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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9자·5분 남짓·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

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 [1]

내 마음속 한 편에는 러시아 남부돈(Don)강 유역과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a)는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는기다림의 여행지로 남아있다.

흑해가 품고 있는 그리스 신화도 그러려니와 러시아 남쪽 지방은 그동안 읽었던 여러 러시아 문학 작품의 고향과 같은곳이기 때문이다.

춥고 어두운 북방에 비해 따뜻하고비옥한 남쪽은 수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에게 풍요로운 영감을 안겨 주었다.

미하일 솔로호프(Mikhail Sholokhov) 의 장편 대하소설 <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 And Quite Flows The Do- n>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작가 솔로호프는 1905년 돈강 유역에서 대대로 살아오던 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그는 모스크바에서 15살 때까지 교육을 받았다.

고향에 돌아온 솔로호프는 학교 교사, 통계사, 식품 검수원 같은 다양한 일을 하다 18살이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23살 때인 1928년에 발표한 작품<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 는 러시아 독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게 되었고, 뒤이어 출간된 후속 작품들과 함께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솔로호프는 1965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다.

소설은 돈강 유역에 살고 있는 카자흐(Cossack) 인들의 삶과 애환을 장대한서사시처럼 그려 놓았다.

<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는, 특히,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과 내전의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놓칠 수 없는 귀중한 작품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민중혁명이라 할 수 있는, 그 격동의 시대를 이 소설만큼 사실적이고 흥미롭게 완성시킨 작품은 없다.

돈강은 모스크바 남동쪽 툴라 근처에서발원해 아조프 해로 흘러가는 1970 km길이의 러시아에서 가장 긴 강 중의 하나다.

돈강은 강 상류에서는 빠르고 거칠게흐르지만 중류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조용하고 잔잔하게 흐른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이 강을 예부터"고요한 돈"이라 불렀다.

솔로호프는 소설에서 돈강의 풍경을묘사할 때는 마치 시를 읽는 듯한 서정적 인 문장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돈강 주변 마을에 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계절의 정취를 이렇게 표현했다.

"The icicles were falling from the cornices and shattering with a gla- ssy tinkle. 처마 밑 고드름들이 떨어지며 유리 깨지는 듯한 쨍그랑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그러나, 그곳에서 살아가는 카자흐 인들의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의 서술은 독자들이 놀랄 정도로 사실적이며건조하다.

소설은 주인공 멜레코프 그레고리(Me- lekhov Gregor)가 살고 있는 타타르스크(Tatarsk) 마을에서 시작된다.

그레고리는 감수성이 풍부한 평범한농촌 청년이다.

그런 그가 옆집 스테판(Stepan)의 부인아크신이아(Aksinia)를 사랑하게되며 자신의 인생을 격랑 속으로 몰아 넣는다.

작품의 여주인공격인 아크신이아는 끝없는 고통과 불행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용감하게 살아가는 여인이다.

돈강 건너편 두브로브카(Dubrovka) 마을에서 17살에 시집온 아크신이아는, 결혼 축제가 끝나자마자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된다.

남편 스테판이 그녀를 헛간으로 데려가느닷없는 폭행을 한 것이다.

"He beat her on the belly, the bre- ast, and the back, taking care that the marks should not be visible to others. 스테판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표가 나지 않는 그녀의 복부, 가슴, 등 쪽 만 골라 때렸다."

시어머니도 새색시 아크신이아를 매섭게 몰아붙이며 일을 시켰다.

그야말로 아내와 며느리가 아니라, 여종을 하나 데려온 것이다.

그녀가 많은 소들에게 여물을 주고 젖을 짜며 농장 일을 혼자 다 해 나가는 동안, 스테판은 멀쩡하게 차려입고담배 피우고 카드놀이하며 건달처럼살아갔다.

우수에 찬 얼굴로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 아크신이아의 모습에서, 그레고리는숨겨진 아름다움을 보았고 이를 흠모 했다.

스테판과 전혀 다른 성향이 느껴지는그레고리를 아크신이아도 호감을 갖기 시작하며 둘은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 가게 된다.

두 사람 관계는 스테판이 군에 입대 하며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빠르게 깊어져 갔다.

크지 않은 마을에서 이런 스캔들이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다.

타타르스크 사람들에게 불륜의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Soon everybody knew of her liai- son with Gregor Melekhov. 곧 마을 사람 모두가 그녀의 그레고리와의 정사를 알게 되었다."

그레고리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는노발대발하며 아들과 크게 다투고, 아크신이아를 찾아가 소리치며 난리를 쳤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자연스럽게 본성이 드러난다.

아크신이아는 얌전하고 고분고분한천성을 갖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도전적이고 야성적인 여자였다.

그레고리와의 위험한 사랑은 잠자고 있던 그녀의 야성을 세차게 깨어나게 했다.

그녀는 그레고리의 아버지와 대담하게맞선다.

"Clear out of here, don't foam at me like a wild boar, you won't frigh- ten me! All my life I'll love him! 들판의 곰처럼 나에게 거품 물지 말고, 여기서 당장 나가 주세요, 이런다고 내가 겁먹을 것 같아요! 나는 내 생명을 걸고 그레고리를 사랑할 겁니다."

그뿐만 아니다.

이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남편 스테판이, 휴가를 나온 밤, 그녀를 침대에서난폭하게 끌어 안고 묘한 웃음을 지으며 던진 말과 그녀의 대답이다.

"Will you tell?" 할 말 없냐? "No!" 없다 "I'll kill you!"널 죽일 거다! "Kill me, kill me, for the love of Ch- rist! This isn't life.... 죽여라, 제발, 죽여라! (너 같은 양아치 같은 놈의 품에 안긴) 이것은 사는게 아니다."

아직도 자신의 노리개 정도로 생각하던아크신이아가, 눈을 빤히 쳐다보며 비웃는 거친 말을 내뱉자 스테판은 아연실색을 한다.

스테판은 아내 아크신이아에게 치명적 매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지은 죄가 너무 컸다.

한편, 어떻게든 아크신이아로부터 아들을 떼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레고리의 아버지는 친구의 딸 나탈리아(Na talia)와 결혼을 성사시킨다.

그러나, 아크신이아가 그레고리에게버릇처럼 속삭이던 말이 기어이 이루어 지고 만다.

"Grishka- my dear- let us go away. We'll throw up everything and go. I'll leave my husband and all else, so long as you are with me.... 그리쉬카(그레고리)- 내 사랑- 떠납시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떠납시다. 나는당시만 곁에 있어 준다면 남편과 모든 것을 버릴 거예요...."

그레고리와 아크신이아는 어느 날 밤 그렇게 마을을 떠났다.

남편 그레고리가 떠난 후, 나탈리아는친정과 시가를 오가며 눈물의 세월을살아간다.

집을 나온 아크신이아는 대지주이며퇴역 장군인 리스트니트스키(Listnits ky) 집 부엌일을 하게 되고 그레고리는 군에 입대한다.

얼마 후, 아크신이아는 그레고리의 딸을 낳았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얻고지킨 사랑의 결실인 딸을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불행의 여신은 그녀를 비켜가지 않았다.

아크신이아는 장티푸스로 사경을 헤매는 딸을 바라보며, 문득, 남편을 빼앗긴나탈리아를 조롱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레고리를 빼앗고 그녀를 모욕했던 것이 신을 노하게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했다.

딸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