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2,031자·3분 남짓

루드밀라 파블리첸코 (Lyudmila Pavlichenko) 의 후예들

고도로 정밀한 미사일과 최첨단전투기들이 사용되는 현대전에서도,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예기치 않은변수들이 있다.

예를 들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지하디스트(Jihadist)들의 자살 특공대라든가실전을 위해 잘 훈련된 용병(傭兵), 머센어리(Mercenary)들의 역할 같은것들이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저격수를 뜻하는 스나이퍼(Sni- per)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지난 3월 3일 러시아 중부 사령부제 41연합군 부사령관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소장이 한 우크라이나 저격수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코비치 소장은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받은 장군으로 러시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군 고위 인사가 저격수에 의해사망한 것은 현대 전쟁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 이번 사건은 많은 군사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예상하고 그동안 많은준비와 다양한 훈련을 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방부 주도로 저격수양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고도로 훈련받은 스나이퍼들은 러시아군 지휘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엄폐물이 많은 시가전에서 스나이퍼들의 활약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요인을 정조준 하는 스나이퍼들은 저격 대상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저승사자 같은 존재들이다.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많은 스나이퍼들을 배출하는 국가다.

2차 대전 당시 전설적인 소비에트 연방의 여성 저격수 루드밀라 파블리첸코( Lyudimila Pavlichenko)도 사실은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그녀는 2차대전 발발 당시 우크라이나키이우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던 중소련군에 입대하게 된다.

그녀가 처음 입대했을 때, 군 당국은간호 병과에 배치하려 했으나, 루드밀라는 자신의 사격 클럽 훈련 경력을 내세우며 소총부대 투입을 자원했다고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이다.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러시아로서는 꼭 손에 넣고 싶은 핵심적인 요충지 중의 한 곳이 오데사(Odessa)다.

왜냐하면, 최대 물동량 항구인 오데사를 잃으면 우크라이나는 해상 수송이마비되는 치명적 손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오데사는 폭풍전야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흑해의 전략 요충지 오데사는 2차대전당시에도 독일군과 소련군이 치열하게 싸운 격전지였다.

저격수 루드밀라 파블리첸코는 바로 이 오데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녀가 소련군에 복무하며 사살한군인이 309명이었는데 오데사 전투에서만 187명을 죽였다고 하니, 죽음의 숙녀(Lady Death)라는 그녀의별명은 아마 오데사 전투 후에 붙여 지지 않았나 싶다.

붉은 군대 일원으로 목숨 걸고 싸웠던 그 러시아가 자신의 조국 우크라이나를 유린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그녀가지하에서 보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지궁금하다.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Irony)다.

이틀 전 BBC 방송의 제러미 본종군 기자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인근 서북쪽 이르핀(Irpin)에서 보내온 짧은 영상이 전쟁을 가늠해 볼 수 있는심층적 내용들이 있어 흥미롭다.

전투에 합류하기 위해 이르핀 강을건느는 몇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상은, 도시는 3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이라고 말한다.

지하 벙커에서 군을 지휘하고 있는실루엣 모습의 알렉스 사령관은 러시아 군은 이미 전투능력(Combat Power) 를 상실했다고 말하며, 우크라이나인 들은 러시아군이 자신들의 저항 의지를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25년을 살다가 귀국해 전쟁에 참여한 한 우크라이나인 지원병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Everybody fears for their lives. But the most imprtant thing is free- dom. The freedom of our nation is the future of our nation. 모두가 생명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 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는 우크라이나의미래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60대 노병(老兵) 들이 등장한다.

한때 소비에트 연방의 도시에 살기도 했던 그들은 이제 냉전의 낡은 시대와작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과 키스를 하고 전선으로 향하는버스에 몸을 싣는 노병의 기상(氣像)이 정말 놀랍다.

그런데, 제레미 기자의 영상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후반부에 짧게 보여주는 캐서린이라는 여자 저격수의모습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짬을 내 전쟁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18개월 된 아들 키타를안쓰럽게 안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은 그녀가 자신은저격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캐서린은 제레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I will kill them to protect his future. 아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러시아 군인 들을 죽일 것입니다."

전쟁은 진행 중이고 결과를 예단(豫斷) 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왜 싸워야 하는가"라는 결의(決意)는 그녀의 눈빛에서볼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