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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3자·5분 남짓·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

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 [2]

전쟁과 굶주림으로 지친 러시아인들은 "이제 더 이상 짜르(Czar:황제)는필요 없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결국, 1917년 3월 러시아는 군주정을몰아내고 케렌스키(Kerensky)를 중심으로 임시정부를 수립한다.

그런데, 임시정부는 평화와 안정을기대했던 대중의 염원을 무시하고, 전쟁을 계속한다는 정책을 유지하며 급진세력인 볼셰비키 군대와 노동자를 탄압 했다.

그즈음, 스위스에 머물던 레닌(Renin) 이 독일의 지원을 얻어 러시아로 귀국 한다.

그는 "자본주의 타도 없이 종전(終戰) 은 불가능하다"라는 "임시정부 타도 4월테제(April Theses)"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볼셰비키 혁명의 본격적인 촉매제가 되었다.

볼셰비키라는 단어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1903년 러시아 사회민주당제2차 전당대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전당대회에서 사회민주당은 당 노선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다, 결국, 급진파와 온건파가 분열되었다.

싸움의 결과는 급진파가 다수당이 되고온건파가 소수당이 되었다.

러시아어로 다수당은 볼셰비키라 하고소수당을 멘셰비키라고 한다.

따라서, 볼셰비키라는 말을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면 "다수당(多數黨)"이라는 뜻이다.

볼셰비키가 "빵과 토지, 평화를-"이라는구호 아래 굶주린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 세력을 빠르게 확장해가자, 러시아 제국의 왕당파와 반혁명파가, 이른바, "백군(白軍)"이라는 군을 조직하여 볼셰비키진영을 공격했다.

백군과 대척 관계에 있는 볼셰비키 군대가 적군(赤軍)이다.

소설 <그리고 돈강은 고요히 흐른다> 에는, 중반 이후 본격적인 혁명과 내전의시대로 접어들며, 볼셰비키 혁명 완수를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치는 두 젊은이가 등장한다.

일리아 분척(Ilia Bunchuk)과 안나 포구드코(Anna Pogoodko)다.

소설의 전반부에서 그레고리와 아크신이아가 스토리를 주도했다면, 후반부는분척과 안나가 작품의 중요한 역할을이어간다.

분척은 그레고리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인물이다.

그레고리가 시대의 격랑에 떠밀려 적군과 백군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이라면, 분척은 볼셰비키만이 러시아를 구할수 있다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는강철같은 적군의 전사다.

분척은 기관총 사수(Machine Gunner) 다.

그는 청년이 되자마자 군에 들어가 독일군과 전쟁을 치렀고, 그 후 철저하게마르크스 레닌주의로 무장한 후 반혁명 군과 최전선에서 싸우며, 무산계급(無産階級) "카나이으(Canaille)"를 찾아 그들을 교육하며 청춘을 온전히 보냈다.

소년과 같았던 때에 집을 떠난 후, 성년이 다 되어 고향 집을 찾는 분척의 모습은 많은 독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One morning in November, Ilia Bunchuk arrived at Novocherkassk by the Moscow Train. 11월 어느 날 아침, 분척은 모스크바열차를 타고 (고향) 노보차카스카에도착했다."

그는 대문이 열려있는 집안에 들어섰다.

방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고향 집 냄새가코끝을 스치며 가슴 깊이 스며든다.

벽 한구석에는 어린 시절부터 걸려있던성화(聖畫)가 그대로 남아 있고, 빛 바랜몇 장의 가족사진, 손 떼 묻은 침대와 책상, 재봉틀, 찌그러진 주전자 그리고얼룩진 거울도 그대로다.

그는 방을 나와 저만큼 떨어져 있는 텃밭을 향해 걸어갔다.

허리가 굽은 늙은 여인이 몸을 일으킨다.

