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첫 줄만 보고 유형을 맞힐 수 있는가 — 유형별 신호 단어 집계
영어 시험지를 받으면 학생은 발문을 먼저 읽습니다. 그런데 지문을 눈으로 훑는 순간 유형이 짐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이건 이야기네", "이건 설명문이네" 하는 감각입니다.
그 감각이 데이터로 확인되는지 봤습니다. 산문 지문 5,952개를 유형별로 나눈 뒤, 그 유형에서만 유독 자주 나오는 단어를 뽑았습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배수 = (그 유형 지문에서 이 단어가 나오는 비율) ÷ (전체 지문에서 이 단어가 나오는 비율)
배수가 7이면, 그 단어는 해당 유형 지문에 전체 평균보다 7배 자주 나옵니다.
내용일치 — born, graduated, m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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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 이 유형 지문에서 나오는 비율(%) | 전체 평균 대비 배수 |
|---|---|---|
| graduated | 5.3 | 8.48 |
| graduating | 4.1 | 7.79 |
| born | 31.4 | 7.73 |
| academy | 2.8 | 7.68 |
| medal | 3.0 | 7.55 |
| awarded | 3.9 | 7.40 |
| nobel | 2.8 | 7.35 |
| award | 4.3 | 7.04 |
배수가 8을 넘습니다. 이 글의 모든 유형 중 가장 뚜렷한 지문입니다. 내용일치 지문의 31.4%에 born이 들어 있습니다. 태어나고, 졸업하고, 상을 받는 글 — 인물 전기입니다.
이 유형이 얼마나 전기 쪽으로 쏠렸는지는 연도별로 세면 바로 보입니다. born이 든 내용일치 지문은 2006년 0%(17문항 중 0개)였고, 2015년 28.1%, 2020년 57.1%, 2024년 94.1%(17문항 중 16개)입니다. 20년 사이 내용일치는 사실상 인물 전기 전용 유형이 됐습니다.
지칭추론·심경·분위기 — 사람의 동작과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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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 이 유형 지문에서 나오는 비율(%) | 전체 평균 대비 배수 |
|---|---|---|
| thanked | 8.1 | 6.33 |
| nodded | 6.1 | 6.22 |
| smiled | 14.5 | 5.71 |
| replied | 17.8 | 5.56 |
| grabbed | 5.4 | 5.34 |
| tears | 8.4 | 5.22 |
| dad | 7.4 | 5.19 |
| kindness | 5.7 | 5.16 |
지칭추론(297개)입니다. replied가 17.8%, smiled가 14.5% — 대화와 표정으로 굴러가는 이야기 지문입니다.
심경·분위기(281개)는 비슷하면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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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 이 유형 지문에서 나오는 비율(%) | 전체 평균 대비 배수 |
|---|---|---|
| window | 9.6 | 7.06 |
| jumped | 4.3 | 6.05 |
| mouth | 5.0 | 5.81 |
| breath | 7.1 | 5.65 |
| calm | 5.7 | 5.65 |
| legs | 6.0 | 5.46 |
| bus | 5.3 | 5.30 |
| headed | 4.3 | 5.19 |
지칭추론이 말(replied, thanked)이라면 심경은 몸입니다. window·breath·legs·mouth —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풀리는 묘사로 감정을 만듭니다. 심경 문제의 정답 선택지가 195개 형용사로 끝난다는 사실과 짝이 맞습니다. 지문에서 몸의 반응을 찾고, 선택지에서 그 감정에 맞는 형용사를 고르는 구조입니다.
글의 순서 — 이야기가 절반쯤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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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 이 유형 지문에서 나오는 비율(%) | 전체 평균 대비 배수 |
|---|---|---|
| farmer | 1.8 | 3.09 |
| refused | 2.1 | 2.97 |
| thanked | 3.4 | 2.63 |
| crying | 1.7 | 2.49 |
| replied | 7.8 | 2.44 |
| nodded | 2.4 | 2.44 |
| surprised | 5.6 | 2.43 |
| smiled | 6.1 | 2.42 |
이건 예상과 달랐습니다. 글의 순서(716개)의 신호 단어가 서사어입니다. 배수는 2.4~3.1로 지칭추론보다 낮지만 방향이 같습니다.
이유는 유형의 성질에 있습니다. 순서를 맞히려면 시간 순서나 인과가 분명한 글이어야 합니다. 논설문은 단락 순서를 바꿔도 읽히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안 됩니다. 그래서 출제자는 이야기(또는 사건 중심 설명문)를 많이 씁니다.
실전에서는 이렇게 뒤집어 쓸 수 있습니다. 글의 순서 문제에서 (A)~(C)가 이야기라면 등장인물의 행동 순서만 따라가면 됩니다. 논리 접속어를 뒤지는 건 그다음입니다.
