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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Justice)에 대한 해석(解釋)

해마다 세모(歲暮)가 되면 교수 신문은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발표한다.

2019년에는 "공명 지조(共命之鳥)"라는 말을 선정했는데,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를 뜻하며,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자칫 공멸(共滅)로 갈수 있다는 우려의말이라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우리의 사자성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미국에서도 "올해의 단어"라는 것을 발표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사전 출판사메리엄 웹스터(Merriam Webster)가발표하는 그 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검색했던 단어다.

우리의 어려운 사자성어와 달리 대부분 평범한 단어들이다.

2020년, 올해는 팬데믹(Pandemic)이선정되었다.

그런데, 2018년 그 해의 단어에 선정되었으며, 다른 해에도 자주 상위권에 오르는 어휘가 있다.

바로 "정의(正義)"라는 뜻을 갖고 있는저스티스(Justice)다.

10세기부터 12세기까지 유럽은 노르만(Norman)족 정복의 시대였다.

북유럽에 근거지를 두고 침략과 해적질을 일삼던 바이킹 노르만족은 언젠가부터 따뜻하고 살기 좋은 정착지를 갖고 싶어 했다.

이런 의도로 서기 820년 그들이 프랑스 지역을 공격해 왔고, 지루한 싸움 끝에노르만의 "롤로 공"과 서 프랑크 왕국의 "찰스 3세"의 조약으로 노르만족은 드디어 프랑스에 "노르망디 왕국"을건설하게 되었다.

이 노르망디 왕국은 점점 힘을 길러 강력한 유럽 정복 세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잉글랜드의 노르만 침공도 이들이 주인공이다.

1066년 벌어진 "헤이스팅스(Hastings)" 전투에서 노르만 공작 "윌리엄"은 잉글랜드의 "해럴드 2세"를 완파하며 잉글랜드에 노르만 왕조를 건설하게 된다.

이 헤이스팅스 전투는 영어(英語) 발전사(發展史)에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다.

노르만인은 바이킹의 후예였지만, 당시 그들은 이미 프랑스에 200년 넘게 정착 하며 동화되었기 때문에 반은 프랑스인이었다.

바로 이 노르만인들이 프랑스어와 프랑스어 화(化)한 라틴어를 갖고 잉글랜드의 지배계급이 된 것이다.

우리가 영문으로 된 책이나 신문을 볼 때 수많은 프랑스어와 라틴어에서 차용한 어휘들을 만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국에 프랑스어와 라틴어를 들여와 영어의 어휘를 풍요롭게 만들어준민족이 바로 바이킹 노르만인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흥미롭다.

특히, 당시 노르만인들이 잉글랜드의지배 귀족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던 라틴어로 법률이나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오늘날 영어의 법률 관련 어휘가 거의 대부분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다.

저스티스(Justice)는 이때 잉글랜드에 들어온 대표적인 라틴어 법률 용어다.

잉글랜드에는 이미 비슷한 의미의 옛영어인 Law(법), Fair(공정), Right (올바름) 같은 어휘들이 있었지만, 차츰저스티스(Justice)는 사법정의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미국 법무부는 디파트먼트 오브 저스티스(Department of Justice)라고불린다.

법무부를 상징하는 이 저스티스(Just- ice)는 검사를 포함한 법무부의 공직자들에게 법을 왜곡하거나 남용하지 말고엄정하게 집행하라는 명령과 같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추론(推論)을 해볼 수 있다.

"많은 학자들과 심지어 영어에 상당한조예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저스티스(Justice)를 막연히 '정의'라고 알고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서 잘못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저스티스(Justice)는 성경(聖經)이나플라톤이 말하는 폭넓고 막연한 의미의 정의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의를 표현하는 영어 어휘는 라이트(Right)에 가깝다.

저스티스(Justice)는 "법에 의해, 어떠한외부적 환경 혹은 간섭 없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조금 더 나아가, 사회적 시스템이나 규범에 의해 사건을 편견없이 판단하는 것을의미한다.

몇 년 전, 배분(配分)의 정의에 대해심도있게 파헤친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의 베스트셀러"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What's the right thing to do?)"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의를 설명하기 위한 이런 구절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란 이렇다. 예(例)를 들어 (연주자들에게) 플루트(Flute)를 하나씩 배분하기로 하자. (플루트는 모두 품질이 다르다) 그러면, 누가 최상의 플루트를 받아야하는가? 그것은 최고의 플루트 연주자들이 받아야 한다(the best flute play- ers). (이 결정을 하는데) 다른 어떤 요인, 예를 들어 부(富), 훌륭한 가문 , 빼어난 외모 혹은 제비뽑기 등으로차별한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It would be unjust to discriminate on any other basis, such as wealth, or nobility of birth, or physical beauty or chance <a lottery>.)"

그 사람이 갖고있는 "부(富)나 가문(家門)"이 판단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저스티스(Justice)란 사법(司法)에 이런 공정의 원칙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우리 사법제도와 문화는 일제 식민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혹한의 시대에 태어난 사생아 같은 문화를 아직도 끌어안고 싸움박질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아카데미상을 받고 빌보드 차트 1위를 하는 문화 강국에서, 아프리카에서도구경 못하는 "전관예우(前官禮遇)"를포기 못해 난리 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우리 옛말에 "시작이 반이다", "첫 술에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다.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과 약점(弱點)들이 있지만, 사법개혁의 드라이브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사법정의를 이루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遙遠) 하다.

건국 후, 아직까지 쟁취하지 못한 우리사법(司法)의 저스티스(Justice)...

이제, 시민들이 찾아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