"Mother! 어머니! 분척의 목이 메었다." "Who do you want? 누구 찾으세요?" "Don't you know me? 나 못 알아보겠어요?"분척의 어머니는 눈을 비비다 말고 놀라 소리친다. "Ilia, illusha! My little son!... Lord, where have you come from? 일리아! 일루시아! 내 새끼!... 아이고 하나님, (지금까지) 어디 갔다 이제 왔냐?"

부둥켜안는 어머니 품에서 분척은 참았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모자는 밤늦도록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분척은 어머니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혁명의 길을 떠나야 했다.

"Where are you off to now, Ilia? 일리아, 지금 어디로 가는 거냐?" "To Rostov, Mother, to Rostov. I'll be back soon.... Don't you fret, Mother... don't fret. 로스토프요, 어머니, 로스토프로 갑니다. 곧 돌아올게요...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목을 껴안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풀며, 떠나는 분척의 눈에서는 다시 봄비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소설은 적군의 기관총 사수 분척이 서둘러 로스토프로 떠나는 모습을 그리며, 그곳에서 적군과 백군의 큰 전투가 있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분척은 군사혁명위원회(Military Rev- olutionary Committee)로부터 기관총 부대를 만들어 전투에 대비하라는 명령을 받고 로스토프에 왔다.

그런데, 그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어느 날, 한 젊은 여성이 그를 찾아 온다

그녀는 자신은 당으로부터 기관총 사수훈련을 명령받고 왔다고 말했다.

분척은 얼굴을 붉히며 언짢은 표정과 함께 말했다.

"Have they gone out of their min- ds?" Is it a woman's battalion I've got to organize? Excuse me, but It isn't fit work for you. No, I can't accept you. (위원회) 그 친구들 정신 나간 거 아니야? 내가 지금 여성 기관총 부대를 만드는 줄 아나 보네? 미안하지만, 이일은당신에게 맞지 않아요.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소."

안나는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볼셰비키 조직책 아부람슨(Abramson) 이 보낸 인사 명령서였다.

"그녀는 아직 혈기를 조절하지 못하는젊은이이지만, 성실한 당원이니 잘 훈련 시켜 유능한 기관총 사수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라는 추천서가 첨부되었다.

분척의 우려와 달리, 낡은 군복을 입고 자신의 발에 비해 너무 큰 군화를 신고 다니는 안나는 성실하고 유능한 기관총사수로 빠르게 성장한다.

그녀는 아부람슨의 말처럼 소녀의 티를벗지 못했지만 밝고 영리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유대계 인텔리 볼셰비키 대원인 안나는, 평생을 전쟁터만누빈 분척에게 조금씩 묘한 감정이 섞인 여인으로 다가왔다.

얼마 후 그들은 실전에 함께 참여한다.

12월 8일, 칼리딘(Kaledin) 장군이지휘하는 백군이 로스토프를 향해 진격해 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내전이 시작된 후, 가장 치열했던 로스토프 전투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안나는 엎드려 기관총을 발사하는 것이힘들었는지,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사격을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분척이 안나를 향해 소리쳤다.

"Lie down!" He shouted, his face darking with fear for her. "Lie down, l tell you. " 엎드려!" 분척의 얼굴은 그녀가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납빛이 되었다. "엎드려! 엎드리라고 하잖아!"

날이 저물며, 언제 요란스러운 전투가있었느냐는 듯 로스토프는 다시 정적이흐른다.

"The falling snow concealed the sky in a dense gracious blanket. 내리는 함박눈은 두툼하고 포근한 이불로 감싸듯 하늘을 온통 덮고 있었다."

한편, 전통적으로 단결력이 강했던카자흐 사회도 내전의 갈등은 피해 갈 수 없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본론(資本論)은 물론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에 대해 별다른 지식도 없는 가운데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혁명과 반혁명, 적군과 백군으로 나누어져 서로를 비난하고 싸웠다.

이런 다툼은 가족이라는 가장 신성하고본질적 집단 구성원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