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자가 직접 뜻을 알려준 단어 1,881개 — 기출 각주 전수 집계
영어 기출 지문 맨 아래에는 가끔 작은 글씨가 붙습니다.
*anthropologist: 인류학자
출제자가 "이 단어는 몰라도 된다"고 직접 알려 주는 표시입니다. 수험생에게는 이게 꽤 중요한 정보입니다. 각주가 달리는 단어는 외울 필요가 없고, 각주가 달리지 않는 단어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이 각주를 모아 본 자료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2006~2026년 독해 문항 7,915개의 지문에서 각주를 전부 긁어냈습니다. 1,832개 문항에 각주 2,699개가 달려 있었습니다.
문항 넷 중 하나에 각주가 있습니다
숫자 표로 보기
| 구분 | 문항 | 각주 있는 문항 | 비율 |
|---|---|---|---|
| 전체 | 7,915 | 1,832 | 23.1 |
| 고1 | 2,046 | 436 | 21.3 |
| 고2 | 2,162 | 451 | 20.9 |
| 고3 | 3,707 | 945 | 25.5 |
숫자는 퍼센트입니다. 전체 23.1%, 즉 네 문항 중 하나쯤에 각주가 붙습니다. 각주가 달린 문항은 평균 1.47개씩 달고 있습니다. 한 문항에 세 개 이상 달린 경우도 있습니다.
학년 차이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고1이 21.3%, 고3이 25.5%로 4.2%p 차이뿐입니다. 고3 지문이 더 어렵다면 각주가 훨씬 많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뒤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각주는 21년 동안 계속 늘었습니다
숫자 표로 보기
| 연도 | 문항 | 각주 있는 문항 비율 |
|---|---|---|
| 2009 | 429 | 4.0 |
| 2011 | 429 | 6.5 |
| 2012 | 528 | 7.8 |
| 2013 | 529 | 17.8 |
| 2015 | 420 | 22.1 |
| 2017 | 420 | 24.3 |
| 2018 | 420 | 34.3 |
| 2020 | 364 | 31.0 |
| 2022 | 420 | 38.6 |
| 2024 | 420 | 34.0 |
| 2025 | 420 | 44.3 |
| 2026 | 224 | 43.8 |
4.0% → 44.3%. 11배입니다. 그리고 계단이 두 번 보입니다.
- 2013년 — 7.8%에서 17.8%로 뛰었습니다. 교육과정이 바뀌고 안내문 같은 신설 유형이 들어온 시기와 겹칩니다.
- 2018년 — 24.3%에서 34.3%로 또 뛰었습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첫해(2018학년도, 2017년 11월 시행) 직후입니다.
지금은 문항 10개 중 4개 이상에 각주가 달립니다. 이건 지문이 어려워졌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출제자가 어휘로 승부를 걸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도 읽힙니다. 어려운 단어는 뜻을 주고, 대신 논리를 묻겠다는 쪽입니다.
이 해석은 앞서 확인한 사실과 맞습니다. 지문은 길어지는데 어휘 밀도는 20년째 제자리였고, 문장이 길어진 쪽으로 부담이 옮겨 갔습니다.
같은 단어가 두 번 나오는 일은 드뭅니다
각주가 달린 서로 다른 단어는 1,881개입니다. 그 가운데 1,377개(73.2%)는 21년 동안 단 한 번만 각주로 등장했습니다. 세 번 이상 나온 단어는 212개뿐입니다.
가장 여러 번 각주가 달린 단어는 이렇습니다.
숫자 표로 보기
| 단어 | 각주가 달린 횟수 | 뜻 | 말뭉치 전체 등장 횟수 |
|---|---|---|---|
| improvise | 9 | 즉흥 연주를 하다 | 14 |
| entity | 8 | 독립체 | 19 |
| monk | 7 | 수도승 | 58 |
| anthropologist | 7 | 인류학자 | 35 |
| retrieve | 7 | 상기하다 | 17 |
| empirical | 7 | 경험적인 | 18 |
| sob | 6 | 흐느껴 울다 | 9 |
| mutation | 6 | 돌연변이 | 21 |
| paddle | 6 | 노로 저어 나아가다 | 11 |
| homogeneous | 6 | 동질적인 | 12 |
| niche | 6 | 적소 | 20 |
| surveillance | 6 | 감시 | 14 |
| paramedic | 6 | 응급구조대원 | 6 |
맨 오른쪽 열이 중요합니다. improvise는 21년치 전체 지문에서 14번 나왔고, 그중 9번은 각주가 달렸습니다. entity는 19번 중 8번, paramedic은 6번 중 6번 전부입니다.
즉 각주가 달리는 단어는 애초에 기출에 거의 안 나오는 단어입니다. 가장 자주 각주가 달린 improvise조차 21년에 14번, 1년에 한 번 꼴입니다.
