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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문학사에서 명성을 얻었던 작가들은, 그들의 위대함을 세상에 예고(豫告)한 특별한 작품들을 갖고 있다.

셰익스피어에게도 그런 작품이 있다.

많은 평론가들은 그것을 <말괄량이 길들이기: The Taming of the Shrew>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이름으로 1623년에 발표되었지만, 그보다 30년 전인 1594년에 이미 익명으로 발표되어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1590년 대이면 셰익스피어에게는습작(習作)의 시대나 다름없으며, 따라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그는 자신의천재성을 세상에 알렸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이 배경이 이탈리아다.

이 희곡(戲曲)의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이탈리아의 북부 도시 파도바(Padova) 에 밥티스타 미놀라(Baptista Minola) 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카타리나(Katherina)와 비앙카(Bianca)라는 두 딸이 있다.

그런데, 한 배에서 난 자식인데 둘의성격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둘째 딸 비앙카는 얌전하고 순종적인 반면 첫째 카타리나는 그야말로 아버지도 어쩌지 못하는 천방지축 제멋대로아가씨다.

두 딸의 혼기가 차고 자신도 늙어가고 있어, 밥티스타는 마땅한 사위를 얻어 재산을 물려줄 궁리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누가 걸핏하면 남자들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카타리나에게 장가들겠다고하겠는가.

당연히, 사위 지망생은 비앙카에게만몰리고 카타리나를 찾는 구혼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희곡의 앞 부분에 비앙카의 구혼자 중 나이가 지긋한 부자 그레미오(Gremio) 와 베로나에서 온 호텐쇼(Hortensio) 가 등장한다.

밥티스타는 두 사람이 다 마음에 들지않았는지, 아니면, 큰 딸을 찾는 구혼자 가 하나도 없는 것에 짜증이 난 것인지, "첫째 딸 시집보내기 전에는 둘째 딸 사위도 받지 않겠다"라고 선언해 버린다.

그즈음, 피사(Pisa)의 부자 상인 빈센티오(Vincentio)의 아들 루센티오(Lu- centio)가 둘째 딸 비앙카를 보고 홀딱반해 여러 계책을 꾸미며 적극적으로덤벼든다.

희곡은 비앙카의 구혼자들 이야기가 상당 부분 차지하지만, 이 칼럼에서는주인공에 초점을 맞춰보자.

상황이 복잡하고 난처하게 된 호텐쇼는 고향 베로나에서 온 친구 페트루치오(Petruchio)를 만나자,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한다.

그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카타리나에게 청혼을 해보라고 은근히페트루치오를 꼬드긴다.

"그녀는 성질머리가 더럽고 절대 자네색싯감은 아니네. 그런데, 정말 부자야. 자네는 내 좋은 친구 아닌가. 부자긴 해도 자네가 그녀한테 장가가는 것은 바라지 않네만...."

뜸을 잔뜩 들인 호텐쇼의 말속에는 꿀을바른 뉘앙스가 뚜렷하다.

페트루치오...이 작품의 두말할 필요 없는 주인공이다.

호텐쇼의 애매모호한 말과 달리 페트루치오의 대답은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다.

"돈이 많다는데 성질이 무슨 상관인가이 사람아... 그녀가 소크라테스 마누라크산티페(Xanthippe)보다 더해도 난상관없네."

한편, 카타리나는 동생 비앙카에게만구혼자들이 몰리는 것에 심술이 나 괜히 그녀의 손을 묶고 때리며 괴롭힌다.

방에 들어와 이런 광경을 바라본 밥티스타는 "너는 왜 허구한 날 동생을 못 살게 구냐?"라며 나무라자, 언제나처럼카타리나는 아버지에게 소리 소리 지르며 대들었다.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이때 페트루치오가 불쑥 방문을 한다.

그는 큰 딸의 패악질에 화가 잔뜩 나 있는 밥티스타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름답고 얌전하다고 소문이 자자한큰 따님 카타리나에게 청혼하러 왔습니다."

밥티스타가 페트루치오의 위아래를흩어본다.

