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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2자·7분 남짓·문학의 고향 테바이 (Thebai)

문학의 고향 테바이 (Thebai) [2]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에서 "훌륭한 비극은 소수의 가문에서 글감을얻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가장 잘어울리는 작품 중 하나가 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한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가족 구성원들이다. 따라서, 작품을 효과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과 그 관계를 이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오이디푸스 왕>의 등장인물들은 아래와 같으며, 다른 두 편의 등장 인물은 추가 소개하겠다.

•라이오스: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오이디푸스: 작품의 주인공•이오카스테: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며 아내•폴리네이케스: 오이디푸스의 쌍둥이 아들•에테오클레스: 오이디푸스의 쌍둥이 아들•안티고네: 오이디푸스의 맏딸•이스메네: 오이디푸스의 둘째 딸•크레온: 오이디푸스의 처남•테이레시아스: 테바이의 장님 예언자•라이오스의 양치기(경비병) •사자 1(코린토스의 양치기) •사자 2(이오카스테의 죽음을 알리는메신저) •코로스(테바이의 원로들로 구성)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오이디푸스 왕> 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이디푸스는 향을 피운 왕실 홀에서초조한 마음으로 크레온이 가지고 올 신탁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레온이 델포이에서 돌아 왔다. 그는 오이디푸스에게 신탁의 내용을 이렇게 보고했다.

"사람을 추방하거나 피는 피로 갚으라하셨습니다. 바로 그 피가 우리 도시에 폭풍을 몰고 왔다고 합니다."

신탁은 선왕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서 벌주라는 것이었다. 오이디푸스는 선왕 라이오스와는 일면식도 없고,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크레온이 들려준 유일한 단서는, 델포이로 가던 왕을 수행하다 살아 돌아온하인의, "도적들이 달려들어 왕을 살해했다"라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곤경에 처해 있던 오이디푸스에게 코로스 장이 조언을 해준다.

"제가 알기로는, 테이레시아스만큼 포이보스 왕의 의중을 잘 읽는 사람은 없습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테바이 출신의 전설적 눈먼 점쟁이이며, 포이보스 왕은 아폴론 신으로 델포이의 주인이다. 따라서, 코로스 장의 조언은 "빨리 점쟁이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신탁을 해석해 범인을 잡으라"라는 뜻이다.

왕의 명령에 의해 테이레시아스가 왕실로불려왔다. 그런데, 왕 앞에 서 있는 테이레시아스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오자마자 점을 봐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한탄하며 곧바로 돌아가야 한다고 까탈을부린다. 불편한 가운데 오이디푸스와 테이레시아스의 대화가 시작된다.

"하늘의 일이든 지상의 일이든 모든 것을통찰하는 테이레시아스여, 어떤 역병이 이 나라를 덮쳤는지 말해주오." "아아, 슬프도다. 지혜가 아무 쓸모 없는 곳에서 지혜롭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왜 그러시오? 그렇게 의기소침해서 들어오시니 말이오." "집으로 보내 주시오. 그대의 짐은 그대가, 내 짐은 내가 지는 것이 상책이오." "말해주지 않겠다니, 그 무슨 소리요? 그것은 그대를 길러준 이 도시에 대한불충이오."

처음부터 자연스럽지 않았던 두 사람 간의 대화는 점점 감정이 개입되며 가시가 돋기 시작했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에게 "신탁의 점쾌를 말하지 않으면 왕궁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라고 끊어 말했다. 테이레시아스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찾고 있는 범인이 바로 그대 자신이오."

오이디푸스는 "이게 무슨 헛소리냐"라는듯 놀라며 테이레시아스를 바라보았다. 분노한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를 향해 소리쳤다.

"테이레시아스, 되지도 않는 수수께끼 같은 말만 지껄이고, 알 수 없는 주문만지껄이는 이 거짓 약장수야!"

오이디푸스는 계속해서 앞 못 보는 테이레시아스를 조롱했다.

"그대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사는 자여, 그대는 햇빛 보는 자를 결코 해코지하지못하리라.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라!"

테이레시아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오이디푸스에게 이렇게 나직이 말하며 천천히 왕실을 떠났다.

"그대, 앞 못 보는 장님이 되고 거지가 되어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이국땅으로 길을 떠날 것이오."

인간 사회는 위기가 찾아오면 늘 갈등도 함께 뒤따른다.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가 선왕 살해 사건에 자신을 연관 시킨 것은 권력을 찬탈하려는 처남 크레온의음모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졌다. 급기야 오이디푸스가 크레온을 처단하겠다는 말까지 나오자 왕비 이오카스테가 나서서 말린다.

오이디푸스는 오래전에 델포이 좁은 길에서, 사람을 죽였던 기억도 떠오르며 마음이 몹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왕비에게 그동안 자신을 줄기차게 괴롭혔던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동침한다"라는 신탁과, 델포이에서 사람을 죽인 일을 처음으로고백한다. 그리고 누가 선왕의 죽음을 알려왔냐고 물었다. 이오카스테가 대답했다.

"하인이요. 선왕을 수행한 사람 중 그자만이 살아왔지요. 그는 당신이 왕이 된 후 멀리 떠나 양을 치며 살겠다고 해서 그렇게해주었지요."

오이디푸스는 왕비에게 양치기 하인을 빨리 불러오라고 했다. 왕비 이오카스테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양치기는 분명히 한 사람이 아니라 도적떼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선왕 라이오스는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신탁을 받았지만 제가 먼저 그 아이를 죽였어요."

