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Armageddon) 전쟁
얼마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말실수한 것을 놓고 한바탕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다.
별일도 아닌 사건을 애매한 변명으로무마하려다 소란을 키운 해프닝이다.
정치인들의 말실수는 어디서나 흔히 있는 일이다.
미국의 정치평론가들 중에는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을 "갭 머신(Gaffe Machine)"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Gaffe"이 "공식적인 행사에서의 실수"라는 뜻이며 "Machine"이 "기계"이니, "바이든은 시도 때도 없이 말실수하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월 6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가, 또, 미 정가를 한참떠들썩하게 했다.
"I don't think there's any such thing as an ability to easily (use) a tacti- cal nuclear weapon and not end up with Armageddon." 나는 (러시아)가 자칫 아마겟돈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전술핵을 쉽게 사용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한 공화당 의원은 지금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 중 가장 위험스러운발언이라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오(Mike Pompeo)는 "아마겟돈"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대통령으로써 대단히무책임(reckless)한 처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못할 말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단어 "아마겟돈"을 미국의 대통령이 너무 쉽게 사용했다고 보는 여론이 우세한 것 같다.
아마겟돈은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지역 이름인 "므깃도(Meggido)"를 가리키는 말이다.
므깃도 언덕은 구약시대 때부터 전략요충지로, 이스라엘 왕 요시야가 애굽왕느고와 싸우다 죽은 곳이기도 하다. (역대하 35: 20-24).
그런데, 오늘날 아마겟돈(므깃도)이 "세상의 종말"을 상징하는 보통 명사 처럼 사용하게 된 연유는 성경의 요한계시록 16장 16절 "세 영이 히브리어로 아마겟돈이라 하는 곳으로 왕들을모으더라."라는 구절 때문이다.
그 시기는 아무도 모르지만, 성경은 이곳에서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사탄의세력들을 그리스도가 친히 그의 천군(天軍)을 이끌고 와 멸(滅)하고, 그를 믿는 자들은 하늘로 올라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겟돈 전쟁을 깊이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성경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하겠지만, 존 밀턴(John Milton)의<실낙원(Paradise Lost)>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존 밀턴의 <실낙원>은 영문학 최고의서사시(敍事詩)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밀턴은 젊은 시절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같은 대서사시를 쓰겠다는 꿈이 있었다.
학문의 기초를 몸에 익혔다고 생각한 그는 1638년, 이 서사시의 완성도를 더높이고 싶은 심정으로 이탈리아를 여행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의 구상이 무르익어 갈 무렵 밀턴에게 커다란 불행이 찾아온다.
그의 나이 44살 되던 해인 1652년, 밀턴은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해야 했다.
앞을 못 보는 장님이 되었지만, 밀턴은구술한 내용을 아내와 세 딸이 받아쓰게 하며 1658년 기어코 집필을 시작한다.
이때의 고난과 슬픔을 밀턴은 <실낙원> 3편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또한 나와 같은 운명 때문에 괴로워 하고, 명성도 그렇게 나와 비슷했던 다른 두 사람, 눈먼 타미리스와 마이오네스, 그리고 옛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피네우스를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4사람 중에서, 특히, 호메로스를 말하는마이오네스가, 눈먼 장님으로 인류 최고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남긴 것이, 밀턴에게 무한한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밀턴은 또 눈멀어 책을 못 읽는 슬픔도애처롭게 노래한다.
"아름다운 지식의 책 대신 이제는 지워 지고 벗겨진 자연 만물의 끝없이 망망한공백 만이 주어지고 지혜는 한 쪽 문으로 완전히 내몰려버렸구나."
아마겟돈은 성경 속 미래의 전쟁이다.
그런데, 아직 우주가 만들어지기 전에하늘나라에서는 하나님의 군대와 사탄의군대 간 큰 싸움이 있었다.
존 밀턴의 <실낙원> 제 6편은 이 천상의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밀턴은 "하나님의 뜻이 옳음을 인류에게알리기 위해 <실낙원>을 썼다"라고 말 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책을 읽다 보면 웬일인지 사탄이 이 작품의 주인공 같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배반한 천사장루시퍼의 기개가 가히 영웅적이기 때문이다.
