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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시대(時代)

새해 초인 지난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신이 난 듯한 말투로 언론인들에게 전하는 말이 전 세계를 경악게 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 ro)를 미군이 1월 3일 새벽 그의 벙커에서체포해 미국으로 이송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성공적인 작전으로 한껏 고무된 그는, 그동안 불편한 관계에 있던 여러 나라들에 대해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트럼프의 말은 대략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쿠바는 붕괴 상태에 들어섰다." "콜롬비아는 병든 사람이 통치하고 있으며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Claudia) 대통령을좋아하지만, 멕시코는 지금 카르텔이 지배하고 있다. 나는 멕시코에 군대를 파견하고싶다."

그런데 도중에 트럼프는 뜬금없이 그린랜드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이참에 아예그린랜드 병합도 쐐기를 박아버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무력 사용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나는 그린랜드를 갖고 싶다. 덴마크는 20일 내에 대답을 해야 한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전통적 혈맹인 네이토(NATO), 즉 유럽 우방들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도발이었다. 직접 당사자인 덴마크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네이토 회원국들이 상징적 소규모 군대를그린랜드에 파견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 1월 17일, 그린랜드 수도 누크(Nu- uk)에서는 건국 후 최대 인파가 모여 반 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인구의 1/4이 모였다는 이 집회에서 시민들이 들고 있는 구호가 인상적이었다.

"Greenland is not for sale" "그린랜드는 팔려고 내놓은 나라가 아니다"

트럼프가 군대를 파견한 국가들에게 관세카드를 꺼내들자, 유럽 주요 국가들은 미국국채(國債)를 처분하겠다는 극단적 말을 언론에 흘렸다. 이 희한한 소란은 급기야 미 주가 3대 지수 다우 존스, 나스닥, S&P 500의 급락을 몰고 왔다.

사태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트럼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세를 전환 했다. 다보스 포럼(Davosforum)에서기자들에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천연덕스럽기까지 하다.

"People thought I would use force, but I don't have to use force. I don't want to use force. I won't use force." "사람들은 내가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생각하지만, 나는 그럴 이유가 없다. 나는 무력 사용을 원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위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David Ig- natius)의 글을 무척 좋아한다. 그의 글은쉽고 간단 명료하며 주제가 분명하다. 그가 갖고 있는 군사, 외교, 테크놀로지 분야의 방대한 정보력 위에 통찰력을 더한 칼럼은 가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수백 대의전차와 탱크를 앞세우고 우크라이나를침공했을 때, 세계의 거의 모든 언론들이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했었다. 그러나 그때,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푸틴의 고난을 예고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의 경고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그동안 푸틴이 입은 상처는 너무나 깊고 뼈아프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작전 성공 며칠 후인 지난 1월 8일, 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가워싱턴 포스트에 한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의 제목은 "Trump's Venezuela success might not last: 트럼프의 베네수엘라(작전)성공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였다.

겉보기에는 신속하고 완벽한 작전처럼보이지만, 실상은 풀어야할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마두로를체포했으나 베네수엘라에는 "레이쥠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교체)"가 일어나 지 않았다.

파이넨셜 타임스에 의하면, 트럼프는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 driguez)에게 당분간 베네수엘라의 통치 를 맡기기로 밀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현재까지 실질적 권한은 마두로의 측근인국방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즈(Vl- adimir Padrino Lopez)와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벨로(Diosdado Cabello)가장악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두 장관들에게 미군이 재 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겁을 주고 있지만, 상황은 녹녹치 않다. 베네수엘라의 좌파정권을 완벽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지상군투입이 필수적인데, 이는 공화당 내에서도반대가 많아 실행이 어렵다.

