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2,966자·5분 남짓

라일락 꽃이 피면 마스크를 벗자

사람들은 대개 나이가 들어가면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젊은 날을 그리워 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쌓이는 연륜과 함께 세상의 이치와 지혜를 더해가며젊은이들을 은근히 무시하고, 또, 묘한자만심 같은 것을 갖는 이중성을 보이기도한다.

한 분야에서 비교 불허의 장인(匠人) 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당연히, 많은노력과 세월의 합작으로 태어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살펴보면 꼭 연륜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청춘을 불꽃처럼 살며 젊은 시절에 이미 놀라운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만날 수 있다.

하기는 알렉산더가 세계를 정복한 나이가 서른세 살이었으니....

오페라 가르니에(Opèra Garnier)는 파리의 건축물 가운데 가장 화려한 건물 중 하나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오페라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르네상스와 바로크적 요소를조화롭게 결합하여 건축한 웅장한 오페라 가르니에가 눈앞에 보인다.

극장의 정면에 서면, 한때, 너무 외설적이라는 비난과 함께 파리 시민들로부터페인트 세례까지 받아야 했던 장-바티스트 카르포(Jean-Baptiste Carpeaux) 의 조각 작품 "더 댄스(The Dance: 춤)"가 반겨 준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내부는 그 화려함이극장이라기보다는 궁전을 방불케 한다.

중앙 계단 "그랑 에스칼리에(Grand Escalier)", 휴게 장소 "그랑 포이어(Grand Foyer)", 공연장의 6톤이 넘는"샹들리에" 그리고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이 그린 천장화 "꿈의 꽃다발"은 이 극장의 아름다움과 호화로움을잘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물이다.

그런데, 오페라 가르니에를 생각하면건축물의 빼어남 말고 부러운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1861년, 오페라 극장 설계 공모전에서 프랑스인들이 보여준 열린 마음의 자세다.

공모전에 당선된 사람은 아직 건축학도나 다름없는 36세의 샤를 가르니에(Ch- arles Garnier)였다.

아무런 실적도 없는 젊은 건축가에게 이웅대한 프로젝트를 맡긴 파리 시민들도그러려니와,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 하여 세계적인 건축물로 완성시킨 가르니에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공사 중에는 지하에 큰 물줄기가 있어, 계속해서 물을 품어내며 작업을 해야 하는 난공사(難工事)의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애를 먹이던 이 지하 호수에서 영감을 받은 한 작가에 의해, 예기치 않은 걸출한 문학 작품이 탄생한 것을 보면 세상 일이란 참 묘하다.

바로, 가스통 루르(Gaston Leroux)의<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다.

오늘날에는 이 소설을 극화(劇化)한,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ed Webber)와 프로듀서 캐머런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가완성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떠오르는소프라노 가수 크리스틴 다에(Chritine Daaé)가 파리 오페라 극장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시작된다.

관객들 중에는, 크리스틴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다 오래 전에 헤어진 라울드 샤니(Raoul de Chagny) 자작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라울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크리스틴을 찾아간다.

그런데, 웬일인지, 크리스틴은 라울을보고도 모르는 척했다.

라울은 몹시 당황했지만, 크리스틴과더 이야기를 해보려고 그녀를 따라 분장실 근처까지 숨어들어 갔다.

그곳에서 라울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 하게 된다.

크리스틴이 아무도 없는 의상실에서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대화의 상대는 남성의 목소리였으며, 이런 말도 들렸다.

"Christine, you must love me! 크리스틴, 당신은 나를 사랑해야합니다."

크리스틴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직감한 라울은 그녀의 후견인이었던벨레리우스 부인(Mme Valerius)을 찾아가 그녀의 근황을 물었다.

벨레리우스 부인은 라울 자작에게 크리스틴이 요즘 음악의 천사(the Angel of Music)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해준다.

얼마 후, 라울은 크리스틴으로부터 한통의 편지와, 오페라 극장 가장무도회초청을 받는다.

그곳에서 라울과 크리스틴은 서로가 오랫동안 그리워하였고, 그것이 사랑 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오페라 극장의 지하에 내려가 경험했던 놀라운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음악의 천사는 천사가 아니라, 오페라극장에 온갖 시설과 장치를 해놓고 유령 처럼 행동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 에릭(Erik)이었다.

극장 내에서 여러 가지 비과학적인 일들이 발생하는데, 그중에서도 공연장의 거대한 샹들리에가 떨어져 사람들이 죽고 부상당하는 사건을 계기로 유령이 있다는 소문은 더 굳어갔다.

소설은 완전히 작가의 상상력만으로쓰이기도 하지만, 실제 존재했던 사실에서 모티프(Motif)를 얻은 후 작가의상상력이 더해 탄생하는 작품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전형적인 후자에속하는 소설이다.

작가 가스통 루르는 오페라 극장 건설당시부터 에릭이라는 인물이 실존 했다는 확신을 갖고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가 끈질기게 추적해 에필로그(Epilogue) 에 기록한 에릭의 출생과 삶을 따라가 보자.

에릭은 루엔(Rouen) 근교의 한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에릭은 태어날 때부터 마치 괴물과 같은 흉측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를 낳자마자 소름 끼치는 모습에 공포감마저 느끼며 곧바로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에릭은 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했고, 부모는 그런 그의 모습마저 보려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어린나이에 울면서 집을뛰쳐 나왔다.

거리를 헤매고 있던 에릭은, 그의 괴기스런 얼굴이 박람회 운영자의 눈에 띄어 "살아 있는 시체(the Living Corpse)"라는 타이틀을 달고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데 이용되었다.

다행히, 에릭은 겉모습과는 달리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었다.

박람회가 열리는 유럽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에릭은 예술과 마술을 틈틈이공부했다.

어느 때인가 그는 독특한 노랫소리의소유자가 되었고, 뛰어난 복화술(Ven- triloquism)을 구사하는 예능인이 되어 있었다.

특히, 그는 마술 분야에서 놀라운손재주, 레저더메인(Legerdemain)을 갖고 있는 독보적 기예(技藝)의 경지까지 오르게 된다.

에릭의 예능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장사를 하는 무역상들에 의해 멀리 아시아까지 알려졌다.

당시, 소문을 들은 페르시아 마젠데란궁전(Mazenderan Palace)의 젊은술탄 샤 인 샤스(Shah-in-Shah's)는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볼 심산으로 페르시아인 다로가(Daroga)에게 에릭을불러오라는 임무를 준다.

다로가를 만난 에릭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그와 특별하고 오랜 인연을시작하게 된다.

그는 술탄 샤에게 흥미로운 재주들을보여주며 한동안 그곳에서 안정된 시간을 보냈다.

자극적인 감각을 쫓는 사람은 차츰 더 강력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을 찾기 마련이다.

술탄 샤는 에릭이 마술적 장치가 들어간 건축물을 짓는데 독보적 재주를 갖고 있는 것을 알고 , 다로가로 하여금 그의 새로운 궁전 "마젠데란의 장미의 시간 (the Rosy Hours of Mazenderan)"을 신축토록 한다.

절대 권력자 술탄은, 놀랍게도, 공사가끝나면 공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죽이라는 비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궁전 완공 후 에릭에 대해 늘불쌍한 생각을 갖고 있던 다로가는, 다른시체를 에릭으로 위장하고 그가 탈출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는 파리로 도망쳐 왔다.

에릭이 파리에 왔을 때, 마침 그때가 오페라 극장 공사가 시작되고 있을 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