그래서 각주 목록은 단어장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결론이 하나 나옵니다. "기출 각주 단어 모음"을 만들어 외우는 것은 효율이 거의 없습니다.
- 각주 단어의 73.2%는 21년간 1회성입니다. 다시 나올 확률이 낮습니다.
- 다시 나온다 해도 또 각주가 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paramedic처럼 등장할 때마다 뜻을 주는 단어도 있습니다.
- 반대로 각주가 안 달리는 단어는 출제자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본 단어입니다. 공부의 대상은 이쪽입니다.
기출 어휘 커버리지에서 상위 2,000단어로 지문의 85% 남짓을 덮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각주 집계는 그 결론을 반대편에서 받쳐 줍니다. 고빈도 단어를 확실히 하는 쪽이 희귀어를 늘리는 쪽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유형별로 각주 비율이 크게 다릅니다
숫자 표로 보기
| 유형 | 문항 | 각주 있는 문항 비율 |
|---|---|---|
| 글의 순서 | 731 | 41.6 |
| 제목 | 597 | 37.5 |
| 빈칸추론 | 1,460 | 35.6 |
| 주제 | 336 | 33.3 |
| 요지 | 350 | 27.4 |
| 어휘 | 486 | 24.1 |
| 내용일치 | 516 | 20.5 |
| 지칭추론 | 448 | 17.9 |
| 심경·분위기 | 282 | 9.2 |
| 어법 | 339 | 2.9 |
위쪽과 아래쪽이 깔끔하게 갈립니다.
- 위쪽(글의 순서·제목·빈칸·주제) — 추상적인 논설문입니다. 학술 용어가 들어오고, 그 용어에 각주가 달립니다.
- 아래쪽(심경·분위기 9.2%, 어법 2.9%) — 심경 문제는 이야기 지문이라 어려운 명사가 거의 없습니다. 어법은 문법을 묻는 문제여서 지문을 일부러 평이하게 씁니다.
앞서 고1과 고3의 각주 비율 차이가 작았던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됩니다. 각주를 결정하는 건 학년이 아니라 지문의 종류입니다.
이 집계가 말하지 않는 것
- 각주가 없다고 쉬운 단어라는 뜻은 아닙니다. 각주를 달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고, 출제·검토 과정의 판단입니다. 각주 없이 지나간 어려운 단어도 많습니다.
- 각주 단어를 몰라도 된다는 말과, 그 단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다릅니다. mutation·autonomy·empirical 같은 단어는 대학 공부에서 다시 만납니다. 수능 대비 효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 문장삽입(456문항)과 무관한 문장(269문항)은 이 비교에서 제외했습니다. 두 유형은 집계상 각주가 1건씩밖에 안 잡히는데, 이 유형은 각주가 선택지 블록 뒤에 인쇄되는 경우가 많아 저희 수집 방식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각주가 없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뜻풀이는 시험지에 인쇄된 한국어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표에는 읽기 쉽게 다듬은 것도 있습니다. 같은 단어에 시험마다 다른 뜻이 달린 경우는 첫 사례의 뜻을 실었습니다.
정리
- 기출 독해 문항의 23.1%에 어휘 각주가 달립니다. 각주가 달린 문항은 평균 1.47개씩입니다.
- 각주 비율은 2009년 4.0% → 2025년 44.3% 로 11배 늘었습니다. 2013년과 2018년에 계단이 있습니다.
- 각주가 달린 단어 1,881개 중 73.2%는 21년간 단 1회입니다. 3회 이상은 212개뿐입니다.
- 각주 단어는 말뭉치 자체에서도 희귀합니다. improvise는 전체 14회 등장 중 9회가 각주였습니다.
- 유형별 격차가 큽니다. 글의 순서 41.6% vs 어법 2.9% — 각주를 결정하는 건 학년이 아니라 지문의 종류입니다.
데이터에 대해
- 대상: 2006~2026년 고1·고2·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수능 영어 독해 문항 7,915개의 지문 텍스트. 수집 범위와 결손 구간은 집계 방법에 적었습니다.
- 각주 추출 규칙: 지문 안의
*영어단어: 한국어뜻꼴을 찾아, 영어 부분과 한국어 부분만 남겼습니다. 한국어 뜻이 없는 별표(강조·주석 기호)는 세지 않았습니다. - PDF에서 본문을 뽑는 과정에서 각주 뒤 글자가 붙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뜻은 한글 구간까지만 받았습니다. 그래서 표의 뜻이 시험지보다 짧을 수 있습니다.
- 추출 누락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문장삽입·무관한 문장 유형은 위에 적은 이유로 비교에서 뺐습니다. 따라서 23.1%는 하한값으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 연도별 표는 문항이 100개 미만인 2007·2008년을 뺐습니다. 2026년은 상반기 시험까지만 반영됐습니다.
- 수능 짝수형 시험지는 홀수형과 문항·번호가 완전히 같아 중복으로 보고 집계에서 뺐습니다(전체 8,402 → 7,915문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