다.

그러나, 성경은 세상의 어느 작품보다 어려운 책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교리로는, 성경 속의말씀은 살아서 역사(役事) 하므로 "읽으면서 들어야 하는" 심오한 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는 한국 기독교 역사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 집회의 주도 세력이 수구적인 보수교회들이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사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그들의 막무가내식시위는 난동이나 다름없었다.

가이 포크스 마스크(Guy Fawkes Mask- s)를 쓰고 도심을 활보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외국의 무정부주의자 폭도 들을 보는 듯해 섬뜩한 기분마저 들었다.

생명을 경시하고 세상의 이데올로기(Ideologie)를 앞 세우며 폭력을 조장하는천박한 사이비 교리는 사기(詐欺)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했던 예수의가르침을 잊어버린 이 나라의 많은 교회 들은 세속의 욕망을 바라보며 길을잃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실망하거나좌절해서는 안된다.

기독교는 렘넌트(Remnants), "남아있는자투리" 사람들의 신앙이다.

우리 이웃에는 아직 가난한 자들, 병든자들 그리고 외로운 자들과 함께하며 복음을 전하는 수많은 참된 목회자들이 있다.

기독교는 낫위드스텐딩(Notwithstand- ing),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신앙이다.

지금은 많은 교회들이 비난을 받고, 크리스천들이 조롱을 당하고 있는 고난의 시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 들은 하나님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바라보며 묵묵히 길을 가야 한다.

구약의 장대한 세월, 신약의 2000년 기독교 역사는 종교 권력자나 거짓 선지자들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길을 걸었던 "남아있는 자투리" 사람들의 위대한 기록이다.

그들과 같은 참 믿음의 그리스도인들이 우리 사회를 더 밝고 아름다운 그리고다이내믹한 미래로 이끌어 주기를 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