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신 마르스(Mars)
그리스 신화에는 전쟁을 상징하는 두 신이 있다. 먼저 떠오르는 신은 아레스(Ares) 다. 그는 군신(軍神)이다.
아레스는 "전쟁과 파괴를 주관하는 자"라고 불린다. 다시 말해, 그는 정의와 불의따위는 고려치 않고 무조건 부수고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신이다. 아레스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만든 데는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일리아스>에서 아폴론 신은 아레스를 가리켜 이렇게 불렀다. "아레스여, 아레스여, 피투성이 살인마여!"또, 아테나 여신은 같은 작품에서 그의 정체(正體)를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그자는 미치광이요, 악의 화신이요, 배신자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아레스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워 했던 것 같다.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보기 드문 부분이 있다.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 전쟁의 신 아레스가 인간과 싸우다 부상을 당하고 도망가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아테나 여신이 싸움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희귀한 장면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레스는 애인 아프로디테와 함께 트로이 편에 섰는데, <일리아스> 5장에 인간인 그리스군 장수 디오메데스와 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다. 호메로스는 인간의 창에 맞고 괴로워하는 아레스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묘사하고 있다.
"디오메데스가 아레스의 아랫배를 정통으로 찔러 그의 고운 살갗을 찢고는 창을 도로뽑았다. 그러자 청동의 아레스가 크게 울부짖었다. 그는 재빨리 신들의 처소인 험준한올림포스에 가서 속이 상해 크로노스의 아들 제우스 곁에 앉아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불멸의 피를 보여 주었다."
신화는 또 아레스를 자기 아버지 제우스를 닮은 막무가내식의 바람둥이로 그리고 있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이에 에로스를낳았고, 여전사 아마조네스 족도 그의 후손이다. 아레스가 바람을 피우다 신들의 세계에서 망신 당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제우스와 헤라 부부는 절름발이에 추남인 아들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가 늘 눈에밟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짝을 맺어주었다. 그런데 아프로디테도 바람기가 못 말리는 수준이다. 그녀는 남편 헤파이토스몰래 아레스를 만나 불륜을 즐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헤파이토스는, 자신이 아니면 절대 풀 수 없는 그물 장치를 만들어 침대밑에 설치해 놓았다.
남편이 출타 중인 것으로 알고, 아프로디테는 아레스를 불러 정사를 벌이다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화가 치민 헤파이토스는 두남녀 신이 알몸으로 그물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라고 올림포스 신들을 불러들였다. 올림포스에는 동네 구경거리로 떠들석 했고,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그야말로 희대의 망신살이를 당해야 했다.
그리스 신화에는 전쟁을 관장하는 또 다른 신이 있다. 아테나 여신이다. 아테나가 전쟁의 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역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신들의 왕 제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 관한 모든 일은 날랜 아레스와 아테나가 염려할 것이다." 그런데, 같은 전쟁의 신이지만 아테나 여신은 아레스와는 전혀 다른 성품을 갖고 있다. 아레스가 아무런 판단 없이 무조건적인 살육과 파괴를 일삼았다면, 아테나는 늘선(善)의 편에 서 악(惡)을 무찌르는 정의의 여신이다.
<오뒷세우스>는 <일리아스>와 함께 호메로스가 인류에게 전해 준 가장 위대한 고전 중 하나로 평가 받고있다. 서양 고전과 신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오뒷세우스>에서 아름다운 정의의 여신 아테나를 만나게 된다. 이 서사시에서 아테나 여신은 오뒷세우스와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위기에 빠지거나 절망 중에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그들을 돕고 격려한다.
