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Pizza)의 고향 나폴리(Napoli)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조금 불쾌한 일이 있고 구경거리가기대에 못미쳐도, 먹는 음식이 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음식이 여행 중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말해주는 단적인 여담이다.
특히, 낯선 곳을 안내인 없이 목적지를찾아다녀야 하는 배낭여행자들은 먹고 마시는 것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음식을 잘못 먹고 배앓이라도 하게 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가본 지방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발견하면 편안한 마음이 든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현지에서 얻는 경험이 제일이다.
나 같은 경우는, 낯선 곳에 가면 숙소에 짐을 푼 후 주위를 돌아보며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슈퍼마켓이다.
진열해 놓은 생필품이나 먹거리를 보면, 그곳 주민들의 주식이 무엇이며 무슨 채소나 과일을 즐겨먹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거리나 시장통을 걸으며 음식점들을 눈여겨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대개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거나 많이몰려 있는 식당에 가면 실패할 확률이적고, 무엇보다 음식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왜냐하면, 식당 음식이란 어디를 가든지맛이 우선이지만,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와 재료의 회전을 빨리해 신선도를지켜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동이나 유럽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이탈리아 음식이 우리 입맛에 가장 잘맞는다고 말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Pasta)라는 국수를 주식으로 먹기 때문에 유럽의 타 지방에 비해이질감이 덜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파스타는 우리도 즐겨먹는 스파게티(Spa- ghtti), 짧고 동그란 면에 구멍이 난 마카로니(Marcaroni), 넓적한 면의 페투치니(Fettuccini) 등 그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
파스타의 소스를 토마토나 우리에게생소한 향신료들을 많이 사용해 편하지는 않지만, 잘 살펴보면 우리 국수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파스타 뿐만아니라, 오늘날 이탈리아 음식은 건강하고 맛있는 지중해 음식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의 대표는 뭐니 뭐니 해도 피자(Pizza)다.
피자는 이제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중의 하나가 되었다.
피자의 고향은 나폴리다.
나폴리 피자는 2017년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되었다.
이탈리아 정부에서도 나폴리 피자의전통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농림부의 "나폴리 피자 8개항지침" 같은 규정이 좋은 예다.
피자는 전 세계에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이탈리아 내에도 다양한 피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농림부는 나폴리 피자는 "마르게리타(Margherita)", "엑스트라마르게리타(Extra Margherita)", "마리나라(Marinara)" 등 3종류에 한정한다고규정하고 있다.
농림부 지침은 피자의 크기, 화덕의 종류, 토마토 및 밀가루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언급하고 있다.
그중 중요한 내용을 보면, 피자는 반드시 장작 화덕에 구워야 하고 도우(Dough) 의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해야 하며, 크러스트(피자의 테두리) 두께는 2cm 이하, 그리고 가운데 두께는 0.3cm 이하로규정하고 있다.
토핑(Topping)은 토마토소스와 치즈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잡다한토핑 재료를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나폴리 피자는 의외로 그 재료나굽는 방법이 단순하다.
그래서 그런지, 두껍고 토핑이 풍부한미국식 피자에 비해 맛이 담백하고 위에도부담을 훨씬 덜 준다.
세 종류의 피자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마르게리타는 아펜니노산맥 남쪽에서 생산되는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소스를 사용하고바질(Basil) 잎을 토핑 한다.
마르게리타의 색깔이 치즈의 흰색, 토마토의 붉은색 그리고 바질의 녹색이 이탈리아국기를 상징한다는 나폴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어쨌든, 피자의 종류가 수도 없이 많지만, 이탈리아 피자의 대표는 나폴리의 마르게리타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유럽여행 중 피자집에 들어가게 되면 무엇을 주문할까 고민할 필요 없이마르게리타를 시키면 무난할 뿐만 아니라 그 집 피자 맛이 어떤지 금방 알 수 있다.
나폴리는 가볼 만한 곳이 꽤 많다.
세계적 미항(美港)으로 알려진 산타 루치아 항(Porta Santa Lucia), 성에 오르면 나폴리 만(灣)과 베수비오 산이 절경을이루는 카스텔 델 오브(Castel Dell'Ove), 나폴리 시내와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 델모 성(Castel Sant Elmo) 등은 놓칠수 없는 여행지다.
그러나, 나폴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왜 나폴리에 왔냐고"라고 물으면 "나폴리피자를 먹기 위해 왔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폴리는 기원전 5-6세기 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와 함께 그리스에기원을 둔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이 도시는, 이름도 네아 폴리스(Nea Polis), 즉 새로운 도시라는 그리스어(語)다.
나폴리의 역사를 알고, 이 고도(古都)의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꼭 찾아가야 할 곳이 있다.
천년의 도심(都心), 스파카나폴리(Spaccanapoli)다.
나폴리 중앙역 앞 가리발디 광장에서15분 정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트리부날리(Tribunali) 거리에서, 단테 광장을 향해 가로세로로 이어진 골목길들이스파카나폴리다.
스파카나폴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다른 유럽의 도시 골목에 비해 어둡고칙칙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곳이 바로 나폴리 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으로, 진정한 나폴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닥다닥 줄지어 있는 건물들 사이로미로처럼 나있는 골목에는 기념품 판매점, 식당, 잡화점, 과일가게 그리고 피자를굽는 피체리아(Pizzeria)가 있다.
이름 있는 피자집에는 점심 시간이 다가 오면 어느새 몰려온 관광객들로 기다란줄을 이룬다.
나폴리에 가서, 피자 장인인 피자이올로(Pizzaiuolo)에게 피자 도우 만드는 비법을 물으면 대부분 웃으며 특별한 비밀이 없다고 한다.
다만, 베수비오 지역에서 얻은 화산토로 만든 화덕에 나폴리 근방에서 생산되는 밀가루, 신선한 물소 젓으로 만든 모차렐라치즈 그리고 최상의 토마토와 바질을 사용 해 정성껏 만드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겸손한 대답 같지만 세상의 어디도 쉽게 나폴리 피자를 흉내 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 웃음이 나온다.
나폴리 피자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아무리 이름난 피자집이라 해도 한 판에5유로를 크게 웃돌지 않는 저렴한 가격이다.
나폴리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애환을 함께했던 피자는 절대 가격이비싸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만큼 피자는 서민들과 늘 가깝게 있다.
팬데믹이 끝나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가 나폴리다.
시간을 넉넉히 갖고 나폴리의 피자집들을 다시 찾아다니고 싶다.
그리고, 스파카나폴리 골목길을 걸으며, 나폴리 서민들의 슬픔과 기쁨 , 좌절과 희망을 가장 잘 묘사했다는 엘레나 페렌테의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 주인공 "릴라"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