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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3자·5분 남짓·모비 딕(Moby-Dick)과 스타벅(Starbuck)

모비 딕(Moby-Dick)과 스타벅(Starbuck) [1]

지난 6월 10일 MBC 뉴스는 흥미로운 해양 탐사 보도를 했다.

드론을 통하여 우리 동해에서 최초로향유고래의 전체 모습을 촬영했다는내용이었다.

아나운서는 이 향유고래를 소개하며 미국의 소설 <모비 딕>을 언급했다.

<모비 딕>은 허만 멜빌(Herman Mel- ville)이 1851년 발표한 장편 해양모험소설이다.

허만 멜빌은 적도 남쪽에서 포경선"에섹스" 호가 모비 딕이라는 거대한숫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후, 살아남은 21명의 선원들이 죽은 동료 의 시신을 먹으며 생존해야 했던 비극적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썼다.

19세기 미국의 포경산업은 크게 번창하였는데, 많은 젊은이들은 단지 경제적 인 이유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 바다에 대한 도전 그리고 거대한 고래와 한 판 싸움의 모험을 동경하며 원양어선에 몸을 실었다.

작가 허만 멜빌도 <모비 딕>을 쓰기 전에 포경선에서 선원 생활을 했다.

그의 이런 실제적인 경험과, 에섹스 호관련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고래에 대한 많은 정보는 작품 완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멜빌이 이 장편을 탈고(脫稿)한 시기가 겨우 31세 때였다고 하니, 그의 젊은 날필력(筆力)이 정말 놀랍다.

많은 대작(大作)들이 그렇듯이, <모비 딕>도 저자 멜빌의 생전에는 독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다.

그가 일흔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미국에서 이 소설은 고작 3200부가 팔렸다고 하니, 출판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숱한 작품 중 하나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잊혀 가던 소설 <모비 딕>은 20세기 중반 다시 태어난다.

비평가 루이스 멈포드(Lewis Mum- ford)와 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몸(So- merset Maugham)과 같은 인사들로부터 찬사를 얻으며 재 평가받기 시작했는데, 특히, 서머셋 몸은 이 작품을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단테의 <신곡> 에 버금간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이제 <모비 딕>은 미국 고전의 최고의 반열에 올라있으며, 위대한 미국의 서사시(敍事詩)라는 명성을 듣고 있다.

어쨌든, 이 작품은 영미(英美) 문학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피해 갈 수 없는 독보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모비 딕>은 읽는 재미를 기대하고집어 들면 크게 실망한다.

나도 하드백(Hardback) 영문판을구입해 기세 좋게 읽기 시작했지만, 중간중간에 생소한 단어들, 난해한 문장 그리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구성으로 인해 줄거리를 놓치고 당황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소설 <모비 딕>은 19세기당시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우리들에게도 주옥같은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설의 첫 문장은 상당히 도발적이다.

"Call me Ishmael.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라"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이 80이 넘도록 아이를 얻지 못하자, 그의 아내 사라의요청으로 여종 하갈과 동침(同寢)하여 얻은 자식이다.

기독교는 아브라함의 본처 사라가 후에 낳은 이삭을 적손(嫡孫)으로 보기 때문에, 이스마엘이라는 이름은 신교(新敎) 백인 중심의 19세기 미국 주류사회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만큼 작가 허만 멜빌은 이 작품의 주인공 내레이터(Narrator)를 통해 세상을 기독교적인 규범을 뛰어넘어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관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주인공 이스마엘은 뉴 베드포드(New Bedford)에 있는 스파우터 인(Spout- er Inn)이라는 여관에 묵게 되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한 방을 쓰게 된 아프리카의 식인 풍습이 있던 한 부족의 왕자 퀴퀘그(Queequeg)를 만나게 된다.

퀴퀘그는 미국의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어 아프리카에서 먼길을 찾아온 청년이다.