루시퍼는 사탄이 천국에서 떨어지기전까지의 이름으로 "샛별"이라는 뜻이며, 이사야 선지자가 "너 새벽 여신의 아들샛별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이사야 14:12)"라고 노래 하기도했다.
루시퍼는 "천국에서 노예가 되느니지옥의 지도자가 되리라"라고 외치며 그를 따르는 타락한 천사들을 독려 한다.
이 오만하고 위풍당당한 루시퍼의 모습을 바라보며 용감한 하나님의 천사압디엘은 이렇게 신음하듯 말한다.
"아, 충절과 신의를 잃었거늘 최고위 천사의 모습만은 아직도 남아 있다니! 덕이 쇄약해졌거늘 어찌 세력과 위광은 줄어들지 않았는가!"
전투 초기에 패한 루시퍼는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하나님의 천성을 향해 진격해 온다.
그때, 만군의 하나님은 외아들 그리스도에게 나가 싸워 루시퍼와 타락한 천사들을 축복의 하늘나라에서 형장(刑場)인지옥의 심연으로 내쫓으라고 명하셨다.
그리고, 미가엘과 가브리엘에게그리스도를 호위하라며 명령하신다.
"가라, 미가엘, 천군의 지휘자여, 그리고 무용에서 미가엘 버금가는 너가브리엘도 함께 무적의 내 아들을싸움터로 인도하라."
이윽고 불타는 칼이 번뜩이며 공중에 무서운 원을 그리고, 큰 태양 같은 두방패가 이에 맞서 불타올랐다.
싸움은 그리스도의 승리로 끝이 난다.
루시퍼와 타락한 천사들은, 결국, 전능자의 말씀처럼 아흐레 밤 아흐레낮 지옥으로 떨어졌다.
"타락 천사의 추락은 혼돈을 압도했고, 지옥은 마침내 입을 벌려 그들 전부를집어삼키고는 곧바로 입을 닫아 버렸다."
지옥에 떨어진 사탄(하늘의 루시퍼)은, 그러나, 그곳에서 악마들을 동원하여복마전(伏魔殿)을 세운 뒤 복수를 다짐 한다.
그리고, 사탄은 하나님께서 세상을창조하시고 에덴동산에 그를 닮은 아담과 이브를 지으시어 영원한 생명으로축복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탄은 아담과 이브를 속여 하나님을배반하게 하므로, 세상을 타락시켜 자신이 땅을 지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불태운다.
기어코 지옥을 탈출한 사탄은 혼돈계를지나는 위험으로 가득 찬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우주의 중심인 지구, 에덴동산을 멀리 바라보며 깊은 회한에 빠진다.
한때, 하늘나라의 천사장이었던 자신이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 뱀의 몸속으로들어가야 하는 처지를 한탄한 것이리라.
"가엾은 것은 나로다.... 어디로 피하든 그곳이 지옥이로다! 나 자신이 지옥이다."
에덴동산은 천사 라파엘이 지키고 있었지만 사탄의 침입을 막지 못했고, 결국, 아담과 하와는 그의 간교한 술책에 넘어가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고만다.
그로 말미암아, 세상은 사탄과 그의 아들 죽음과 죄가 다스리는 타락한 땅이되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원죄를 갖고 있으며 죽을 수밖에 없다"라는 기독교의원리가 여기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에서 추방할 때부터 쫓겨난 두 사람의 자손 인류를 구원할 계획을 갖고 계셨다.
2000년 전에 죄와 죽음 가운데 있는 인류를 구하기 위한 속죄양으로 오신그리스도가 바로 하나님의 그 구원의 놀라운 선물이다.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멸망치 않고영생을 얻는다."라는 복음의 약속이다.
그러나, 인류는 숙명적으로 사탄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그를 따르는 자와복음을 믿는 자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
그 끝이 "아마겟돈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