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 지문의 소재는 이미 바뀌었다 — 20년 어휘 빈도 비교
유형 구성이 20년 사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이미 세어 봤습니다. 그런데 유형은 문제의 껍데기이고, 학생이 실제로 읽는 것은 지문의 소재입니다. 소재는 유형표에 안 잡힙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어를 셌습니다. 2006~2012년 지문 1,765개(26만 단어)와 2020~2026년 지문 2,176개(38만 단어)의 단어 빈도를 10만 단어당 횟수로 맞춰 비교했습니다. 소재가 옮겨 가면 단어 빈도가 먼저 움직입니다.
늘어난 단어 — 디지털과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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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 2006~2012 | 2020~2026 | 증가 배수 |
|---|---|---|---|
| digital | 2.6 | 18.6 | 5.4 |
| content | 3.0 | 19.7 | 5.1 |
| creativity | 3.4 | 16.4 | 3.9 |
| perspective | 4.2 | 17.8 | 3.6 |
| visual | 6.4 | 24.6 | 3.4 |
| understanding | 7.9 | 28.7 | 3.3 |
| data | 7.6 | 26.8 | 3.2 |
| media | 10.2 | 33.6 | 3.1 |
숫자는 10만 단어당 등장 횟수입니다. digital은 5.4배, data는 3.2배, media는 3.1배로 늘었습니다.
옛 시기에 아예 0회였던 단어도 있습니다.
- AI — 2006~2012년 0회 → 2020~2026년 61회(지문 16개). 첫 등장은 2017년입니다.
- algorithm / algorithms — 0회 → 40회(지문 22개)
- smartphone — 0회 → 9회
기출 지문에 AI가 처음 들어온 게 2017년이고, 2024년 이후에만 12개 지문에 나옵니다. 지금 출제되는 지문은 2010년대 초반 지문과 다른 세계를 다룹니다.
줄어든 단어 — 집, 저녁,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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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 2006~2012 | 2020~2026 | 줄어든 배수 |
|---|---|---|---|
| dinner | 21.5 | 4.2 | 4.3 |
| blood | 20.4 | 5.0 | 3.6 |
| wind | 23.0 | 6.3 | 3.3 |
| women | 25.7 | 7.3 | 3.2 |
| winter | 19.6 | 5.5 | 3.2 |
| countries | 26.8 | 8.1 | 3.0 |
| television | 17.4 | 6.0 | 2.6 |
| kids | 41.1 | 15.1 | 2.6 |
| government | 20.4 | 7.8 | 2.4 |
| house | 58.9 | 25.1 | 2.3 |
dinner·house·kids·television — 집과 가족, 일상 생활의 단어가 반토막 이하로 줄었습니다. countries·government·million 같은 국가·통계 소재도 3분의 1 수준입니다.
늘어난 쪽과 줄어든 쪽을 나란히 놓으면 방향이 보입니다. 지문이 생활 장면과 국가 단위 이야기에서, 인지·행동·데이터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주제어를 직접 찍어서 확인했습니다
위 목록은 증가 배수 순으로 자동 정렬한 것이라 우연이 섞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제를 대표하는 단어를 직접 골라 같은 기준으로 다시 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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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 2006~2012 | 2020~2026 | 증가 배수 |
|---|---|---|---|
| digital | 2.6 | 18.6 | 5.4 |
| data | 7.6 | 26.8 | 3.2 |
| media | 10.2 | 33.6 | 3.1 |
| brain | 28.4 | 65.0 | 2.3 |
| environment | 20.8 | 39.3 | 1.9 |
| memory | 13.6 | 26.2 | 1.9 |
| social | 46.2 | 82.2 | 1.8 |
| technology | 12.9 | 19.4 | 1.5 |
| climate | 12.9 | 18.0 | 1.4 |
| research | 34.8 | 38.2 | 1.1 |
| students | 104.4 | 67.2 | 0.7 |
| plastic | 10.6 | 4.1 | 0.4 |
brain이 2.3배, social이 1.8배, memory가 1.9배 — 인지·심리 쪽 어휘가 뚜렷하게 늘었습니다. 다만 센 것은 단어이지 소재가 아닙니다. 지문을 주제별로 분류한 집계가 아니므로, "심리학·행동과학 지문이 늘었다"는 건 이 단어들로 미루어 본 해석입니다.
