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救援) 받은 스크루지(Scrooge)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거리에는 제일 먼저 빨간색 구세군 자선냄비가 보이고 사랑의 종소리가 들린다.
이때쯤이면, 또, 어김없이 한파가찾아오지만, 웬일인지, 마음은 따뜻하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정다운캐럴송이 울리는 도시의 거리는 젊은청춘과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불러들인다.
성탄절은, 이렇게, 일상의 고달픔을 잠시 잊고 행복한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하나님께 감사하는 시즌이다.
그러나, 사실, 크리스마스가 평범한 사람들이 축하하고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성탄절을 기리는 많은 연극과 영화 그리고 문학 작품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의 <크리스마스 캐럴: A Christmas Carol>은 모두가 사랑하는 고전이다.
무엇보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크리스마스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걸출한 명작이다.
이 작품이 세상에 발표되어 큰 호응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는 공적(公的)인 성격이 강한 교회의 행사였다.
이런 경직된 종교적 행사가 <크리스마스 캐럴> 발표 후 모두가 즐기는, 그리고 , 가족과 함께하고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시민들의 축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짧은 소설 한 편이 인류사(人類史)에 끼친 놀라운 힘을 바라보면, 우리는 문학의 위대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역사적인 인물의 평가가 늘 그렇듯이, 찰스 디킨스에 대한 부정적인 논쟁도존재한다.
그것은, 디킨스는 늘 대중의 욕구에영합했으며, 그의 글에는 하층민들이사용했던 과도한 사투리와 속어가등장하고 문장이 어수선하다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찰스 디킨스는 19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셰익스피어에 버금 가는 명성을 얻었던 위대한 작가였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영문학을 공부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올리버 트위스트: Oliver Tw- ist>,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 >,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 es>와 같은 그의 빛나는 작품들을 지나칠 수가 없다.
그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여러 편의중편 소설을 썼는데, 그중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은 당시 전 유럽은 물론 신대륙 미국에서까지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그가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남자: 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만 봐도 당시 이 소설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소설의 앞 부분에 작가는 스크루지를돈만 아는 철저한 수전노 노인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 수식어들이 강렬하다.
"He was a squeezing, wrenching, grasping, scraping, clutching, cov- etous old sinner. 그는 (돈에 관한한) 쥐어짜고, 비틀고, 움켜잡고, 긁어내고, 물불 안 가리고달려드는 탐욕스러운 악한 늙은이였다."
"No beggar implored him to best- ow a trifle. (얼마나 지독했던지) 거지들도 그에게는 부스러기 하나 구걸하지 않았다."
스크루지의 이런 냉소적이며 인색한성격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소설 속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난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아가는 조카 프레드(Fred)가 그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자 스크루지는 "쥐뿔도 없는 네가 웬 크리스마스 타령이냐"라며 나무란다.
그는, 또, 기부를 권하러 찾아온 두 신사를 매몰차게 쫓아내고, 문 앞에서 성가를부르던 소년들에게 악담을 퍼붓기도 한다
스크루지는 "스크루지와 말리(Scrooge and Marley's)"라는 회계사무소의 사장이었다.
말리도 스크루지와 비슷한 성격의 재물뿐이 모르는 지독한 구두쇠였는데, 7년 전에 죽었다.
그날 밤, 한바탕 소란이 있은 후 잠이 든 스크루지의 꿈속에 그 말리의 유령이 찾아오며 소설은 새로운 장(章)을 향해달려간다.
스크루지와 말리 유령의 첫 만남의대화가 시(詩)적이며 재미있다.
"Who are you? Ask me who I was. Who were you then? In life I was your partner, Jacob Marley. •당신은 누구요? •(지금 내가 누구냐고 묻지 말고) 내가 누구였었냐고 물어보게. •그러면 당신은 누구였소? •살아있을 때, 나는 자네의 파트너제이콥 말리였다네."
말리 유령은 지난 7년 동안 한순간의쉼도 평화도 없었던 회한의 고통과 함께 죽음의 어둠 속을 헤매고 다녔다고 이야기를 한다.
유령은 "인생은 짧아도 이웃을 도우며살아갈 방법은 많은데, 그런 기회들을다 놓쳐버리고 이제 후회해 봐야 되돌릴수 없는 절망 가운데 사슬에 묶여 구천을 떠돌고 있다"라며 원통해 한다.
그러면서 유령은, "오늘 밤 세 유령이자네를 찾아올 것이네. 그 유령들과만남이, 자네가 내가 걸었던 길을 걷지 않을 마지막 희망이고 기회라는 것을명심하게"라고 말하며 떠난다.
말리 유령이 말한 세 스피릿(Spirits) 은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유령들이다.
첫 번째 나타난 과거의 유령은 스크루지의 불우했던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보여준다.
친구들 모두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 위해 떠난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옛 모습을 바라보며스크루지는 눈물을 흘린다.
그가 돈에 집착하고 비틀어진 성격의소유자가 되었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암시해 주는 모습이다.
두 번째 현재의 유령은 스크루지에게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붙들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령이 스크루지에게 보여준 가정은다름 아닌 자신에게 박봉을 받아 가며여섯 아이를 키우는 사원 밥 크래칫(Bob Cratchit)의 집이었다.
비록 가난한 집이었지만, 식구들이한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자리에는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훈훈한 온기가 넘친다.
그리고, 유령은 항상 낙천적이며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조카 프레드의 모습도 보여준다.
프레드가 독백처럼 유쾌하게 말하는 소설의 아래 대목은 독자들에게도 깊은여운을 남긴다.
"It is a fair, even- handed, noble adjustment of things, that while there is infection in disease and sorrow, there is nothing in the world so irresitibly contagious as laughter and good- humour. 질병과 슬픔도 전염이 되지만, 웃음과 재미있는 말보다 더 전염이 잘 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세상은정의롭고 공평하고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세 번째 유령은 스크루지를 미래로 인도한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모두가 언젠가는맞이해야 할 죽음을 스크루지도 꿈속에 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죽음에 대해 조카 프레디외에는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큰 충격에 휩싸인다.
결국, 유령이 가리키는 무덤가에덩그러니 서 있는 묘비 앞에 스크루지는 쓰러져 흐느끼기 시작한다.
묘비에는 "에번이저 스크루지(EBENEZ- ER SCROOGE)"라고 쓰여있었다.
BBC에 의해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던 <크리스마스캐럴>의 이 극적인 상황을, 지난 12월 초 미국의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에이미크라이더(Amy Crider)는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런 해석을 했다.
"스크루지가 묘비를 붙들고 흐느껴 울었던 것은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상황이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공포에 휩싸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지난 삶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박한심정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덤에 누워있는 자신의 주검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공포 속에서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