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뷰티(K- beauty)와 손씻기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있다. 프랑스의 파리다. 물론, 지나친 환상을 갖고 찾아간 파리의진짜 모습에 실망한 "파리 신드롬(Paris Syndrome)"과 같은 말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파리는 변함없는 미(美)의 도시로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다.
샹젤리제 거리를 오고 가는 젊은이들의세련된 옷차림과 달콤한 향수 냄새는 이 도시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자연스럽게 프랑스는 오랫동안 세계 화장품 시장을 주도해 왔다. 샤넬, 랑콤, 디오르등 이름만 들어도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브랜드들이 수두룩하다. 세계 어느 공항의 면세점을 가도, 화장품 코너에는 늘 그들의 제품이 마치 여왕처럼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산업화 시대였던 지난 7/80년대, 해외건설 현장이나 무역 지사에 근무하던 우리 젊은이들에게 샤넬 Nr.5 향수나 랑콤파운데이션은 집에 있는 아내의 귀한 선물이었다.
세상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미와 멋이라면 세상 누구보다 자신 있어 하고 콧대높던 파리의 아가씨들이 한국 여자들의깨끗한 피부를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파리지엔(Parisian) 뿐만 아니다. 그동안 지구촌 미의 표준과도 같았던 구미(歐美) 의 백인 여성들이 "케이뷰티(K- beauty)"에 매료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무래도,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OTT(Over- the - top)를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여성들의 케이뷰티에 대한 호기심에서 동력을 얻은 한국 화장품 산업 성장속도가 놀랍다. 가파른 실적은 무역 통계수치(數値)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우리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6퍼센트상승한 102억 달러를 달성했다. 더 고무적인 것은,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 회장품 1위 기록이 다. 이것은 지금까지 화장품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프랑스를 밀어내고 이룬 성과라더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 케이뷰티는 색조 화장품이 주류 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일본과 달리 기초 화장품, 즉, 한국의 엔티에이징(Anti-agin- g) 제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 여성들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구미 선진국여성들은 지금까지 화장품은 당연히 화학첨가물이 상당량 함유된 제품으로 인식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산 순수 자연소재 화장품이나 한방 화장품에 상대적으로 큰 신뢰를 보이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녀들 사이에 요즘 유행하고 있는 "한국식세안, 코리안 클렌징(Korean Cleansing)"이나 "글라스 스킨(Glass Skin:유리처럼투명한 피부)"들은 다 케이뷰티에서 비롯된 말들이다.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바램은 인간의 영원한 욕망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을 찾아왔다. 최근 케이뷰티에 매료된 많은 나라에서, 화장품뿐만 아니라 "코리안 진생(Korean Jinseng: 인삼)" 같은 건강식품까지 수요가 확장되고, 한국인들의 정신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것은, 어쩌면, 세계인들이 "한국의 미에 대한 철학과가치(the philosophy and values of K- beauty)"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K-pop으로 시작한 한류는 영화와 드라마 를 거쳐 이제는 음식과 화장품 산업으로 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음식과 뷰티 문화는 간접적 대리 만족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몸으로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광범위하고 생명이 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두 분야를 잘 관리하고 향상시킨다면, 틀림없이, K-문화 지속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 여성들의방문 리스트에는 "올리브영"이 꼭 들어 있다고 한다. 물론, 자국에서도 한국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다양한 제품들이진열되어 있는 현지의 분위기를 느껴보며골라보고 싶은 욕심에서 일 것이다. 이렇게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될수록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은 많아질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케이뷰티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니 어김없이 이를 헐뜯고 비난하는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요즘, 미국의 유튜브를 보면, 얼굴 트러블을 보여주며, 한국 화장품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또, 이를 받아 "가짜 한국 제품을 사용하고 헛소리한다"라며 자기들끼리 반박하는 흥미로운영상도 있다.
실제로, 국내 방문 여행객들의 불만도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Korea Tourism Organization) 에 따르면, 자유여행자들이 늘어나며 그만큼 보고 되는 불만(Complaints)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상품 구매와 관련한 내용이 26퍼센트, 택시 이용 불만이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봐야할 부분이 있다. 숙박과 위생에 관한 불만이 2024년 전년 대비 82퍼센트 급증한 258 건이 보고되었다. 이는 아름다움과청결을 자랑하는 케이뷰티의 이미지를직접적으로 훼손하는 중요한 카테고리다.
요즘에는 주위에 해외여행 한두 번 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여행 갔다 온 사람들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화장실은 한국이 최고다"라는 말이다. 확실히,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의 도시들을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을했다면, 아마, 화장실 때문에 낭패를 당한 경험이 몇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장실 인프라가 좋다고 해서 꼭 화장실 문화가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20대 후반에 미국에서 선교 실습을온 한 신학 대학생을 6개월 동안 통역한 일이 있었다. 우리 둘은 오전 일찍 만나, 거의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갔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버벅거리며 헤매었던시절이지만, 지금 돌아 보면 웃음이 나오는 오래된 추억이 되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함께 공중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나오는데, 그가 나에게"하루에 손을 몇 번 씻냐?"라고 물었다. 화장실 나오며 손을 안 씻는 나를 여러 번 보고 손을 씻으라고 완곡하게 충고하는말이었다. 그때 느꼈던 부끄러움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그 후 나는 잠을 자다 깨소변을 본 후에도 꼭 손을 씻는 버릇이생겼다.
서울은 이제 국제도시라고 할 수 있다. 관광지에는 다양한 피부색의 여행객들이몰려다니고, 지하철을 타면 우리 곁에 외국인이 앉아 있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준비했고 적응하고 있는가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특별히, 위생에 연관된 부분은 세심한 관심을 갖고 점검하여, 시정할 부분이 있으면 계몽과 조례를 통해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나 숙박업소의비위생적 환경은 외국인들의 "뷰티 코리아"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또, 지하철 화장실에서 손 씻지 않는 많은 한국인들을 보면 그들의 실망이 얼마나 클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크리티컬한 부분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하지 않는 정부와 관련 기관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지금은 케이뷰티를 포함한 한류가확장 지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탄력을 잃고쇠퇴해 갈 것인지가 결정될 중대한 시점에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인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에 매혹되고 있는 전례가 없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같은 평범한 시민들도 할 일이 있다. 공중 화장실에서 꼭 손을 씻으므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타인의위생을 챙겨주고, 방문 여행객들에게 높은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어쩌면 이런 사소한 일이, 열을 올리며떠드는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거대 담론(巨大談論)보다, 드러나지 않지만 따뜻한애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