의외인 것도 두 개 있습니다. 환경 소재는 통째로 늘지 않았습니다 — environment는 1.9배인데 climate는 1.4배, plastic은 오히려 0.4배로 줄었습니다. 환경 소재가 유행이라는 인상과 다릅니다. 그리고 students는 0.7배로 줄었습니다. 학교·학생을 배경으로 한 지문이 빠진 자리를 성인·연구 맥락이 채운 것으로 보입니다.
안내문 문항을 빼고 다시 셌습니다
처음 계산에서는 registration(12.0배)·website(3.0배)·email(4.5배)·online(3.4배)이 상위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안내문 일치 유형이 20년 사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이 단어들은 소재 변화가 아니라 유형 구성이 바뀐 결과일 수 있습니다.
확인하려고 안내문·도표 문항을 빼고 같은 계산을 돌렸습니다.
| 단어 | 안내문 포함 | 안내문 제외 |
|---|---|---|
| registration | 12.0배 | 상위권에서 사라짐 |
| website | 3.0배 | 0.7배 |
| online | 3.4배 | 1.9배 |
| 4.5배 | 3.2배 | |
| digital | 5.2배 | 5.4배 |
| data | 3.3배 | 3.2배 |
| media | 3.1배 | 3.1배 |
registration·website는 안내문을 빼면 증가가 사라집니다. 온라인 신청 안내문이 늘어난 것이지 지문 소재가 바뀐 게 아니었습니다. 반면 digital·data·media는 안내문을 빼도 배수가 그대로입니다. 산문 지문 안에서 실제로 늘어난 단어입니다.
이 구분을 안 하면 "요즘 기출은 온라인 이야기가 많다"는 엉뚱한 결론이 납니다. 소재 변화를 볼 때는 유형 구성 변화를 먼저 걷어내야 합니다.
공부에 쓰는 법
- 연도가 오래된 기출은 소재 연습용으로 약합니다. 유형 훈련에는 쓸 수 있지만, 2010년 이전 지문에는 digital·data·algorithm이 들어 있는 글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 늘어난 단어들은 대부분 추상 명사(content, perspective, understanding, creativity)입니다. 단어 뜻은 알아도 문장 안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잡기 어려운 부류입니다. 빈칸추론이 어려운 지점과 겹칩니다.
- 환경·기후 소재를 특별히 몰아서 준비할 근거는 이 데이터에 없습니다. 오히려 인지·심리(brain, memory, social) 쪽이 실제로 늘어난 갈래입니다.
데이터에 대해
- 대상: 2006~2026년 고1·고2·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수능 영어 독해 문항 중 지문이 60단어 이상인 산문 지문. 비교 구간은 2006~2012년 1,765개(264,927단어) 와 2020~2026년 2,176개(382,953단어) 입니다. 두 구간 사이(2013~2019년)는 비교를 선명하게 하려고 뺐습니다.
- 단어 수가 다른 두 구간을 비교하므로 모든 수치는 10만 단어당 등장 횟수로 환산했습니다. 증가 배수는 (최근+1)/(옛것+1)로 계산해, 0회에서 1회로 오른 단어가 무한대 배수로 튀는 것을 막았습니다.
- 두 구간 합쳐 60회 이상 나온 단어만 순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드물게 나오는 단어는 배수가 우연히 크게 흔들립니다.
- 사람 이름·지명처럼 항상 대문자로만 나오는 형태는 제외했습니다. 제외 전 목록의 상위권은 Anna·Emma·Sean 같은 등장인물 이름이 차지합니다(옛 시기 0회 → 최근 시기 최다 104회). 서사형 지문에 쓰는 이름이 바뀐 것이라 소재와는 무관합니다.
- 원형 복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algorithm과 algorithms는 따로 세어 합계로 적었습니다.
- 증가 배수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가 아닙니다. smiled(4.1배)·handed(3.2배)처럼 서사형 지문의 문체 변화로 설명되는 단어도 상위권에 섞여 있습니다.
- 수능 짝수형 시험지는 홀수형과 문항·번호가 완전히 같아 중복으로 보고 집계에서 뺐습니다(전체 8,402 → 7,915문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