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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0자·3분 남짓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는 70년대 최고의 히트 대중가요중 하나다.

가사 속의 형제는 재일교포를가리켰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해외 동포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 노래였고 외국에 있는 교포들에게는 조국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 망향가였다.

이 가요가 크게 유행하며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동백섬과오륙도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중성적이며 감미로운 목소리로불러준 그의 노래는 개발독재의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던 수많은청춘들에게 위안과 쉼을 주었다.

길을 걷다, 교정에서, 공장의쉼터에서 그리고 때로는 선술집에서 젓가락을 두드리며 멋들어지게 불러보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아름다운 대중가요는 우리와 젊은 날을 함께 했던 친구이며 애인이었다.

가수 조용필은 그 뒤에도 많은히트곡을 내놓았다.

그런데, 80년대 중반에 발표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이전의곡과는 사뭇 다른, 내래이션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였다.

철학적인 뜻이 담겨 있는 듯도 하고, 어쨌든, 나에게는 낯설고 쉽게 다가오지 않는 노래였다.

표범은 주로 밤에 먹이 활동을 하고 낮에는 나무 위나 수풀 속에서 숨어 지내는 은밀한 동물이다.

TV에서 아프리카 야생 다큐멘터리를시청하다 보면, 육식동물인 하이에나나자칼 등이, 심지어 동물의 왕이라고 하는사자까지도 썩은 고기를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표범이 썩은 고기를 먹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나는, 작사를 한 사람이 "그런 표범처럼 살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 뒤 언제인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을 읽은 일이 있다.

헤밍웨이는 아프리카에 대한 짙은 노스텔지아(Nostalgia)를 갖고 있는 작가다.

그의 퓰리쳐상과 노벨 문학상이 있게 했던 <노인과 바다>에서도, 노인은 소년에게 야구와 아프리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 듯한 구절이 있다.

그리고, 노인은 잠을 자면 늘 아프리카의사자 꿈을 꿨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파리(Safari)를 하며 일어난 사건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이다.

비정(非情)하고 냉혹한 문체를 일컫는하드보일드(Hard-boild) 스타일의이 헤밍웨이의 작품은 제목과는 달리 상당히 난해(難解)하다.

남자 주인공 해리의 캐릭터(Character) 에 대해 이런 구절이 있다.

"그가 다른 여자를 사랑할 때 그 여자는 늘 지난번 여자보다 돈이 많았다."

남자는 잘 생겼고 말 잘하는 여자 호리는선수임을 금방 눈치챌 수 있으며, 그의 사랑은 애정으로 포장된 생계 수단임을알 수 있다.

그의 곁에 있는 새 애인은 남편과 아들을 잃은 돈 많은 미망인이다.

이 둘은, 대어(大魚)를 낚아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남자와, 돈은 쌓여 있지만 인생의 낙(樂)을 잃어버린 여자가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커풀이다

이들은 아프리카로 사파리를 떠난다.

그러나, 근심 걱정 없는 삶, 라 돌체 비타 (La Dolce Vita)의 시작으로만 보였던 이 여행 중에 해리는 뜻하지 않는 사고를당한다.

영양 무리의 사진을 찍다 허벅지를 가시에 긁힌 후,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아 파상풍에 감염되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죽음을 직감한 해리는 자신의 지난 삶을 송두리째 비웃는 듯한 조소(嘲笑)를 끊임없이 내뱉는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썩어가는육신의 냄새를 맡고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바라보며 죽어가는 한 남자를 통해 헤밍웨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본문 보다 앞 부분 의 시(詩)처럼 쓰인 작가의 짧은 프롤로그(Prologue)가 더 인상적이다.

"킬리만자로는 해발 19,710 피트의 눈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응가예 응가이', 즉 '신의 집'이라 부른다. 서쪽 봉우리 가까운 곳에 얼어서 말라붙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 이 표범이 무엇을 찾아 그 높은 곳까지 왔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고 사회 전반이투명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강남 아파트와 아파트과다 소유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안목을 갖고 강남에 아파트를 마련해서 살고 있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무능함과 괜한 시기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불의한 정보를 이용해서, 혹은 순전히투기할 목적으로 특정지역에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못하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구별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라 위해 일하겠다고 떠드는 것을 우리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귀중한 명예를 갖고 있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깨끗하지 못한 곳을 향해 곁눈질을 하는지 참으로 이해 불가다.

조용필의 노래를 쓴 양인자는 킬리만자로표범의 의미(意味)를 오해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표범의고고(孤高) 함이 아니라, 그와 정 반대로, 편한 먹이와 쉴 수 있는 초원을 떠나 더 좋은 허망한 먹이를 찾아 산봉우리까지올라와 얼어 죽은 표범의 어리석은 욕심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른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 해리가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고 더 돈 많은 여자를 찾아끊임없는 허영의 삶을 쫓았듯이...

작가의 프롤로그 마지막 문장은 "표범이 그 높은 곳까지 온 이유를 모른다"라며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소설은 부질없는 부를 쫓는 한 인간의 파멸을 통하여 인생의 에번에슨스(Evanescence), 무상(無常)의 메시지를분명하게 들려주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