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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랜드마크 (Landmark)

북악산 끝자락인 지금의 단독주택마을에 자리 잡고 산 지도 벌써 35년이되어간다.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비교적 넓은 마당의 정원수들과 담장의 꽃들이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정겨운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기존의 집들을 허물고다세대 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옛날의정취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문밖에 나서면 바로 북악산산책길로 연결되는 시골티 나는 이 동네에서 내 중장년(中壯年)의 세월을 보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별한 취미가 없는 나는 가끔 집을 나와 성북동과 말바위 그리고 삼청동을 거쳐 광화문까지 즐겨 걸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광화문까지 가지 않고 삼청동 뒷산에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주말에 광화문 방향으로 길을 걷는 것은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주말의 광화문은 늘 깃발이 휘날리고, 확성기에서 터져 나오는 요란스러운외침들로 어수선하기가 말할 수 없을정도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 정권타도를 외치는 연설,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소리 그리고 최근에는 목사들의설교까지 확성기를 타고 귓전을 때린다.

저마다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과 절박한 심정에서 거리로 뛰어나왔다고하지만 웬일인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공허한 아우성처럼 들린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와구호는 이제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부담과 불편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수 이문세가 노래했던 <광화문 연가> 의 낭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광화문 거리가 이렇게 요란스럽고휑뎅그렁한 장소가 된 것은, 아무래도, 청와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객들 중에는 무작정 떠나고 보자는 보히미안(Bohemian)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행 장소에 가보고 싶은 목적지가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 여행객들에게도 그들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이 있다.

서울에는 동대문 시장, 남산, 명동, 홍대 거리, 가로수 길, 롯데 타워 같은 수많은 유명 관광지가 있다.

이렇게 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그러나, 서울의 가장 큰 자랑 꺼리는 아름다운궁(宮)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나라의 대도시에도 궁이 있는 곳은 많다.

그러나, 서울처럼 도심의 고층건물과고색창연한 궁이 함께 어우러진 도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이런 서울도심(都心)의 유니크(Unique)한 미(美) 는 가히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자기 나라에서 찾아온 가족이나 지인들에게서울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경복궁, 창경궁, 비원 그리고 덕수궁 같은 궁이라고대답한다.

그런데, 서울의 이런 궁들이 관광 자원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북악산과연계(連繫)되지 못하고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서울의 산을 생각하면 우선남산을 떠올리지만, 서울을 잘 아는외국인들도 역시 남산이 서울을 대표하는 산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옛 서울 한양을 에워싸고 있는4개의 산 북악산, 남산, 낙산 그리고안산 중 주산(主山)은 북악산이다.

북악산은 한양의 궁터를 품고 있는주산일 뿐만 아니라 그 풍광의 빼어남이한반도의 어느 산에 뒤지지 않는다.

1000만이 넘는 인구가 살아가는 세계의 어느 대도시를 가 보아도 서울과 같은 아름다운 산을 갖고 있는 곳은 없다.

대도시와 함께하는 산으로는 북악산과북한산은 세계 최고의 명산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북쪽의 이런 아름다운 산과 궁들의 단절은 그 가운데 청와대가 자리잡고있기 때문이다.

과거 어느 대선보다 여야가 팽팽히맞섰던 막상막하의 선거가 끝이 나고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취임 후 청와대에들어가지 않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 준다"라는 명분을 내걸며, 집무실용산 이전 발표를 하여 예기치 않은 큰 논란을 몰고 왔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는 아직까지 의견들이 첨예하게 맞서는모양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 인수위는 국민과한 선거 공약이므로 전혀 문제 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고, 열린 민주당 측은 이전 비용과 안보 문제를 제기하며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이전 문제는 진영(陣營) 싸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이야 태생적으로 상대 정책을 무시하고 반대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지만, 시민들은 정당이나 정부의 정책이옳은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져야 한다.

청와대 이전은 활용하기에 따라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청와대를 "민주화 박물관"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오늘날 대한민국 산업과 문화의다이너미즘(Dynamism)의 뿌리는 민주화 운동과, 그 투쟁으로 얻은 놀라운성취이다.

아쉽게도 서울에는 한국인들이 이룬 이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민주화 운동의기념탑이나 박물관이 없다.

서울을 찾는 의식 있는 많은 관광객들이 아쉬워하는 점이며, 외국의 지식인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사범대 국어교육과에서 부교수로 일 했던 로버트 파우저(Robert Fouser) 는 한국의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지금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는 코리아 헤럴드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다양한 분야의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로버트 파우저는 2016년 6월 코리아헤럴드에 "한국 민주화 박물관( A Mu- seum of Korean Demacracy)"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서울의 민주화 박물관 부재(不在)에 깊은 아쉬움을 보이며, 반드시 "한국 민주화 박물관"을 건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민주화운동과 성공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어느 국가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유산(遺産)이다.

언젠가는 이 빛나는 민족의 위업(偉業) 을 기리는 박물관을 건설하여 후손에게물려주고, 더 나아가 민주화를 꿈꾸는 수많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찾아와 희망과 용기를 얻어 가는 민주주의의 성지(聖地)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함께 북악산에산재해있는 군부대들이 철수한 후, 서울 시는 경복궁, 비원, 창경궁, 북촌, 서촌 그리고 북악산을 아우르는 거대한 관광클러스트(Cluster)를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청와대를 민주화 박물관으로 만든다면, 분명히,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진화가 멈추었다.

밑도 끝도 없는 패거리 싸움에 매몰 되어 당장의 눈앞 이익만을 쫓으며 허우적 거리는 정치 집단들의 질주는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새로운 서울의 인이시에이티브(iInitia- tive)를 제시하면서도 도망치 듯 이전을서두르는 당선인 측이나, 비 논리적인반대의 구태를 보이는 민주당이나 그행태가 초라하기는 비슷하다.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을 지켜보며, 우리가 왜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眼目)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탁월한 지도자가 필요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