그의 눈빛에는, "정신 사나운데 엉뚱한 말을 지껄이는 이놈은 또 웬 미친놈인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저는 베로나에서 온 페트루치오라고합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제 아버지의 성함은 안토니오(Antonio)이고요."

페트루치오의 아버지 안토니오는 상당한 명망가로 이탈리아 전역에 알려진 인물이었다.

밥티스타는 금새 얼굴색을 바꾸며 "아버지는 나도 잘 아는 분이오. 정말 잘 왔소!''라며 반색을 한다.

잠시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페트루치오는 곧바로 본론으로 치고 들어 갔다.

" Then tell me, if I get your daugh- ter's love, What dowry shall I have with her to wife? 자- 그럼 말씀하시죠. 제가 따님과 결혼 하면, 지참금은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아예 앓던 이를 빼버려야겠다고 작정을 했는지, 밥티스타는 페트루치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답했다.

"After my death, the one half of my lands, And in possession twenty thous- and crowns. 결혼하면 당장 금화 이만 크라운을 주고, 나 죽고 나면 전재산의 절반을 주겠소."

페트루치오는 밥티스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약, 카타리나가 미망인이 되면 그녀에게 전 재산을 물려줄 것을 보증하겠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Let specialties be therefore drawn between us, That convenants may be kept on either hand. (구두 합의는 됐고) 양측이 합의한 조항 들을 지키기 위한 계약서를 만듭시다."

계약이 완료된 후, 밥티스타는 딸 카타리나를 하번 만나보겠냐고 묻는다.

페트루치오는, 씩 웃으며, 빨리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예상 했던 대로, 둘은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불꽃 튀는 기싸움을 벌인다.

페트루치오가 카타리나를 마치 10년사귄 애인처럼 케이트(Kate)라는 애칭까지 만들어 부르며 넉살을 떨자, 그녀는 내 이름은 카타리나라고 쏘아붙인다.

페트루치오가 자기 무릎을 가리키며앉으라고 끌어당기자 카타리나는 "어디서 발정 난 암놈 쫓아다니는 수탕나귀 같은 놈이 와서 야단을 피우냐"라며 소리 지른다.

약이 오른 그녀를 향해 페트루치오는"소리치는 그 목소리가 마치 나이팅게일(Nightingale) 우는소리처럼 아름답다"라며 카타리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둘은 만나면 옥신각신했지만, 어쨌든, 곧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결혼과 함께 둘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의 주도권이 페트루치오 쪽으로 급격 하게 기울기 시작한다.

결혼식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나타난 페트루치오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낡은 윗도리에 새 모자, 너덜너덜 닳아 빠진 바지는 안감이 튀어나왔고, 거기다어울리지도 않는, 상점의 촛대로나 사용할 법한 옛날 부츠까지 신고 있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동냥아치 모습이다.

카타리나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밥티스타는 사위 될 놈이 결혼식 날 도망쳐 버리지 않았나 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차에 페트루치오를 보자 이마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린다.

"I am glad he's come, howsoe'er he comes. 아이고, 왔구나. 겉모습이 뭐 그리 중요하냐."

결혼식 중 혼인 서약 때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주례와 하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신부에게 키스하는 순서에서는 "쪽"소리가 어찌나 큰지 교회 안에 울려 퍼지며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천하의 강심장 카타리나도 놀라서 반은 정신이 나갔다.

밖으로 걸어 나오는 하객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살다 살다 별 해괴한 결혼식을 다 구경하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막 시작될 무렵, 페트루치오는 베로나에 있는 친척들에게 인사해야 한다며 하인에게 떠날채비를 하라고 다그친다.

"피로연도 참석치 않고 시가(媤家)에인사하러 가는 경우가 어디 있냐"라며카타리나는 옆에 있는 아버지 밥티스타에게 말 좀 해보라고 팔짝팔짝 뛴다.

밥티스타는 정신없는 두 사람이 빨리떠났으면 하는 심산인지 딸을 살살 달랬다.

"애야, 결혼했으면 남편 뜻에 따라야지어쩌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