로마의 신화를 읽다 보면 정말 흥미로운 것을 알 수 있다. 신들의 도시 로마에는 로마의 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로마의 모든 신은 그리스에서 건너왔다. 다만, 그들은 이름을 헬라어에서 라틴어로 개명했을 뿐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름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전혀 다른 성격의 신으로이미지 변신을 해버린 신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아프로디테는 로마로 건너와 베누스(비너스)라 불리며 풍요와 생산을 상징하는 여신이 되었다. 시이저는 베누스를 자신의선조라 공표하고 신전을 지어 그녀에게바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베누스는 로마 건국 여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로마에서 신분 상승하기는 아레스도 마찬가지다. 아레스와 함께 전쟁을 관장했던 정의의 여신 아테나가 미네르바라 불리는변방의 신으로 밀려난 반면, 아레스(Ares) 는 마르스(Mars)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일약 로마 건국의 신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가 명실상부한 로마의 건국 신이 된 이야기는 아래와 같은 로마 건국 신화자체다.
아이네아스가 트로이 유민을 이끌고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토착세력의 권력자 투르누스를 죽이고 라티움 왕인 라티누스의 딸라비니아를 아내로 맞이했다. 아이네아스는 아내 라비니아의 이름을 딴 도시 라비니움을 건설하여 정착하게 된다.
그 후 아이네아스가 죽고, 그의 아들 아스카니우스 1세가 아버지 아이네아스가 세운라비니움을 떠나 로마의 남동쪽 알바 산기슭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이름을 알바롱가라 불렀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흐른 후 알바 롱가 왕국의 마지막 왕 누미토르 시대에 정변이 일어난다. 누미토르 왕의 동생아물리우스가 형을 축출하고 왕권을 찬탈한 것이다.
왕권을 빼앗은 아물리우스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형 누미토르의 아들들은 모두 죽였다. 그리고 딸 일리아(실비아)는 평생 처녀로 살아야 하는 베스타(Vesta) 여신 사당의여사제로 만들었다. 어느 날, 제단에 바칠 물을 길어오다 지친 일리아는 숲속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마침 그때 숲 위를 지나가던 전쟁의 신 마르스(Mars)가 실비아를발견하게 된다. 마르스는 졸고 있던 일리아를 품었다. 아홉 달이 지나 그녀가 쌍둥이를낳았으니, 그 두 아이가 로물루스와 레무스다.
쌍둥이는 티베리스 강에 버려졌으나 늑대의 젖을 빨며 살아나, 목동 파우스툴루스에발견되어 그의 집에서 자라게 된다. 그들은길러준 아버지를 따라 목동이 되어 살아가다 자신들의 과거를 알게 된다. 로물루스와레무스는 동료 청년들을 모아 알바 롱가로쳐들어가 왕권을 찬탈한 아물리우스를 죽이고 외할아버지 누미토르의 왕권을 복원시켰다.
그 후, 쌍둥이는 알바 롱가를 떠나 티베리스 강을 따라가던 중, 로물루스는 팔라티노 언덕에 그리고 레무스는 아벤티노 언덕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세력을 키워 갔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둘이 있을 수 없듯이, 형제는 숙명적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로물루스가 동생 레무스를 죽이고 새 도시를 건설하게 된다. 로물루스는 그 도시를 자기 이름을 따 로마(Roma)라 부르고 초대 왕이 되었다.
이렇게 로마의 건국 신이 된 전쟁의 신Mars(마르스)는 영어의 몇몇 어휘들의 어원(語源)이 되었다. 대표적인 단어가 알파벳 어순이 같은 "화성(火星)"을 뜻하는 M- ars(마즈)가 있다. 또, "3월"의 March가 있다. 그리고, 형용사로 사용되는 "전쟁의" 라는 의미의 Martial(마셜)이 있다.
계엄령은 영어로 Martial Law(마셜 로) 다. 우리가 사용하는 "비상계엄령"이라는 말을 영어로 표현하면 Emergency Mar- tial Law(이머전시 마셜 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전쟁보다 더 비상(非常)인 상황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상계엄령"도 Emergency를 빼고 Martial Law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영어다운 표현으로 보인다. 계엄령에서 "비상"이라는 말은 과거 권위적 군사 정권이나 그에 협조했던 법조인들이 사회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사족(蛇足)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