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양(Ram)
사람들은 보통 어떤 사물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다.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개는 인간에게 충실하고 늑대는흉폭스럽다"라든가 "사슴은 순하고 호랑이는 사납다"라는 생각 등이다. 이런 일반적선입견은 대부분 맞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프리카에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사람을 가장 많이 해 치는 동물이 의외로 하마다. 눈을 깜박깜박 하며 순한 모습을 보이는 하마가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하마는, 특히,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해 가까이 접근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필자도 사파리(Safari) 경험이 있는데, 한밤중에 강가에서 들려오는 하마의 울음 소리는 이상하게 공포스럽다.
기질(氣質)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동물 중에는 양(羊) 만한 것도 없다. 양을떠올리면 우선 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선량한 사람의 성품을 "순한 양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성경에서 예수를 "어린 양"으로 비유해서 그런지, 기독교 영향을 받은 사회에서는 양은 선한 사람의상징과도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에는 상당한 오해가 있다
양에도 종(種)이 다양하다. 집에서 키우는 양이 있고 초원에는 영양이 있으며 험한절벽에서 살아가는 산양들이 있다. 그런 양무리 가운데 멋진 뿔과 당당한 몸을 갖고 있는 숫양은 절대 만만한 동물이 아니다. 양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지방에 번식기가 되면, 서열 싸움으로 박치기 뿔 부딪치는소리로 요란스럽다.
숫양을 영어로는 "램(Ram)"이라고 한다. 이 단어가 명사로는 다순히 "숫양"이라고말하지만, 동사로 사용될 때는 "들이받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냥 들이받는 것이 아니라 "무모하게 들이받다"라는 뉘앙스가 짙게 깔려 있다. 램(Ram)이라는 어휘는 외신의 시사(時事) 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단어다.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가 차에 폭탄을 싣고 군중 속이나 건물로 "뛰어 들다"라는 말은 "램 인투(Ram In- to)"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영어 표현이다.
램(Ram)이라는 말은 인류 문명의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고대 사회의 지도자는 영민함이나 신중함보다는 숫양과 같은앞뒤 가리지 않는 용기가 훨씬 더 필요했던시대였다. 리더의 그런 용맹함이 안으로 무리를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밖으로는 영토를확장하여 부족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왕실의 벽에 걸려 있던 동물의 뿔은 숫양의 뿔, 코뉴코피아(Cornucopia)다. 왕의 위엄과 용맹함을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다. 많은 맹수들을뒤로하고 숫양이 왕의 위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자못 흥미롭다. 나중에는 귀족들도 집에 코뉴코피아를 과일이나 꽃으로 장식해 걸어 놓고 가문의 번영과 풍요를 기원 했다.
램(Ram)과 비슷한 어감(語感)으로 "램피쥐(Rampage)"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이 어휘의 뜻은 "(파괴를 저지르며 한동안 벌이는) 난동"이다. 램피쥐(Rampage)의 어원을 추적해 보면 램(Ram)과는 관련이 없다. 램(Ram)은 게르만어에서 왔고, 램피쥐(Rampage)는 프랑스어 "램퍼(Ramper)"에서 왔다. 그런데, 이 프랑스어 램퍼(Ra- mper)의 의미가 생각보다 재미있다. "뒷발로 서다"라는 뜻이다. 숫양은 앞에 있는 물체를 들이받을 때 뒷발로 서 힘을 모아 돌진 한다. 어감과 의미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두 단어는 연관이 있을 것만 같다.
며칠 전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구속을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서부 지법에난입하여 시설과 기물을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로 밤잠을 설치며 뒤척이다 깜짝 놀랐다. 시민들은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의 무모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폭력 사건을 두고 여론은 어김없이 두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국가기관을 파괴한 폭동으로 엄벌에 처해야 된다"라는 의견이 주류다. 반면, 보수쪽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전제를깔면서도 "경찰의 느슨한 경계로 인해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과 탄핵 그리고 구속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해외 언론의논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폭동"은 "라이어트(Riot)"라고 표현한다. 폭동은그 규모가 대규모적이고, 사회의 많은 부분에 피해를 주는 정도의 소요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서부 지법 사건을 "라이어트(Ri- ot"라 하지 않고, 난동이라는 의미의 "램피쥐(Rampage)"나 기습을 뜻하는 "스톰잉(Storming)"이라 표현하고 있다.
일부러 외신을 분석하지 않아도 이 사건은 대규모 폭동이라기보다는 여러가지 면에서난동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다중의폭력적 일탈을 가볍게 볼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만약, 이 서부 지법 사건을 깊이 성찰하지 못하고, 또, 처벌과 치유를가볍게 하면 한국사회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첫째, 자신을 목사라고, 때로는, 선지자라고 참칭(僭稱)하며 대중을 호도하는 종교장사꾼들에 대한 공동체의 단호한 대응이필요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예배를 드린다며 욕설과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은 절대 성직자가 아니다. 어느 시대나 혹세무민하는 사이비종교인들이 있어왔지만 오늘날처럼 아래와 같은 성경 구절이 절실히 다가오는 때도흔치 않았다. "거짓 선지자를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오나, 속은 노략질하는 이리다."
둘째, 선동 정치가들, 데머가그(Demago- gue)를 청산해야 한다. 선동 정치가들은, 교묘하고 현란한 말솜씨로 대중을 두 진영으로 나눈다. 그리고 이를 선과 악이라 구분 하여 하나를 고르라고 강요한다. 결국, 선을 넘은 선동 정치는 극단주의적 파시즘(Fas- cism)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이런 경직된 전체주의적 파시즘이 사회를병들게 하고 개인을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셋째, 유튜브(You Tube)를 통하여 거짓 뉴스를 남발하며, 이를 시청하는 사람들의금전을 사취하는 유튜버들을 강력하게단속해야 한다. 사회관계망(SNS: Social Network Service) 발달로 현대인들의상호 교류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빨라졌다. 그만큼 편리해지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SNS의 발달은 많은 문제들을 낳았다. 그중에서도 가짜 뉴스는 우리 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골치덩어리다. 더군다나 거짓 뉴스나 조작된 정보를 이용해서 타인의 주머니를터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관련된 기관들은 하루빨리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므로 온라인(on line) 상의 법의 사각지대를 엄격 하게 관리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와 같이 해결하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약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개인의 판단 잘못으로 야기되는 모든책임은 자신이 전적으로 떠안아야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폭력적 난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섣불리 막무가내식의숫양, 램((Ram)을 흉내 내면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전하겠다는 선지자도, 세상의 불의를 몰아내겠다고소리치는 선동 정치인도 내가 불행해지면 모두가 외면하고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