왕비 이오카스테는 뒤숭숭한 마음을 달랠생각으로 스스로 델포이를 찾기로 했다. 그때 한 낯선 외지인이 찾아와 이오카스테 와 마주하게 된다. 그는 코린토스에서 온사자였다. 사자는 코린토스 왕 폴뤼보스의부음(訃音)을 알리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이오카스테는 뛸 듯이 기뻤다. 폴뤼보스의 죽음은 그토록 오랫동안 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으로 괴로워하던, 남편 오이디푸스에게는 구원의 메시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오카스테는 시녀에게 소리쳤다.

"시녀야, 너는 당장 네 주인에게 달려가이 소식을 전해라. 이제 그의 아버지는 그의 손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죽었구나."

아버지의 부음을 들은 오이디푸스에게는슬픔과 안도가 함께 밀려왔다. 그는 분노 섞인 말을 내뱉으며 델포이의 아폴론 신을원망했다.

"아아! 퓌토의 예언자, 아폴론의 신탁은 이제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런데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코린토스의 사자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기묘한 반응을 보이는 왕과 왕비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오이디푸스는 신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자 코린토스의 사자가 이렇게 말했다.

"왕은 코린토스 왕 폴뤼보스의 친아들이아니오."

참으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 사자의 입에서터져 나왔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한순간에 극적인 반환점을 돌아 피날레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간다. 사자는 옛날 키타이론 산의 코린토스 양치기였다. 그는 라이오스의 양치기로부터 아이를 넘겨받아 폴뤼보스 왕과 멜로페왕비에게 넘겨준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려 준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번에는 기어코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자포자기상태가 된다. 왕비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를 말려보려 하지만 허사라는 것을 알고 내실로 물러난다.

그리고 하인들에 의해서 라이오스의양치기가 붙들려 온다. 신의 장난치고는 너무나 가혹하다. 오랜 옛날 젊은 시절 키타이론 산에서 아이를 주고 넘겨받았던두 양치기가 지금 왕이 된 그 갓난 아이 앞에 함께 서있다. 처음 라이오스의 양치기는 "기억이 없다"라며 모든 것을 부정 했지만, 오이디푸스의 불같은 추궁에 모든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안에 계신 마님께서 그 사연을 가장 잘말씀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울부짖었다.

"오! 신이여, 모든 예언이 진실이었군요!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모든 것이 사실이었구나! 오오, 햇빛이여,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 이기를!"

코로스의 슬픈 노래 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아, 그대들 인간 종족이여, 헤아리건대, 그대들 삶은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구나.

그대 라이오스의 아들이여, 내 그대를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입에서 만가(輓歌)를 쏟아내는 사람처럼 내 그대를 위해 우나이다."

뒤이어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은 사자2(메신저)가 등장하며, 목격담을 이야기 해준다. 미친 듯이 날뛰는 오이디푸스와이오카스테의 죽음으로 왕실은 격랑의한복판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분(오이디푸스)은 걸쇠에서 빗장을뜯어내며 방안으로 뛰어드셨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흔들리는 밧줄의 꼬인고에 목을 맨 마님(이오카스테)을 보았어요. 그분께서는 무섭게 울부짖으며 마님이매달린 밧줄을 푸셨어요. 그리고 마님의 황금 브로치를 뽑아 들더니 자신의 두 눈을 찔렀어요."

그리스 문학의 저명한 번역가 로버트 피츠제럴드(Robert Fitzgerald)는 소포클레스 작품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가 황금 브로치로 눈을 찌르며 외치는 그리스어 구절을 이렇게 영문 번역했다.

"No more, No more shall you look on the misery about me, The horrors of my own doing! Too long you have known The faces of those whom I should never have seen, Too long been blind to those for whom I was searching! Feom this hour, go in darkness!

다시는, 이제 너희는 내가 겪고, 저지른 끔찍한 일들을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너희는 보아서는 안될 사람들을 충분히 오랫동안 보면서도 내가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알아 보지못했으니지금부터 너희는 어둠의 세계로 가거라"

스핑크스를 죽이고 영웅이 되어 왕실로들어왔던 오이디푸스는 이제 장님이 되어 테바이를 떠나고 있다. 그는 이생에서 마지막 짐으로 남아있는 자식들의 장래를울면서 크레온에게 부탁한다.

두 아들 폴리네이케스, 에테오클레스와두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다.

"미노이케우스의 아들(크레온)이여, 이 아이들의 어버이인 우리가 둘 다 없어졌으니, 이 아이들에게는 자네가 단 한 사람의 아버지로 남은 셈이네. 자네 친족인 이 아이들이 결혼도 못 하고 가난하게떠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이 아이들이 나만큼 비참해지지 않게해주게"

오이디푸스가 지팡이를 짚고 왕실을 떠날 때 비극의 대단원을 알리는 엑소도스(Exodos), 코로스의 합창가가 들려온다.

"내 조국 테바이 주민들이여, 보시오, 저분이 유명한 수수께끼를 풀고더없이 권세가 컸던 오이디푸스요. 그의 행운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지 않은 시민이 있었던가! 보시오, 그런 그가 얼마나 무서운 불운의풍파에 휩쓸렸는가! 그러니 항상 생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리되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여기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그리고, 독자들은 눈먼 오이디푸스가 낯선 땅으로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점쟁이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을 떠올린다.

"그대, 앞 못 보는 장님이 되고 거지가 되어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이국땅으로 길을 떠날 것이오."

▪︎위 글 Part [2]는 오이디푸스 3부작 중 <오이디푸스 왕>의 내용이며, 이어지는 Part [3]에서는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와 <안티고네>를 한편으로 요약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