빈칸추론·제목·주제·요지 — 추상명사
논설 계열은 배수가 전반적으로 낮습니다. 이게 중요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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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 | 지문 | 1위 단어 | 1위 배수 |
|---|---|---|---|
| 빈칸추론 | 1,436 | characteristic | 2.29 |
| 제목 | 592 | brains | 3.14 |
| 주제 | 335 | diseases | 5.92 |
| 요지 | 345 | manner | 3.70 |
| 어휘 | 286 | brains | 3.36 |
내용일치 8.48, 지칭추론 6.33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입니다. 논설 계열 지문은 서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빈칸추론 1위 단어의 배수가 2.29라는 건, 그 단어가 다른 유형 지문에도 비슷하게 나온다는 뜻입니다.
각 유형의 상위 단어를 보면 왜 그런지 보입니다.
- 빈칸추론 — characteristic, insight, conclusion, subjective, striking
- 제목 — brains, innovation, analysis, responsible, societies
- 주제 — diseases, benefits, cultural, activities, effects
- 요지 — manner, fail, happiness, require, challenges, positive
전부 추상명사와 판단 형용사입니다. 어휘로는 빈칸인지 제목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성격 차이는 있습니다. 요지에는 happiness·positive·fail처럼 가치 판단이 들어오고, 주제에는 diseases·benefits·cultural처럼 분야 명사가 들어옵니다. 요지는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글, 주제는 "무엇에 대한 글이다"로 끝나는 글입니다.
그래서 유형은 세 계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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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열 | 유형 | 지문 | 1위 단어의 배수 |
|---|---|---|---|
| 전기 | 내용일치 | 493 | 8.48 |
| 서사 | 지칭추론·심경·분위기 | 578 | 6.33 |
| 서사 혼합 | 글의 순서 | 716 | 3.09 |
| 논설 | 주제 | 335 | 5.92 |
| 논설 | 요지·제목·어휘·빈칸 | 2,659 | 2.29~3.70 |
읽는 전략이 계열별로 다릅니다.
1. 전기·서사 계열(1,787개, 30.0%) — 사람과 사건을 따라갑니다. 단어는 쉽고, 틀리는 이유는 세부 정보를 놓쳐서입니다. 2. 논설 계열(2,994개, 50.3%) — 추상명사의 관계를 따라갑니다. 단어가 어렵고, 틀리는 이유는 논리를 못 따라가서입니다. 각주가 이 계열에 집중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30분짜리 독해 세트를 풀 때, 지문 첫 줄에 사람 이름이나 대화가 나오면 빠르게, 추상명사가 나오면 속도를 줄이는 배분이 데이터와 맞습니다.
이 집계가 말하지 않는 것
- 이 단어가 나오면 그 유형이라고 뒤집어 읽을 수 없습니다. born이 든 지문의 31.4%가 내용일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용일치 지문의 31.4%에 born이 든다는 뜻입니다. 방향이 반대입니다.
- 정답률·난도와는 무관합니다. 신호 단어가 뚜렷한 유형이 쉽다는 근거는 이 집계에 없습니다.
- 배수는 지문 등장 비율로 계산했습니다. 한 지문에 같은 단어가 열 번 나와도 한 번으로 셉니다. 그래야 "이 단어가 든 지문이 몇 개인가"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 어형을 묶지 않았습니다. graduated와 graduating이 따로 집계돼 표에 둘 다 올라왔습니다. 묶으면 배수는 달라집니다.
- 유형 분류는 시험지의 유형 구분을 따랐습니다. 함축 의미처럼 회차에 따라 다르게 묶인 유형은 상위 9개 비교에서 빠졌습니다.
정리
- 유형별 신호 단어의 선명도가 크게 다릅니다. 내용일치 8.48배 → 빈칸추론 2.29배.
- 내용일치는 인물 전기입니다(born 31.4%, graduated 5.3%, medal 3.0%).
- 지칭추론은 말(replied 17.8%, smiled 14.5%), 심경·분위기는 몸(window 9.6%, breath 7.1%, legs 6.0%)으로 굴러갑니다.
- 글의 순서 지문에도 서사어가 몰려 있습니다(replied 7.8%, smiled 6.1%). 순서를 물으려면 사건 순서가 있는 글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논설 계열(빈칸·제목·요지·어휘)은 어휘로 서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전체 산문의 50.3%가 여기 속합니다.
데이터에 대해
- 대상: 2006~2026년 고1·고2·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수능 영어 독해 문항 중 지문이 60단어 이상인 산문 지문 5,952개. 안내문·도표처럼 본문이 목록으로 제시되는 문항은 어휘 분포를 왜곡해 제외했습니다.
- 집계 방식: 단어는 영문자와 아포스트로피만 남겨 소문자로 통일했습니다. 각 단어가 몇 개 지문에 나오는지(문서 빈도)를 세고, 유형 내 비율을 전체 비율로 나눠 배수를 구했습니다.
- 표에 올린 단어는 해당 유형에서 12개 지문 이상에 나오고 세 글자를 넘는 것만 남겼습니다. 조건이 없으면 한두 지문에만 나온 고유명사가 배수 상위를 전부 차지합니다.
- 유형별 지문 수가 다릅니다(빈칸추론 1,436 vs 어휘 286). 지문이 적은 유형은 배수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 수능 짝수형 시험지는 홀수형과 문항·번호가 완전히 같아 중복으로 보고 집계에서 뺐습니다(전체 8,402 → 7,915문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