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2,138자·3분 남짓

비운의 작곡가 슈베르트

젊었을 때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 있었다.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들이었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기타를 배워보려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도대체, 그 방면에는 소질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지금까지 음악에 대해 공부하며진지하게 접근해 본 일이 없다.

당연히 클래식 음악에 관한 지식도깊지 못하다.

다만, 글을 읽다가 특별한 음악가를 만나게 되면 자료를 찾아보며 더 알아 보려 노력했던 정도였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를 모은 책을 읽고 그의 삶의 흔적을 찾아 나선 것처럼 나는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도 그렇게 만났다.

그런데, 슈베르트를 알아가면서 그의 삶이 미술계의 고흐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처절한 가난 때문에 고흐가 물감 살 돈을 늘 걱정했듯이 슈베르트는 오선지 구입할 돈이 없어 괴로워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살아생전에 자신의 작품들이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으며 고독한 삶을 살아야 했다.

슈베르트는 괴테와 베토벤을 무척 존경 했다.

그는 베토벤을 만나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그때마다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그 두 사람은 몇 불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았다.

결국, 슈베르트는 죽기 1년 전에 베토벤을 만나게 되었는데, 베토벤은 곧 슈베르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좀 더 일찍 그를 만나지 못했던 것을 크게 아쉬워 했다고 한다.

슈베르트와 괴테의 관계는 후세의 사람들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1000곡에 가까운 작곡을했는데, 특히, 그는 시와 문학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슈베르트의 대표작 가운데 <마왕>이 있다.

이 작품은 그가 18세 때, 괴테의 시마왕을 읽고 그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이다.

슈베르트는 악상(樂想)이 떠오르면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단숨에 오선지를채우는 일이 많았는데, 그의 친구에 의하면, 이 명곡을 완성한 기간이 불과 1시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괴테의 마왕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아픈 아들을 안고 절박한 마음으로 집을 향해 말을 모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들은 자신을 저승으로 끌고 가려는마왕의 모습과 유혹의 목소리를 듣고 아버지의 품속을 파고든다.

괴테의 시 마왕의 일부다.

"아들: 아버지, 아버지 당신은 마왕이 보이지 않아요? 왕관을 쓰고수행원을 데리고 있지 않아요? 아버지: 아가야 조용히 쉬어라. 그것은엷게 퍼진 안개란다. 마왕: 애야, 나와 함께 가자꾸나. 예쁜 내 딸들도 너를 기다리고있단다. 내 딸들은 너를 잠재우기 위해 요람을 흔들고 춤추고 노래 할 것이다."

두려움에 몸을 떠는 아들을 안심시키며, 아버지는 온 힘을 다해 말을 몰아 집에도착했지만, 그러나, 아들은 이미 숨을거둔 뒤였다.

슈베르트의 친구들은 가곡 <마왕>을 듣고, 시 속의 아버지의 절박함과 아들의 두려움 그리고 아들의 생명을 빼앗아가려는 달콤한 마왕의 속삭임을 완벽하게 묘사한 그의 천재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친구들은 이 곡을 괴테에게 보내자고주장했다.

소심했던 슈베르트는 대문호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아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이듬해 19살 때친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작품을 괴테에게 보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괴테로부터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당시,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과 <파우스트> 같은 수많은 명작을 발표한 60대 중반의 대 작가로 유럽 문화계에 우뚝선 인물이었다.

따라서, 괴테가 슈베르트를 인정해 주는 평가를 한 번만 해주었다면, 슈베르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14년의 세월이 흐른 1830년 어느 날, 음악회에 참석한 괴테는 한여가수가 부른 슈베르트의 <마왕>을 듣게 된다.

괴테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시상(詩想)을 너무 완벽하게 표현한 노래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다.

괴테는 여가수에게 "도대체 이 시에 누가 곡을 붙였느냐"라며 꼭 만나보고싶다고 말을 했다.

여가수는 이렇게 대답 했다.

"괴테 선생님, 이 곡은 슈베르트의 작품입니다. 그는 2년 전에 죽었지요."

슈베르트는 31살이던 1828년에 죽었다.

괴테는 짙은 아쉬움 속에 아무 말이 없었다.

14년 전 슈베르트가 괴테에게 보낸<마왕>에 대해 오늘날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때 괴테가 그 작품을보았는지 아니면 그냥 방치했는지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슈베르트는 수많은 주옥같은 가곡을 세상에 내놓아 "가곡의 왕"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은 <아베마리아 Ave Mar- ia>다.

"... 내 기도드리는 마음 평안히 잠들게하소서/ 어린 소녀의 기도를 성모여 돌보아주소서 아베마리아..."

경건하면서도 애절한 이 노래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는 슈베르트의 보석같은 작품이다.

나에게 아베마리아는 찬바람이 매서워지기 시작하는 초겨울의 노래다.

수많은 성악가들이 불렀던 이 가곡, 그중에서 나는 마틴 허켄스(Martin Hur- ens)의 버스킹(Busking)을 가장 좋아한다.

소년 시절 가난으로 음악의 꿈을 접고, 35년간 제빵사로 일하다 실직한 후생존을 위해 버스킹(통행인들에게 돈을 얻으며 노래나 연주를 하는 행위)을 했던 마틴 허켄스, 그는 50대 후반에 마침내 Tv 오디션 "갓 탤런트"에 우승 하며 네덜란드 국민 가수로 등극한다.

마틴 허킨스는 지금도 음악을 사랑하며 가난한 삶을 살았던 지난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가끔 거리에 나와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이,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오선지를 채워가던 슈베르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