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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오비쉬(Snobbish)

사흘 전 월요일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 씨의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이화제다.

영국뿐만 아니라 서방 여러 나라에서 웃음을 안겨준 발언은 아래내용이다.

"Thank you so much for this award. Every award is mean- ingful, but this one, especially being recognized by British people, known as snobbish people, and they approve me as a good actor, l am very happy. Thank you so much. 이 수상에 대해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수상이 의미가 있지만, 특별히 고상한체한다고 알려진영국인들이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주어 정말 행복합니다. 대단히감사합니다."

스노오비쉬(Snobbish)라는 말은"고상한체하는/속물적인"이라는 의미의 다소 조롱섞인 어휘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절대로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큰 명예를 준 국가의 시상식에서 이런 어휘를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윤여정 씨의재치가 놀랍다.

나도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영어를 가깝게 하며 살아왔지만, 그녀가 부드럽고 꾸밈없는 언변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을 보면 언어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윤여정 씨의 영어 인터뷰를 보면세련되고 유창하다고 말하기는어렵다.

그러나, 청중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웃음 짓게 하는 그녀의 말재주는타고난 것 같다.

스노오비쉬(Snobbish)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가 있다.

"딜레탕트(Dilettante)"라는 어휘 다.

이 말의 어원은 "즐기다"라는 뜻의이탈리아어 "Dilettare"이지만, 프랑스를 거쳐 영어화 된 말이다.

돈을 많이 번 큰 부자가 "취미로예술품을수집하고 평가하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문제는, 이 사람이 예술에 대한안목과 지식이 "수박 겉 핥기" 정도 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얕은 지식을 갖고 예술을 사랑한다며 고상한척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연히 딜레탕트(Delittante)는못마땅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윤여정 씨만큼의 유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딜레탕트(Delittante)도 얼마든지정감 어린 말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어휘들과 달리, 영어에는 한 단어가 아예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품고 있는 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콘디센드(condesce- nd)라는 어휘 같은 것이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언행이 공손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이나 눈빛에서 야릇한 거만함을엿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오만한 겸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태도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분명히 겸손도 도가 지나치고 가식적일 때는, 그 겸손이 오히려 교만함으로 보일 수가 있다.

콘디센드(Condescend)는 "자신을 낮추다"라는 뜻과 "잘난체하다"라는 상반된 의미를 함께 갖고 있는 묘한 단어다.

이렇게 언어는 말하는 사람과분위기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千差萬別)인 것 같다.

어느 어학자의 "단어는 모든 문장에서 다 다른 뉘앙스(Nuance)를 갖고 있다"라는 주장이 떠오른다.

어쨌든, 윤여정 씨로부터 스노오비쉬(Snobbish)라는 말을 들은영국인들은 유쾌한 유머로 받아들이며 즐거워했다.

윤여정 씨는 올해 74세라고 한다.

세계인들이 <미나리>를 통해서 그녀의 눈부신 자연스러운 연기를알아볼 때까지, 그저 평범한 연기자 중 한 명이라고 여기던 우리들 이 왠지 무안(無顔) 해진다.

'저네사이쿼아(je ne sais quoi)"는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지만 좋은 것"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영문 칼럼 같은 글에서 종종 사용하는 어휘다.

그녀의 연기에는 분명히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매력 "저네사이쿼아"가 있다.

윤여정 씨는 4월 25일 여우 조연상 후보 자격으로 세상 모든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인 아카데미 시상식(The Academy Awards) 레드카펫(Red Carpet)을 밟는다.

그날 여우 조연상의 주인공이 되어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지평(地平) 을 열고, 후배 연기자들에게 꿈을심어주고, 또, 수준 높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