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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공백(權力空白)의 위험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대한 분노 작전(Oper- ation Epic Fury)"이라는 작전명으로이란 폭격을 승인했다. 그리고 공격 첫날,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가 폭격으로 사망하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트럼프 정부 폭격의 첫 번째 명분은 "핵시설 파괴"였고, 두 번째는 "프리엠티브어택(Preemtive Attack: 선제공격)"이었다. 이는 이란이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와이스라엘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선제적으로 작전을 개시 했다는 이야기다.

폭격이 시작되고 곧바로 최고 지도자하메네이가 사망하며, 전 세계 매스컴은 미국의 "핀포인트 밤잉(Pinpoint Bomb- ing: 정밀 조준 폭격)"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에 고무되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어블리터레이터(Obliterate: 제거하다)"라는 말을힘주어 말했다.

이는 명백히 이란의 모든 군사시설을파괴하고, 권력 주요 인물들을 제거하여 확실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표현이었다. 지난 2월 28일 토요일 폭격을 시작한 후, 성명을 발표하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넘쳤고 특유의 허풍끼도 보였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 몇 시간 후 시작된 이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바레인, 두바이, 아부다비까지 무차별적인 미사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또, 바레인에 있는 미 5함대 시설이 공격받는 영상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미국의 폭격에 대한 유럽 동맹 국가들의 반응이 예전과 사뭇달랐다. 대부분의 동맹들은 이란의 신정(神政) 독재 정권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의폭격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이중적 스탠스를 보였다. 특히, 변함없는 혈맹이었던 영국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다. 나중에 방어목적으로 승인을 했지만, 영국은 미국의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공군기지 사용 요청을 거부했다.

트럼프를 향한 미국 국내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바보같이 이스라엘네타냐후 총리에게 속아서 전쟁에 뛰어들었다"라는 아래와 같은 소문이 떠돌며, 부정적 여론이 긍정적 여론을 훨씬 앞서고 있다.

"Israel dragged Trump into war with Iran. 이스라엘이 트럼프를 이란 전쟁에 끌고들어갔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속았다"라는 여론에자존심이 상했는지, 트럼프는 3월 3일 화요일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회담 중에 이렇게 말했다.

"If anything, I might have forced Israel's hand. 오히려, 내가 이스라엘의 손을 잡아끌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전쟁을 지켜보며 놓쳐서는안될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다. 이는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트럼프는 분명히 전쟁을 어떻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정교한계획 없이 시작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어쩌면,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와 몇몇 핵심 요인들만 제거하면 전쟁이 쉽게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푸틴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주일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 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Hamas)를 몇 달 내에 괴멸 시킬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트럼프에게 "왜 실패한 미국의 지난 전쟁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리비아에서카다피(Gaddafi)만 제거하면 친서방민주국가가 들어설 것으로 믿고, 2011년네이토(NATO)는 카다피를 축출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기대와는 달리 극심한 내전의 늪으로 빠져들며 테러와 수많은난민을 만들며 유럽의 재앙과 같은 나라가 되었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자유 작전(Operarion Iraq Freedom)"이라는 작전 명으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또 하나의 어리석은 전쟁이었다. 쉽게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던 전쟁은 8년이 지난2011년 12월 15일에야 종전 선언을 하고 미군이 철수했다.

그러나,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자마자악몽이 시작되었다. IS라는 조직이 새로운국가(이슬람 국가)를 자처하며 중동과 유럽에서 수많은 악행과 테러를 저지르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2019년 IS가 소멸 될 때까지 국제사회가가 지불한 대가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컷다.

이와 같이 중동에서 국가는 중앙 통제가무너지고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 다양한부족과 종교가 얽히고설킨 파벌들은 내전의 상태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 중동에서 의 전쟁이 "방정식이 아니라 미적분이다"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난해함이, 중동 문제에 정통한 인사들이 트럼프와미 군부가 이번 전쟁에서 이란 정권의"토털 오블리터레이션(Total Obliterat- ion: 완전한 제거)를 이야기하는 것에어이없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은 필자가 상당 기간 중동에서 살고 여행하며 얻은 경험과, 최근의 저명한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정리해서 쓴 글이다. 특히, 며칠 전 3월 3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뉴욕대법학 교수 스테판 홈스(Stephen Holme- s) 교수의 "The perils of a power vacu- um in Iran: 이란에서 권력 공백의 위험" 이라는 칼럼에서 상당 부분 인용했음을밝혀둔다.

스테판 홈스 교수는 이란의 정권이 무너 지고 혼란에 빠지게 되면, 이라크나 리비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이란 내에 산재해 있는 유무형의 핵 자산 때문이다.

이란의 신정 정권은 지난 수십 년 동안공식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핵관련 인프라를 건설해 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다 찾아 폭격을 한다고 해도, 정권이 무너 지면 통제 불능의 무장 조직들이 남아있는핵물질들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정권 붕괴의 시나리오에서 테러 조직에넘어갈 수 있는 이런 "저급 핵 물질(low- er-grade nuclear material)"은, 핵폭탄제조는 어렵다 해도 "더티 밤(Dirty Bom- b)"을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방사선이포함된 폭탄, 더티 밤은 특히 도심에 터트리면 한 지역을 오염시켜 버리는 대단히 위험한 무기다.

미국은 이란이 오랜 기간 동안 핵 과학자들를 양성하고, 관련 기술자들을 훈련시켜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무너지고 이란이 내전 상태로 들어서면말 그대로 이들은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s)", 자영업자들이 된다.

스테판 홈스 뉴욕대 교수의, 지금의 전쟁을 넘어선 미래의 위험을 경고하는 혜안이 참으로 놀랍다. 그는 자신의 칼럼을 이런 말을 남기며 마무리했다.

"But eliminating a visible adversary does not neutralize the underlying threat; it merely transform that threat into something elusive, opaque, de- centralized, unaccountable and imp- ossible to negotiate with or monitor.

(전쟁에서 때로는) 눈에 보이는 적을제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위협을 없애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단지, 이런 행위는 기존의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고, 불투명 하게 하며, 난립 시키고, 방임적으로 만들며 협상과 추적을 불가능하게 변형 시킬뿐이다."

현재 전쟁은 양측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반전론이 조금씩 더 힘을 얻어 갈 것이며, 이란의 권력 내부는 강경파와 온건파의갈등이 심화 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레이쥠 췌인지(Regime Change: 정권교체)"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외교력을 동원해 이란 내 온건개혁파에게 힘을 실어주며 협상 테이불로나오게 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인들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과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는 확실한 길이다.

미국이 레이쥠 췌인지를 위해 끝내 지상군까지 투입할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시기에 양측이 협상의 장으로 나올 것인지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