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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인도 퍼시픽 (Indo Pacific)

아시아 퍼시픽(Asia Pacific)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친숙한 어휘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유럽과 미국에서 아시아 쪽으로 움직이며 사용하기 시작한 "아시아 퍼시픽"은 차츰 국제 정치 경제 분야의 중요한 시사용어로 자리잡았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 중에서도 경제와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는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이 아시아 퍼시픽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나라 중에서, 특히,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는 서방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스피드였다.

그동안 중국은 양질의 공산품을 저렴한가격에 공급하고, 구매력이 상승한 중산층이 증가하며 형성된 방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경제를 견인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도 자신들의 안정적인 경제를 위해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중국의 성장을 최대한 이용했다.

그러나, 중국이 시진핑 시대로 접어든후, 2015년 글로벌 기술 제패를 상징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 na 2025)"와 "디지털 실크 로드(Digital Silk Road)"를 선언하며 서방세계를아연 긴장시켰다.

중국은 뉴 테크놀리지, 즉,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나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 같은 미래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심을노골화했다.

중국의 기술 팽창 정책에 맞선 오바마행정부의 전략이 바로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이며, 그 의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권력 축(軸) 이동 전략"이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아시아 퍼시픽이라는 단어 대신 인도 퍼시픽(Indo Pa- cific)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이때부터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문서에서는 아시아 퍼시픽이라는 용어는 사라졌다.

따라서, 아시아 퍼시픽이 자연 발생적어휘였다면, 인도 퍼시픽은 순전히 인위적(人爲的)인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아시아 퍼시픽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 것은, 이 어휘 속에 "중국 중심"의 뉘앙스가 너무 짙게 풍기고 있다고판단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정부의 인도 퍼시픽정책의 초기 때만 해도,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두 용어를 함께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퍼시픽이라는 말은 아예 사라진 모양새다.

트럼프 정부 시절 인도 퍼시픽에 대한 유럽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었다.

유럽의 이런 입장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동맹국 폄하(貶下)에 대한 거부감도 적잖게 작용했다.

그러나, 유럽의 이런 스탠스(Stance)는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겪으며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국이라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국의 계속적인 책임회피와 안하무인격인 주장에 유럽 국가들도 많이 놀란 모습이다.

지난 5월 4일부터 3일간 런던에서 열렸던서방/선진국 G-7 외무장관 회의는 기존의 그룹 멤버인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외에 한국, 인도 그리고 호주의 외무장관들이 초청되었다.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었지만, 이 모임의 숨길 수 없는 핵심 의제(議題)는 "인도 퍼시픽 동맹 강화"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을 만난 자리에서 미 국무장관 안토니 블링컨(Antony Bl- inken)은 이렇게 말했다.

"It is not our purpose to try to con- tain China or to hold China down. What we are trying to do is to up- hold the international rules- based order that our countries have inves- ted so much in over so many deca- des to the benefit, l would argue, not just of our own citizens, but of people around the world."

"우리의 목적은 중국을 억누르거나 제압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G-7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이익을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헌신으로 이룩한 국제적 합의 위에 정착된 질서를 지키려는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인도 퍼시픽 정책의 실질적 성과는 인도, 호주, 일본과 함께결성한 안보체제 쿼드(Quad)다.

미국은 추후 기존 4개국과 함께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를 포함한 "쿼드 플러스"를 결성해 유럽의 네이토(NATO)와 유사한 태평양 지역 안보 동맹 체제를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쿼드의 목적은, 미국이 지금까지 지켜 왔던 패권(霸權)국가의 지위를 넘겨주지않겠다는, 중국 봉쇄다.

따라서, 미 국무장관 블링컨의 런던 발언은 수사적(修辭的) 레토릭(Rhetoric)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의 데이비드 이그네이티어스(David Igna- tius)는 탁월한 칼럼니스트다.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정확한 정보력, 그리고 통찰력이 결합된 그의 칼럼은 늘 시대를 꿰뚫는다.

그는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무역 전쟁을 가장(假裝)한 기술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2월 16일 자 그의 칼럼 "US plans techno-demacracies alliance(미국민주진영 기술 동맹을 계획하다)"에서 다시 한번 미중 패권 싸움을 기술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미래 핵심 테크놀로지에서 압도 하는 것만이 부상(浮上)하고 있는 중국을제압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선상에서 미국은, 이미, 상당 기간 동안 "민주진영 기술 동맹" 구축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 그룹에 참여를 희망하는, 이니셜 그룹(Initial Group)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선진 민주국가(Technologically Advanced Democracies)는 미국을 포함한 호주, 영국,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인도, 이스라엘, 한국, 일본, , 스웨덴 등이다.

미국이 말하는, 소위, "T-12" 기술 선진국들이다.

T-12 기술 강국에 한국이 포함된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디지털 기술혁명을 안착(安着)시키고리드(Lead)해 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쩌면 이 중에서도 핵심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되기는 했지만, 작년 서방/선진 G-7 정상 회의의 의장국이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호주, 인도와 함께 한국의 문 대통령을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G-7 확대개편을 줄곧 주장했는데, 이는 미국의 많은 싱크탱크(Think Tank)들이 구상 하고 있는 미래 민주진영 기술국가 그룹T-12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었음이틀림없다.

그리고, 올해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작년 11월 문 대통령과통화 중, 문 대통령을 호주, 인도 정상과 함께 G-7 회담의 게스트(Guest) 국가로정식 초청을 했다.

오는 6월 11-13일 영국의 남서부 콘월(Cornwall) 휴양지 카비스 베이(Carbis Bay)에서 G-7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G-7 정상회담 문 대통령 참석은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임을 알리는 데뷔(Debut)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진국 진입을 시기하고 방해 했던 일본의 훼방을 이기고 이룩한 성과라서 더 빛난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강화되어가고 있는 인도 퍼시픽 시대에 민주 진영의 선도(先導) 국가로 우리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야 한다.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원만히관리하며, 선진국으로 성큼 들어선 대한민국이 이제 어떤 길을 선택할지, 그리고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