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셔(Usher)가의 몰락
사람들은, 대부분, 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Foe: 1809-1849)를 그의 작품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 를 통해서 만난다.
개인적으로 나도 청년 시절에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 전율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요즘에야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뜻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만, 당시 만 해도 그런 어휘는 생소했다.
영문본으로 겨우 10페이지에 불과한이 단편의 충격적 임팩트(Impact)는 가히 비교불가라는 말이 어울린다.
소설에서, 외눈박이 검은 고양이를 죽이려는 화자(話者)가 이를 말리는 아내를도끼로 죽이고, 시신을 시멘트 벽을 만들어 숨기는 장면은 공감 능력 제로의 완전한 사이코패스 모습이다.
아내의 실종을 조사하러 방문한 경찰들이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고 돌아가려하자, 승리에 취한 화자가 집 자랑을 하며 지팡이로 벽을 두드리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벽 속에서, 아니, 아내의 무덤 속에서 처음에는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리다, 점점 날카롭고 앙칼진 울부짖는 소리로변한다.
화자가 아내의 시신을 벽 속에 숨길 때, 외눈박이 검은 고양이도 함께 넣고 시멘트 마감 공사를 한 것이다.
그 울음소리는 공포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에게 화자의 살인을 알리는 승리의 울부짖음이었다.
이 <검은 고양이>의 작가 에드거 앨런포에게는 또 다른 걸작이 있다.
작가의 대표작이라는데 이의(異意)가 없는 <어셔가의 몰락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이다.
<어셔가의 몰락>은 미국 문학 사상 가장 완벽한 고딕(Gothic)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학에서 고딕 작품이란, 중세의 오래된고딕 건물처럼, 음울함과 공포가 혼재된장르를 일컫는 말이다.
소설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둡고 바람한 점 없는 어느 가을날, 화자가 어셔가의 저택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화자가 바라본 그 집은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음산한 기운이 휘감고 있었으며, 여기저기에 미세한 곰팡이가 피어있고,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건물 곳곳에 실금이 나 있었다
그러나, 화자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황량함과 쓸쓸함이 시(詩)적이고 감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화자는 헤어진 지 오래된 옛 친구, 로드릭 어셔(Roderick Usher)의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
마음속으로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로드릭의 부탁이 워낙 간절하고 절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찾아왔다.
저택에 도착하자, 하인이 밖에 나와 타고 온 말을 정리하고 화자를 거실로 안내했다.
소파에 누워 있던 로드릭이 몸을 일으키며 화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어릴 적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의 몸은 초췌하게 말라있고 피부는 유령처럼창백했으며 두 눈은 퀭하니 초점이 없다.
로드릭은 편지 속에 자신은 "극도로예민함과 비정상적인 감각을 야기하는유전병으로 점차 죽어가고 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화자는, 저택에서 풍기는 슬픔과 불안감 그리고 로드릭의 종잡을 수 없는 모습에, 한 순간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가?"라는갈등을 하게 된다.
그러나, 위로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옛 친구를 뿌리칠 수 없어 화자는 그 집에묵기로 결정을 한다.
화자는 로드릭 어셔와 함께 지내며 그를안심시키고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책을 읽어주고 말벗이 되어 주었다.
저택에는 로드릭의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 메들린(Madeline)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도 유전병으로 오랫동안 의사의치료를 받아 왔는데, 끝도 없이 계속되는 투병에, 언젠가부터 주위의 무관심에 거의 식물인간으로 방치되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로드릭은 긴 세월을 함께 투병하며 서로 의지해왔던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그녀의 가까이 다가온 죽음에 감당키 힘든 좌절과 절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깊고 깊은 감상에 빠져드는 로드릭은, 어느 날 밤 기타의 선율에 맞추어, 마치, 랩소디(Rhapsody: 광상곡) 같은즉흥시를 지어 읊었다.
독자들은 작가 에드거 앨런 포를, 자칫, 고딕풍의 공포 소설만 쓴 작가로 오해할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이룩한 탁월한 시인이기도 했다.
특히, 소설 <어셔가의 몰락>에서 로드릭이 그날 밤 노래했던 시 "유령의 궁전 (The Haunted Palace)"은 미국 시문학사(詩文學史)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포의 시 "유령의 궁전"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아름다운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 든다.
I In the greenest of our valleys, By good angels tenanted, Once a fair and stately palace- Radiant palace- reared its head. In the monarch Thought's dominion- It stood there! Never seraph spread a pinion Over fabric half so fair.
푸른 빛 짙은 골짜기에천사들 깃들여 살던 아름답고 웅장한 궁전- 빛나는 궁전 우뚝 솟아 있다. 사상의 제국에-궁전은 거기 서 있노라! 천사도 이처럼 아름다운궁전에 내려 온 적 없으리라.
II Banners yellow, glorious, golden, On its roof did float and flow; (This- all this- was in the olden Time long ago) And every gentle air that dallid, In that sweet day, Along the ramparts plumed and pallid, A winged odour went away.
노랗게 빛나는 황금빛 깃발들지붕 위에 휘날렸도다. '이는 모두 아주 먼 옛적'솔솔 부는 부드러운 바람 달콤한 그날에깃으로 장식한 창백한 성곽길 따라향기로운 날갯짓하며 조용히 스쳐 갔노라.
(유령의 궁전 총 6절 중 앞 부분 2절)
불안정한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밤, 로드릭 어셔는 "동생이 죽었다"라며, 그녀의 시신을 지하실에 임시 안장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매장한 7/8일쯤 지난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있던 화자는 자신의 몸에 엄습해 오는 어떤 강력한 힘을 느꼈다.
저항할 수 없는 그 힘으로 인해 화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화자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부터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쿵쿵거리며 삐걱거리는 불규칙한 소리는 화자를 극도의 공포로 몰고 갔다.
그가 침대에서 일어나 방안을 서성일 때로드릭 어셔가 램프를 손에 들고 화자의 방에 들어 온다.
그는 평소보다 더 창백한 모습으로 이상하리만치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달빛도 별빛도 없는 밤에, 갑자기,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푸른빛이 발산되며 저택을 휘감았다.
화자는 로드릭에게 밖을 바라보지 말라고 말 하며, 아마, 단순한 전기적 현상 아니면 연못의 퇴적층에서 일어나는 일시 적 현상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참으로 공포와 아름다움이 뒤섞인 극도로 혼란스러운 밤이다.
화자는 로드릭을 진정시키고, 밀려오는공포를 떨쳐버리기 위해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들었다.
랜슬렛 캐닝(Sir Launcelot Canning) 의 <광기의 회합: Mad Trist>이었다.
사실, 이 소설은 상스럽고 상상력이부족한 장황한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책 속에 빠져들며 어느 정도 공포로 부터 벗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 이설레드(Ethe- lred)가 은자의 문을 산산조각으로 부수는 소리- 숲으로부터 들려오는 메마르고공허한 소리와 함께 밖에서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현실의 괴상한 소리는 화자를 더 강력한 공포로 몰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