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2,881자·5분 남짓

부상(浮上)하는 현대차

일반적으로, 럭셔리(Luxury) 제품이라 불리는, 사치품에 대한 남녀(男女) 의 취향은 차이가 있다.

여자들은 보통 가방, 옷, 귀금속 등을 좋아하는 반면 남자들은 움직이는 제품을 선호한다.

대표적인 물건이 시계와 자동차 같은것들이다.

특히, 자동차는 세상 대부분 남자들의 영원한 관심사이고 로망이다.

여자들의 가방 중에는 허드레 물건을 넣어 다니는 평범한 가방이 있는가 하면신주(神主) 모시듯 하는 샤넬, 루비통, 에르메스 같은 명품들이 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인 차가 있고 프리미엄 차가 있으며 슈퍼카가 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말하는 대중차와프리미엄 차는 뚜렷한 구분이 있다.

비교적 성공한 사람들이 탄다고 볼 수 있는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제네시스 같은 제품이 프리미엄 차라고 볼 수 있다.

슈퍼카는 프리미엄 차와는, 또, 차원이다르다.

보통 3억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슈퍼카는 성공했다고 쉽게 넘볼 수 있는물건들이 아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부가티, 맥라렌, 에스턴마틴 같은 차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럭셔리 상품을 만드는 메이커와 달리 자동차 회사의 파워는, 슈퍼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품질 좋은 차를 적정한 가격에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달려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 가운데 이런 시장 논리 아래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파는 강력한 메이커는 도요타, 폭스바겐 그룹, GM 이었다.

이런 구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 흔들리지 않는 난공불락과 같았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며 영원한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 혁신의 선두주자는 테슬라(Tesla)였으며, 그 변화에 기름을 부은 나라는 중국이다.

국력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고부가상품을 개발해야 했던 중국의 입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비켜 갈 수 없었다.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기술이었다.

고심하던 중국에게는, 기후 변화로 인한친환경 전기차의 등장은 하늘이 준 기회였다.

내연기관 차에 비해 복잡하지 않은 전기차 분야는, 기존 지배적 자동차메이커들과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라판단한 중국정부는 관련 업체들에게인센티브와 함께 자금을 쏟아 부었다.

중국의 판단은 당연히 옳았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중국이 불과 10년 만에 자동차 수출국으로 변신하며, 자동차 강국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돌아보자.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헌대자동차가 아이오닉 5의 콘셉트 카(Concept Car)를 선보이자 글로벌 자동차 관계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사롭지 않은 아이오닉 5의 모습을 보고 현대차의 미래를 예견했으며, 한편으로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

필자도 이런 외신을 보고, 2년을 기다린 끝에 2021년 초 예약 첫날 이 차를 신청해 인도받아 지금 만 2년째 타고 있다.

그해 필자는 아이오닉 5에 대한 칼럼을 쓴 일이 있는데, 그 글에서 이 차의 혁신적인 완성도가 현대차가 세계 1위인도요타를 넘어서는 하나의 모멘텀(Mo- mentum)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이야기를 했다.

물론, 여러 사람들로부터 "오버 좀 그만해라"라는 핀잔을 듣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어쨌든, 순식간에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가 먼저 그 변화를 빨리 읽고 혁신을 주도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현대차 그룹은 2022년 684만 대를 팔아 1048만 대를 판 도요타, 848만 대를 판 폭스바겐 그룹에 이어 글로벌 3위에 올랐다.

그런데, 2023년 1분기 현대차 그룹은의미심장한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6조 4667억 원을 기록하며5조 844억 원을 번 도요타를 앞섰다.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1위도요타와 2위 폭스바겐 그룹의 미래차부문인 전기차 실적이 현대차에 비해초라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도요타, 폭스바겐 그룹 그리고GM을 넘어 테슬라와 함께 세계 최강의 자동차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은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선제적 전기차 전용 E-GMP 플렛폼 투자다.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혁명적 변화를 바라보며, 시장의 승자들이 기존의 영역에 안주하려는 관성(慣性)이 기업에 얼마나 큰 적(敵)인지 실감 하고 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 같은 초일류 기업들도 전기차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생각지 못하고 전기차에 대한 연구와투자를 미적거렸다.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내연차 중심의 세계 자동차 시장의 구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했다.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변화의 물결은밀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70여 년간 비교를 거부했던 독일과 일본의 뛰어난 기술들이 한순간에 쓸모 없는 낡은 유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대차는 테슬라의 돌풍을 보며, 다른 메이저 자동차 회사보다 한발 빠르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그리고, 위험 부담이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신설에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차의 판단은 용기 있는 결단이었고옳았다.

이 공격적 투자는 현대 자동차의 도약의 발판을 만든 이정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한국의 강력한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연기관 차는 약 3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고전기차는 1만 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보다 구조가 훨씬 덜 복잡하고, 따라서, 제조 과정도 수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전기차도 내연기관 차와 마찬가지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부품 중 하나가, 바로, 1회 충전 주행거리, 충전 시간, 열제어(熱制御) 같은 것을 결정하는배터리다.

한국의 LG Energy Solution, SK On, Samsung SDI 등과 같은 배터리 제조 회사들은 기술력, 특허 보유 및 생산 능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강자들이다.

이런 탄탄한 전기차 제조 생태계 구축은 현대차에게 커다란 어드벤티지(Ad- vantage)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자동차의 전자와 인터넷 산업과복합 연계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 화(化)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전자 산업, 인터넷 등과 융합하며 자율주행 및 휴식과 엔터테인먼트(Enter- tainment) 공간으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있다.

사람들은 보통 전기차는 많은 기술이필요치 않은 상품이라 웬만한 기술력만갖추면 쉽게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정보다.

운동화 만드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나이키 에어"와 같은 고품질의운동화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은 엄청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논리와 같다.

안전하고 편안하며 자율 주행 같은미래형 편의 시설을 갖춘 완성도 높은전기차를 만드는 일은, 어쩌면, 내연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미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 있는 한국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고 관련 업체들과 협업하여나간다면 현대차의 미래는 밝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요인 외에, K-pop과 같은 한류 문화로 구축한, 현대차가 갖고 있는 비교적 젊은이미지도 훌륭한 메리트다.

벤츠, BMW, 아우디를 포함한 그동안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브랜드들의 이미지 노쇠화(老衰化)가 뚜렷하다.

물론, 현대차의 앞에는극복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테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30만 대 이상의 러시아 생산 시설을 매각해야 했던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수도 그러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