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一月)의 노래
로마의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광장과 성당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수많은 그림과조각상들은 로마가 신(神)들의 도시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신들이 로마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그리스에서 건너와 이름만 바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리스와 상관없이 로마에서 태어난 유일한 신이 하나 있다.
야누스(Janus)다.
야누스는 흔히 드라마나 문학 작품에서 이중적(二重的) 인격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로마의 고전(古典)에서 야누스가 선(善)과 악(惡)의 두 신성(神性)을 갖고 있다고 묘사한 작품은 없다.
야누스는 앞과 뒤에 얼굴이 있는 두 얼굴의 신이다.
그는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가 사비니족처녀들을 납치하므로 벌어진 전쟁에서 뜨거운 물을 품어올려 로마의 전사들을보호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이런 연유(緣由) 때문에 야누스는 로마 건국 초기 때부터 숭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누스는 문(門)의 신이다.
시작(始作)은 문을 통과해야 하므로 야누스는 시작의 신이다.
그래서 그는 로마인들이 신들에게제사를 올릴 때 가장 먼저 제주(祭酒)를받았다.
한 해의 첫 달인 영어의 일월, 젠유어리(January)도 야누스를 말하는 라틴어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태어난 말이다.
당연히, 로마인들은 일월의 첫날은야누스에게 축복을 기원했다.
위대한 시인 오비디우스는 그의 작품 <로마의 축제들>에서 일월의 초하룻날을 이렇게 노래했다.
"쌍두(雙頭)의 야누스여, 소리 없이 흘러가는 한 해의 근원이여, 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 등을 볼 수 있는 이여, 자신들의 노력으로 비옥한 땅과바다에 평화를 보장하는 우리 장군들을 도와주시고원로원과 *퀴리누스의 백성들을도와주시고 머리를 끄덕이시어 그대의 찬란한 신전의 문을 열어주소서.
축복받은 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그대들은 나뿐 것은말하지도 생각지도 마시오. 오늘은 좋은 날이니 좋은 말만 해야 할 것이오. 소송에 귀 기울이지 말고사악한 말다툼일랑 당장 멀리하시오.
오늘은 그대들의 일을 뒤로 미루시오, 시기심 많은 무리들이여!
대기(大氣)가 향기로운 불꽃으로빛나고, 불타는 제단의 화로에서*킬리키아의 사프란이 바지지직대고 있는 것이 보이십니까? 불꽃은 신전들의 황금 벽들을광휘(光輝)로 어루만지고신전들의 지붕에 떨리는 불빛을 뿌리고 있습니다.
반갑도다, 즐거운 날이여 언제나 행복한 날로 돌아오라. 세계를 지배하는 백성들이경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여."
(퀴리누스는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의 죽은 영혼으로, 로마의 군신軍神이다. 따라서, 퀴리누스의 백성은로마인을 말한다. 킬리키아는 소아시아, 지금의 터키 남동해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야누스는 두 얼굴의 신이다.
앞 얼굴은 새해를 바라보는 얼굴이고, 뒤쪽 얼굴은 지난 해를 돌아보는 얼굴이다.
그렇다.
우리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그래서 야누스는 앞만 보고 가지 말고,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 보며 숙고하라고당부하고 있다.
지난해 내 삶 속의 잘못과 허물들을찾아내서 반성하고 마음속에 담아두라는 이야기다.
비록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어려움 가운데 감사해야 할 일들을 또기뻤던 순간들을 찾아서 기억하라고충고하고 있다.
그 반성과 감사함 위에 신년을 축원하여큰 복을 받으라고 말하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이 야누스를 통해서 들려주는 세월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가르침이 심오(深奧) 하기만 하다.
오비디우스의 노래처럼 신년 첫 달에는 좋은 것만 생각하고 우울하고 언짢은 일들은 떠올리지 말자.
특별히, 사람들을 미워했고, 불화(不和) 했고 말다툼했던 일들은 생각지도 말자.
나에게도 많은 감사함이 있지만, 특별한고마움이 하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변변치 않은 글을 읽어 주고 또 격려해 준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신축년(辛丑年) 새해에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가정과 집안의 복의 근원이 되어 건강하고 만사형통(萬事亨通)하므로 복에 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