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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daebak)의 해, 2021년

해외 Tv 채널 중에 "피플(People)"이라는 방송이 있다.

여행이나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제작하는 방송인데, 꽤 많은 시청자를확보하고 있는 채널이다.

3년 전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청하고 있던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음식점 개업을 위해 주방기구를 구입하러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다양한 용품들을 둘러보던 그녀가 "대박"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자기가 꼭 원하던 물건을 발견하고 소리를 친 것인데, 100퍼센트 영어로진행되던 방송에서 갑자기 우리말인대박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우리와 상관없는 외국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난데없이 이런 한국어를만나면 누구나 다소 황당한 기분이 들 것이다.

언젠가부터 이렇게 우리말들이 세계인들의 입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9월 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으로 알려진 옥스퍼드 사전에 우리 말 단어 26개가 새롭게 등재되었다.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사용되던 불고기, 한복, 먹방, 오빠, 언니, 대박 등과 같은 단어들이다.

"그까짓 26개 단어가 뭐 별거냐"라고치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1800년대 최초로 편찬된 옥스퍼드 사전에 그동안 수록된 우리말 어휘가 23개에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패키지 등재는 놀라운 일이다.

영어의 발전사는 한마디로 차용어의역사라고 할 수 있다.

유럽 대륙 북쪽 숲속에 살던 게르만족의 일파인 앵글족과 색슨족이 브리튼 섬에 이주하여 정착하며, 자신들의 게르만어에 현지 토착어, 켈트어, 라틴어, 불어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단어들을받아들여 오늘날의 영어를 만들었다.

영국이 대양의 시대 주인공이 되면서, 다른 나라들의 언어 흡수는 더욱 속도를 냈다.

그들은, 이렇게, 타 민족의 선별된 어휘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영어와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영국의 이런 역사를 돌아보면, 옥스퍼드가 예상치 않은 많은 한국어를등재한 것은, 분명히,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전통과모던함이 어우러진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므로 영어와 자신들의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아닌가 싶다.

영연방 국가는 본국인 영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52개 나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국가 중에서도 인구 다수가 앵글로색슨인으로 구성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핵심 영연방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4개국과 함께 미국도 넓은 의미에서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영연방 국가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9월 15일 창설된 미국, 영국 그리고 호주의 삼각 동맹 오커스(AUUKUS) 는 이들이 동맹 이상의 관계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문화 확산이 세계적인 추세였지만, 그중에서도 영연방 핵심 국가들의 애정 표시가 심상치 않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를 준비하고 추진할 당시에, 영국의 지도자들은브렉시트(Brexit) 이후 그들이 지향해야할 모델 국가로 싱가포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모델 국가가 대한민국으로 바뀐 것이 거의 확실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문 대통령을G7에 초청하는 Tv 방송에서 "한국은 경제적 주요 선진국이자 앞선 민주주의국가로서 G7에 합당한 지위와 역할을 갖고 있다"라는 파격적인 찬사를 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항상 일본의변방 국가로 여기던 기존의 민주당 외교노선과 달리, 한국에 진지하고 절제된스탠스(Stance)를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2월 12일 문 대통령 국빈 방문에서 볼 수 있듯이, 호주 정부는 우리와 외교관계를 강화하려는 진솔하고 강력한 희망을 표현했다.

최근, 한류가 아시아와 남미를 넘어북미와 유럽에서 빠른 속도로 뿌리내리기 시작하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것은, 소프트파워의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서구 사회가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유럽과 북미 문화를 일컫는 서구 문명은 역사가 깊고 풍요롭고 단단하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자부심이 대단하며, 타 문화의 우월성을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서구인들의 문화에 대한 사고(思考)의 중심에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미(美)의 기준"이 있다.

그리스와 로마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서구 문명의 미, 특히, 인체의 아름다움은변함없이 그 기준이 "비너스"와 "다비드"와 같은 상(像)이다.

이런 미의 잣대는 서구 사회를 넘어근 현대사 속의 세계적인 기준이었다고볼 수 있다.

그런 유럽의 젊은이들이 케이팝에열광하고 케이드라마에 빠져들며 새로운 미, 즉, 전통적 서구 문명과 다른 아름다움에 심취하는 현상은 서양사에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루이비통과 샤넬 같은 유럽의 세계 최고명품 브랜드들이 자사의 글로벌 앰버서더(Ambassador)로 한류스타를 지명하고 있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문화를 대표한다고 자부 했던 일본 문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100년 이상 서구 문화의 언저리에서서성이던 일본 문화에 대해 서구인들이케이컬처(K-culture) 처럼 열광했던 일은 결코 없었다.

역사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며 이미지를 포장하는 일본은,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그리고 낭만주의를 거치며 열린 사회로 발전한 서구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30여년 가까이 군부독재와 싸웠던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6월항쟁 같은 유산 위에 민주주의를 완성한 한국 문화는 서구 문명과의 유사성(類似性), 아이덴더티이(Identity)를 갖고 있다.

한국 문화가 갖고 있는 이런 탄탄한기반과 독창성으로 인해, 많은 문화 전문가들은 케이컬처의 확장성과 파급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품질의 반도체, 전자제품, 스마트폰 그리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였지만, 원천 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한국은 소프트파워(Soft Power) 국가가 아니라 단순 제조업 공업국가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을 타고,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소프트파워 강국의 놀라운 자산(資産)을 기어코 얻어 냈다.

한국 경제는 이제 이 강력한 프리미엄(Premium)과 함께 세계 정상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때맞추어 지난 7월 유엔 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기존 개발 도상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실질적 선진국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UN이 인정하므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된 것이다.

세모(歲暮)의 시간에 지구촌의 많은석학들은 그들의 칼럼을 통하여 2021년연초 자신들의 지나친 낙관론을 반성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분명히 우리도 지난 일 년은 수많은자영업자들이 파산하고 개인들이 실직 하는 고통스러운 격동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옥스퍼드 사전에 무더기 등재된 26개의 단어 중, 나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대박(daebak)"이라는 어휘가 대표 주자라고 생각한다.

고난의 기간이었지만, 그 어려움 중에서도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지난 일년은 분명히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한페이지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선진국 원년으로 기록될대박의 해, 그 2021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그리고, 약속된 축복의 해 2022년임인년(壬寅年)이 기다리고 있다.

밝아오는 새해에 우리의 문화가 세계를 향해 더 높게 비상하기를 꿈꾸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도건강과 축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