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協商)의 기술 (the Art of Negotiation)
지금은 교육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어초등학교 때부터 발표와 토론의 시간이 많다.
이런 교육은 일방적 주입식 강의에 비해 타인의 의견을 들어주며, 동시에 내 주장의 전달 능력을 키워주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사실, 우리는 한 평생 남의 말을 들어 주고 내 이야기를 상대가 듣게 하는 크고 작은 수많은 협상을 하며 살아간다.
작게는 가족 안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를 놓고 토론과 협상을 하고, 크게는 국가 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안건을 합의 하기 위해 나라를 대표하는 교섭자들이불꽃튀는 협상을 한다.
인류의 역사는, 어쩌면, 전쟁과 정복 그리고 협상과 평화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살았던 시대에도 뛰어난 협상가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발군의 전략가이며 협상가를 꼽으라면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를 빼놓을 수 없다.
1923년 독일계 유대인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에 귀화해,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닉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1969년 닉슨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베트남 전황이 미국 쪽에 불리하게기울고 있어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호찌민이 이끄는 베트남 군은 이런 유리한 위치를 놓치지 않고 미국 측이제의하는 평화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헨리 키신저는 당시 베트남에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소련 측에 핵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기를조성했다.
결국,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소련의 압력으로 베트남은 협상 테이블로 나 오게 된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에 있는 러시아가 핵 전쟁 운운하며 관련 국가 들을 위협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라, 키신저가 이미 오래전에 써먹었던 고전적 전략임을 알 수 있다.
1971년 7월, 이번에는, 갈수록 강력해지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키신저는당시까지 은둔의 국가였던 중국을 국제무대에 끌어들인다.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주은래)와 회담을 갖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도록 미국이 최선을 다해돕겠다는 약속을 했다.
중국과 미국의 화해는 소련의 붕괴를재촉한 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은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의 도움 아래 개방을 한 중국이 불과 50년 만에 경제 대국이 되어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게 된 현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1973년 헨리 키신저가 노벨 평화상지명자가 되자, 많은 정치 평론들은 "냉정하고 교활한 현실주의자인 키신저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오늘날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가, 정당을 초월하여,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정의와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심지어, 독재정부까지 옹호하는 것은 키신저에 의해 확립되었다고 여기는 학자들이 많다.
필자는 1년여 전에 "세계의 위대한 협상가(World's Greatist Negotiator)"라는 책을 쓴 리치 코헨(Rich Cohen) 이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읽은 일이 있다.
그가 "협상"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연구하고 현실에 실험적 접근을 시도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리치 코헨의 아버지 허브 코헨(Herb Cohen)은 CIA와 FBI의 요원들에게협상의 기술(the Art of Negotiation) 을 훈련시켰던 인물이다.
그는, 또,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에게 외교적 난제(難題)들에 대해 자문 역할을 했던 탁월한 협상 전문가였다.
그가 아들 리치에게 들려주었던 많은이야기들 중 중요한 내용들을 간단히정리해 보자.
우선 협상하는 사람은,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들고 협상에 임할지라도, 게임을 한다는"편안한 마음(Have Fun)"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Be ready to walk away. Don't get fixated on a particular outcome.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미리 정한) 특정한결과에 집착하면 안 된다."
협상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항상 결렬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며,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생각은 자칫 심리적압박으로 작용해 협상을 망칠수 있다는이론이다.
" ... the slow reply to the urgent qu- estion -- use time, boredom, and silence to your benefit... (상대방이 제시하는) 긴급한 안건 일수록 유리한 결과를 위해 시간, 지루함 그리고 침묵을 이용해 천천히 대답해라."
상대가 촉박한 의제라며 빨리 해결하자고 요구할 때, 함께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갖고, 때로는 상대가 지루하다고 느낄 정도로 기다리게 하고 침묵하며, 접근하라는 이야기다.
"A key to success is learning to live with ambiguity. (외교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중 하나는 모호성(模糊性)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국제외교 무대에서 모호함을 뜻하는 "엠비규이티이(Ambiguity)"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핵심 어휘가 되었다.
외교적 모호성이 갖는 힘은 의외로 크다.
상대에게 불안감(Anxiety)을 주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외교적 모호성은 큰 다툼이 없는 현재의 상황(현상:現狀),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를 무리 없이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리치의 아버지는 협상의 게임을 아래와 같이 4가지로 구분했다.
나도 지고 상대도 지는 Lose-Lose, 내가 지고 상대가 이기는 Lose-Win, 내가 이기고 상대가 지는 Win-Lose 그리고, 나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Win-Win이다.
미시간 대학(the University of Michi- gan)에서 협상의 게임을 가르치기도 했던 리치의 아버지 허브는 위 4가지 중에서, 협상자는 항상 Win-Win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He plucked Win-Win from the list and turned it not only into an option but a philosophy, a worldview and a goal. 아버지는 담대하게 Win-Win을 옹호 했고 이는 단지 선택이 아니라 그분의(협상에 대한) 철학이고 세계관이었으며궁극의 목표였다."
허브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대를 패배케하여 굴욕감을 주게 되면, 비록, 오늘 협상에서 이겼을지몰라도 미래를 잃게 된다."
결국, 협상에 임하는 사람의 자세는 결과를 예단(豫斷)하지 말고 편안하고차분한 마음이어야 한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Yes or No"를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가능하면모호성(Ambiguity)을 취하며, 최대한참고(Be patient) 그리고 시간을 이용(Use time)하여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찾아야 한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은 어느 때보다 화려한 회담과 만찬을 갖었다.
정상 회담의 결과를 놓고 국내 언론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한 한미일 삼각동맹(Trilateral cooperation)을 복원시켜 국가 안보의 획기적 진전을 이루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더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국회에서 훌륭한 영어 연설로 의원들의 신뢰를 얻었고, 만찬장에서는 돈 메클린(Don Mclean)의 노래를 불러 한미 간의 우의를 과시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130조가 넘는 돈을 투자해 주고 눈에 보이는 결과(Tangible Results)는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왔다"라며 비웃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린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증설과 전기차 보조금문제에 대해 언급도 못한 윤 대통령의협상력에 큰 실망을 보였다.
이런 대립되는 여론은, 결국, 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