꼬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트럼프는마두로 체포 후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CEO들에게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에 적극참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의 이사회는 위험 부담이 큰 사업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

트럼프의 가장 심각한 고민은, 사실, 미국 내에 있다. 바로 11월 중간 선거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 평가라고 볼 수 있는 11월선거에서는 상원 100명 중 35명, 하원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뽑는다. 특히, 선거 결과 상.하원에서 민주당이승리하게 되면, 트럼프는 곧바로 레임 덕(Lame Duck)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미니애폴리스에서 있었던, 이민세관단속국(ICE: Immigrat- ion and Customs Enforcement) 요원들의 막무가내식 무기 사용은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1월 7일 세 아이의 어머니인 백인 여성 37세 레니 굿(Ren- ee Good)이 ICE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24일 레니 굿이 총격당한 곳과 불과 1마일 떨어진 장소에서, 알렉스 프레티(Alex Pretti)라는 37세의 백인 남성이ICE 요원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그는 미니애폴리스 시민권자이며 국가보훈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 모두, 행인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살펴보면, 총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절대 아니었다. 언론 매체 중에는 "in cold blood"라는 말을 강조하기도했는데, 이는 사람 죽이는 일을 "예사롭다는 듯이 한다"라는 의미다.

두 사건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동안 인권을 존중하고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전형(典型) 으로,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야만적 장면이었다.

시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든 것은 알렉스프레티 사건이 일어난 후, 국가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크리시티 놈 국토안전부 장관, 그레고리 보비노국경 수비대 대장 등이 알렉스 프레티를테러리스트로 몰고 가려 했다. 단지 알렉스 가 권총을 몸에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알렉스는 공공장소에서 합법적으로 권총을 소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트럼프는 극성스러운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지지세력의 폭력적이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들의지지로 대통령이 되었고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운 것은, 합리적 중도층이 떠나며 트럼프의 긍정적 지지율은집권 후 최저치인 40퍼센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의 이런 혼란이 우리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합의한 15퍼센트 관세를 25퍼센트로환원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듯이, 트럼프의 종잡을 수 없는 협상 수법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그의 미치광이 전술에 말려들면 안 된다. 정해놓은 원칙을 지키며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약점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대항하고설득하며 시간을 벌어야 한다.

중동에는 다시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감돌고 있다.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지금 온통 11월 중간선거밖에 없다. 따라서, 그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정책, 불법 이민자추방, 마두로 체포와 같은 일련의 이슈들이먹히지 않고 미국 내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 한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면 이란을 폭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동에서의 전쟁은방정식(方程式)이 아니고 미적분(微積分) 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뒤얽힌 이해관계는 전쟁의 승패와상관없이 복잡하다. 자칫 이라크 전쟁처럼멍청한 싸움이 될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전,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이라크가 힘의 균형을 이루며지역의 안정을 이루고 있었다. 이때 미국이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몰락시키며, 이란을중동의 반미 맹주 국가로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역사학자들이 이라크 전쟁을 "미국의 가장 어리석은 전쟁"이었다 보는이유다.

이란의 동북 쪽 이웃에는 미국과 20년 동안 싸워, 결국, 미국을 물리친 아프가니스탄 텔레반 정권이 있다. 텔레반 정권은이란과 종교적 대립관계에 있는 수니파원리주의자이다. 그들이 지금의 미국과이란과의 긴장 상황을 어떻게 주시하고있을지는 자명하다.

전쟁의 유혹을 받는 통치자들에게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불멸의현실주의자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의 아래와 같은 말을 인용 하며 경고하고 있다.

"People may go to war when they will, but cannot always withdraw when they like." "통치자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 전쟁을일으킬 수 있지만, 한번 시작한 전쟁은마음대로 쉽게 끝낼 수 없다."

트럼프는, 어쩌면, 인생의 정점(頂點)을지났는지 모른다. 80년 혈맹이었던 서방의 주요 국가들이, 그를 비웃으며 베이징을찾고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관세정책도 서서히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더 괴로운 것은 지지했던 많은 미국인들마저 그를 비난하며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의 앞에 11월 중간선거가 마치 커다란 장벽처럼 서 있다. 다시 선거 보이콧이나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혼란이 일어날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 선거가 이루어지고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미국의 올 11월 중간선거는 정말특별하다. 왜냐하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숨 쉬는지, 생명이 다해가는지살펴볼 수 있는 리트머스 테스트(Litmus Test)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