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같은 지문이 다시 나온 적 있을까 — 기출 지문 5,480개 전수 대조
"기출을 많이 풀어 두면 시험장에서 아는 지문이 나온다" — 수험가에서 꾸준히 도는 말입니다.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전부 대조해 보는 것.
2006~2026년 기출 독해 산문 지문을 모아 공백·대소문자·문장부호를 걷어내고 알파벳만 남긴 뒤 서로 맞춰 봤습니다. 문항 7,915개에서 나온 산문 지문 6,326개를 중복 제거하면 고유 지문 5,480개입니다.
결론부터: 0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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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조 결과 | 그룹 수 |
|---|---|
| 같은 시험지 안에서 재사용 | 541 |
| 다른 시험지 사이, 같은 해 | 35 |
| 다른 시험지 사이, 해를 넘김 | 0 |
해를 넘겨 똑같은 지문이 다시 출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나머지 두 줄은 재출제가 아닙니다.
- 541건은 한 지문에 문항이 둘 달린 경우입니다. 장문 독해(제목+빈칸), 41~45번 세트가 여기 해당합니다. 같은 시험지 안이니 당연한 중복입니다.
- 35건은 전부 같은 해 사례였습니다. 학력평가는 시도교육청이 돌아가며 출제하는데, 같은 회차가 지역별로 다른 파일명으로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예: 2012년 5·6월 고2). 출제 중복이 아니라 자료 정리상의 중복입니다.
21년, 5,480개 지문. 한 번 쓴 지문은 다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 예외 없이 지켜졌습니다.
그래도 "본 것 같은" 지문이 있는 이유
완전 일치가 0건이라고 해서 겹침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같은 원전에서 다른 문단을 가져오면 표현이 부분적으로 겹칩니다.
지문을 연속된 7단어 묶음으로 잘라 지문끼리 공유하는 묶음을 셌습니다. 시험지가 다른데도 7단어 묶음을 3개 이상 공유하는 쌍이 20쌍 나왔고, 그중 해를 넘긴 사례에서 가장 강하게 겹친 건 이 한 쌍입니다.
- 2009년 11월 고2 학력평가 26번(빈칸추론, 140단어)
- 2022년 6월 고3 모의평가 41번(장문, 271단어)
두 지문은 7단어 묶음 74개를 공유합니다. 우연히 나올 수 있는 수치가 아닙니다. 둘 다 "주변 사람의 반응을 보고 상황을 해석한다"는 사회심리학 고전 텍스트에서 가져왔고, 2022년 지문이 같은 원전의 더 넓은 범위를 담았습니다. 12년 7개월 만에 같은 책이 다시 불려 나온 셈입니다.
나머지 겹침은 대부분 안내문일치였습니다. Registration is on a first-come, first-served basis 같은 정형 문구가 반복되기 때문이라, 내용이 겹친 게 아닙니다.
이 숫자가 실제로 뜻하는 것
"아는 지문이 나온다"는 기대는 접는 편이 안전합니다. 21년 치를 다 풀어도, 적어도 이 아카이브 범위에서는 같은 지문이 다시 나온 전례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출 풀이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지문이 매번 새것이라면 기출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내용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변하는 건 지문, 고정된 건 틀입니다. 기출을 "내용을 외우는 자료"가 아니라 "틀을 익히는 자료"로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전 겹침이 알려 주는 것 하나
12년 만에 같은 원전이 다시 등장했다는 건, 출제진이 참고하는 텍스트 풀 자체는 그리 넓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사회심리학·인지과학·진화생물학 같은 특정 소재 영역이 반복된다는 건 어휘 분석에서도 확인됩니다.
다만 이건 20쌍 중 한 건이라 일반화할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집계로 확인된 건 하나입니다 — 이 아카이브의 5,480개 안에서 동일 지문 재출제는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카이브에 없는 회차나, 7단어 묶음 표본에 걸리지 않은 부분 재사용까지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집계 대상: 2006~2026년 고1·고2·고3 학력평가·모의평가·수능 영어 독해 문항 7,915개 중 60단어 이상 산문 지문 6,326개, 중복 제거 후 5,480개. 완전 일치는 알파벳만 남긴 문자열 해시로, 부분 겹침은 7단어 묶음 표본 대조로 판정했습니다. 본 아카이브에 없는 회차에서의 재출제까지 배제하지는 못합니다. 짝수형은 중복이라 제외했습니다.