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資本主義)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세상 살다 보면 세월만큼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스승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재난과 부(富)의 인과관계(因果關係)가참 흥미롭게 보인다.
전쟁, 자연재난, 경제 위기, 전염병 같은 사회적 격변이 닥치면 평범한 사람들은 의기소침하여 허둥 대지만, 비범한 사업가들은 이런 혼란을 자신들의 부를 늘리는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려 눈을 부릅뜬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국가적 재난이었던 IMF 사태나 금융위기 때 사업을 확장하고 큰 부자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도예외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3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지금도 재앙의 한 가운데 있지만 민첩한 사업가들과 투자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 중에서도 소위 파머 자이언츠(Pharma Giants)라고 불리는 세계적 제약업체들의 발 빠른 행동이돋보인다.
바이오 엔 테크(Bio N Tech)와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화이자(Pfizer)는 지난 2월, 올해(2021년) 예상 매출을 150억 불($15 billion) 로 발표했는데 불과 2개월 후인4월에 이를 260억 불로 상향 조정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백신을 개발 한 제약업체들은 속된 표현으로 돈방석에 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 예기치 않은 변수(變數)가 생겼다.
미국의 진보적 인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on CO- VID-19) 일시적 포기"라는 논란이다.
신약(新藥)은 WHO에 의해 20년 간 지적 재산권(知的財産權), 즉, IP (Intellectual Property)가 보장 된다.
"지재권(知財權) 일시 포기"라는카드까지 꺼내든 미국 정부의 속내가 복잡한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저개발 국가들에게도 백신의 원활한 공급"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도의 상황을 분석 하며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AFP 통신 기자에게 밝힌 미네소타 메이요 클리닉 질병 예방 관리프리야 삼파트쿠머(Priya Samp- athkumar) 의장의 주장이 미국보건당국 관리들의 걱정을 대변(代辯) 하는 것으로 보인다.
"Vaccinating more people in the US is not going to help us if the variants in India, Nepal and South Asia get out of con- trol and hit our shores."
"만약, 인도, 네팔이나 남아시아 같은 곳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여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이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전파된다면, 미국인들의 대량 백신 접종이 (코로나 종식에 )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고심하던 바이든 정부가 특허권일시 면제(免除) 지지를 선언했다.
이 특허권 일시 포기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지지하고 있지만 독일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독일이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이자와 공동으로 백신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 엔 테크가 독일 회사이며, 독일의 또 다른 제약회사큐어백도 곧 "메신저 리보핵산, m RNA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다.
막대한 매출과 이익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지재권(IP) 포기에 대해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 빌 게이츠다.
그가 내세운 논리는, 만약, 지재권을면제해버리면 누가 막대한 자금을투자하여 더 좋은 백신과 치료제를개발하겠느냐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주장은 독일의 메르켈총리가 아래와 같은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하는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Rather, I think that we need the creativity and the power of inno- vation of companies - and to me , that include patent protection."
"(지재권을 면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약회사들의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저력이라고 본다. (따라서) 나는제약회사들의 특허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허권 포기를 지지하는 인사들의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프란시스(Francis) 교황은 특허권포기를 지지하며, 인류는 누구나 백신 접종을 손쉽게 받아야 한다는"백신의 보편적 허용(Universal Access to The Vaccine)"을 주장했다.
교황은 더 나아가, 제약회사들이 이익을 위해 특허권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사유화 바이러스(Virus of individualism)"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컬럼비아 대학의 제프리 삭스(Jeff- rey Sachs) 교수는 제약회사들이특허권 포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며 잠재적살인 행위라고 맹비난을 하고 나섰다.
그는 5월 3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on COVID -19)"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제약사들의 "지재권 면제는 자신들의 정당한 이익(Rightful Profit)과 미래 신약개발을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Financial Incentives for future drug development)를 박탈 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터무니없는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 이유는, 현재 바이오 엔 테크와모더나가 갖고 있는 지적 재산권은 그들이 자체 연구개발로 얻었다기보다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을지원받은 연구기관에 의해 완성된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회사의 mRNA 백신의"과학적 핵심 이론(Key Scientific Breakthroughs)"은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두 연구기관에서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교수는 ,당연히, mRNA백신의 핵심 특허권은 아직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갖고 있으며, 이 대학이바이오 엔 테크와 모더나에게 2차라이슨스(Sublicense)를 준 것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미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에 100억 불($10 billion)이 넘는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언급했다.
제프리 삭스 교수의 주장이 상당히논리적이며 심층적이다.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수많은 어휘와 논리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가장 단순한 말로 표현하면 "인간의 원초적 탐욕"이다.
이 탐욕이 이노베이션(Innovation), 즉,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자본주의중심축인 기술발전을 주도했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 빌 게이츠 그리고 제약회사들이 주장하는정당한 욕심을 비난하고 이를 박탈 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에배치(背馳)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월 10일 현재까지 생산된 코로나 백신 12억 도오스(Doses) 중 저개발 국가에 수출된 물량이1퍼센트 미만이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잔인한 민낯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미리 샤마(Mihri Sharma)의 최근 칼럼 "글로벌 백신 위기는 자본주의의 시험(Global vaccine crisis is a test of capitalism)"이라는논제(論題)는 서방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는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예정되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뛰어난 인프라(Infrastructure)와 기술력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글로벌 백신 공급 확대를 누구보다 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가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체결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화이자에 비해 지명도가 뒤지고국제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모더나가 대한민국을 백신 생산 허브로점찍어두고 있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