이스마엘은 처음 퀴퀘그의 우락부락한 모습과 창을 들고 다니는 야만적인 행동에 기겁을 하지만, 그의 어린아이와 같은천진한 성품을 알고나면서 급속하게친해진다.

두 사람은 서서히 죽고 못 사는 단짝이 된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포경선 피쿼드(Pequod) 호를 타고 길고 긴 항해를시작하게 된다.

소설 속 피쿼드 호의 항해는 고래를쫓아 미국 동부 난투켓(Nantuket)을출발하여 남미의 리오 데 라 플라타(Rio de La Plata), 남 대서양 세인트헬레나(St. Helena) 섬, 희망봉(Cape of Good Hope) 그리고 인도양을 횡단 하고 남중국해를 지나 일본해를 거쳐태평양의 팬잉(Fanning) 섬 부근에서 끝이 난다.

피쿼드 호의 선원 구성은 실로 다인종(多人種)적이다.

선장 에이하브(Ahab), 일등 항해사스타벅(Starbuck), 이등 항해사 스터브(Stubb), 삼등 항해사 플라스크(Flask), 작살 잡이 퀴퀘그(Queequeg), 인디언타시테고(Tashtego), 흑인 다구(Dag- oo)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피쿼드 호의 선원으로 승선했다.

그런데, 피쿼드 호가 출항한 후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출항하기 전날 밤 승선했다는 에이하브선장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보통 배가 항구를 떠나면 선장이 무사항해를 빌고 선원들을 격려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인데 선장이 나타나지 않으니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여러 말들이나돌았다.

난투켓을 떠난 며칠 후 드디어 선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의족을 하고 다리를 절며 갑판위를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식사 후 선원들 앞에서 노(老)선장 에이하브는 격정적인 말을 쏟아 낸다.

그는 흰색 향유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스페인 금화 더블룬(Doubloon) 하나를 꺼내들었다.

누구든지 흰고래를 잡는 자에게16 달러 가치가 있는 이 금화를 주겠다고 말을 한다(당시 16 달러는 상당한거금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햇빛에 반짝이는 금화를 들어 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That white whale must be the same that some call Moby Dick. 그 흰고래는 바로 사람들이 모비 딕이라 부르는 놈이다."

작살잡이들이 "금화는 내 것이다"라며 혼잣말을 하고, 선원들이 흥분해 가고 있을 때 일등 항해사 스타벅이 앞으로 나선다.

"Captain Ahab, I have heard of Moby Dick- but it was not Moby Dick that took off thy leg?" 에이하브 선장님, 나도 모비 딕에 대해 들은 일이 있지만, 그놈이 선장님 의 다리를 빼앗아 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자 에이하브 선장은 이렇게 소리를지른다.

"It was Moby Dick that dismasted me, Moby Dick that brought me to this dead stump I stand on now. 나를 불구로 만든 것은 모비 딕이다. 모비딕이 지금 내가 의족으로 서 있게 만든 바로 그놈이다."

에이하브 선장이 전면에 등장하며 소설은 갑자기 불안정한 격랑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사실, 성경을 읽은 사람들은 에이하브선장의 이름에서 이미 미래에 대한 불안한 전조를 감지할 수 있다.

에이하브(Ahab)는 열왕기 상에 등장하는 아합왕의 영어식 표현이다.

아합왕은 북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발전시킨 왕이었지만, 시돈 왕 엣바알의 딸 이세벨과 결혼하여 그녀가 숭배 하는 바알신을 섬김으로 야훼께 큰 죄를 범한 인물이다.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에이하브 선장이흰고래 모비 딕에게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피쿼드 호의 불안한 앞 날을 생각하며 조용히 부르짖는다.

"God keep me! -- keep us all! 하나님, 저를 지켜주시옵소서! 저희들 모두를 지켜주시옵소서!"

인간의 심리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피쿼드 호의 선원들은 자신들은 한 번도 만난 일이 없고 이해관계도 없는 흰고래 모비 딕을 죽여야 한다는 적개심을 마음속에 키워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